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41일차. 한층 더 깊어진 가을 속으로, 서울 식물원

문쌤 2022. 10. 26. 23:42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매일 걷기와 포스팅에 대해 좋게 봐주는데 사실은 그렇게 부지런하거나 성실한 편이 아니다. 거짓말 안 보태고 매일 소파에 누워 영화나 드라마 몰아보기 하고 싶은 것을 참고 밖으로 나가 걷고 있는 게 진실이다.

매일 소파의 유혹을 뿌리치느라 갈등이 심한데 늘 내가 이겨내고 나가는 것일 뿐^^

오늘도 그렇다.
집 앞 산책길을 걸을까? 아니야 집에서 조금 먼 도서관까지 걸어서 가볼까? 로 한참을 고민했다. 고민할 시간에 밖으로 나갔으면 좋을 텐데 미적거리다가 시간을 낭비하는 게 또 버리고 싶은 나의 특기 중 하나다. ^^

신발 신고 현관문을 나서면서도 행선지를 정하지 못한 채 엘리베이터를 탔다.
갈곳이 없다면 동네 한 바퀴라도 돌면 되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지하철역으로 가게 되었고 지하철을 타고 간 곳은 바로 서울식물원.
3주 전에 연휴 다음 화요일이 휴무일 줄 모르고 갔다가 온실과 주제관 입장 못해서 아쉬웠는데 오늘은 온실과 주제관 그리고 미술관 딱 세 군데만 다녀오기로... 지하철 안에서 결정했다. ㅎㅎㅎ
이런 무계획 어쩔~

 

다시 찾은 서울 식물원


3주 전과는 달리 확실히 가을색 짙은 식물원으로 변해있었고 여전히 산책을 하거나 마라톤 연습을 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런 여유로운 모습을 볼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좋은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능력이다.
집 근처에 아무리 큰 공원이나 좋은 시설이 있어도 누리지 못하면 내 것이 아닌 것이다.
멀리서 찾지 말고 내 집 주변부터 둘러보면 늘 새롭고 삶의 기쁨이 될 것 같다.


온실과 주제관을 가려다보니 자연스럽게 호수 반 바퀴를 걷게 되었다. 예쁘게 꾸며놓은 포토존에서 산책 나온 할머니 5명을 만났다. 각각 독사진과 단체사진을 찍고 싶은데 누가 찍을 것인가를 두고 서로 미루고 계셨다.


사진은 똥손이지만 그럼에도 할머니들의 만장일치로 선택받은 내가 5명의 할머니들 독사진과 단체 사진을 찍어드렸다.(할머니들 눈에 내가 사진을 잘 찍게 보였을 수도 있다 ^^)

서리가 하얗게 내린 머리카락만 아니면 잔주름마저도 귀여운 할머니들이었다.
사진을 다 찍어드리자 '사진 찍어준 값'이라며 사탕 2개를 주셨다. ㅎㅎㅎ(이 사탕을 나중에 요긴하게 씀)

 

서울 식물원 1 - 주제관


온실과 주제관 중 한 곳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면 두 곳 모두 입장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참고로 주제관에서 입장권을 구매하고 온실 - 마곡 문화원 순서대로 구경했다.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닐 수 있는 넓은 호수와 그 주변 시설들을 잘 가꿔놔서 그런지 주제관이라고 해서 어마어마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입장권 때문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또 주제관을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온실로 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원래 그렇게 설계되었겠지 ^^)


주제관을 오래도록 걷고도 쓸 거리가 없다는 게 참 이상하다. 크게 감동을 받지 못했나 보다.

 

서울 식물원 2 - 온실

지하철을 타고 가서 잘 몰랐는데, 자차로 서울식물원을 가면 바로 온실 지하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주제관에서 온실로 바로 가다 보니 주차장 입구 쪽이었다.



- 열대관
입장권 큐알코드를 찍고 온실로 들어갔다.
몇 군데 할로윈데이 분위기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예전에 한 번 갔던 기억이 있어서 온실 내부는 대충 알고 있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유리 온실이어서 구경하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식물에 관심이 많다면 걸음걸음마다 눈을 뗄 수 없겠지만 데이트 코스로 서울 식물원 온실을 선택한다면 사진 찍기 좋은 장소다.


반면 나는 눈에 들어오는 식물들마다 사진으로 담으며
'우리 집에 오면 한 달이면 죽겠구나, 그냥 여기에 있으면서 전문가가 보살펴 주는 게 훨씬 나을 거야. 우리 집에 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행운인 줄 알아라ㅎㅎㅎ'
라는 말을 속으로 수없이 반복했다.



- 지중해관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철에는 강수량이 줄고 기온이 높으며 다육식물과 올리브 나무 등 다양한 식물이 있다.

어린왕자와 바오밥 나무엔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온실 안을 들여다보는 곰 두 마리 "너희들도 온실에 들어가고 싶니?"


지난번 서울 식물원에서 찍은 곰 두 마리는 온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두 마리 곰은 오늘도 여전히 온실 안을 구경하고 있었다.



- 스카이 워크
지중해관을 지나면 자연스럽게 스카이 워크로 갈 수 있다. 열대관에서 본 키 큰 식물들을 스카이워크에서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유리 온실에서 자라는 특유의 나무 냄새가 기분을 좋게 한다.



스카이 워크를 나오면 선물코너가 있다. 식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상품이 있으며 식물원 내에 있는 작은 식물도 판매한다.

 

온실과 주제관 입장을 제외하고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건너편에 카페가 있다.

 

 

서울 식물원 3 - 마곡 문화관

온실 밖으로 나오면 마곡문화관으로 갈 수 있도록 표시가 되어 있었다.
겉으로 보면 낡은 창고로 보이는 곳인데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2022년 9월 6일~ 12월 25일까지 박기원 작가의 <대화>가 전시되고 있다.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온실에서도 같은 작가의 작품을 봤었다.

시민들이 식물원에서 낙엽을 밟으며 산책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낙엽을 동, 신주 등의 소재로 구성한 작품이었다.

바닥에 넓게 펼쳐진 동전 크기의 동, 신주 등이 '작품'인 줄 솔직히 몰랐었다. 우연히 계단을 올라갔었고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혼자 있자니 뻘쭘해서 그냥 나와버렸던 것이다.


마곡 문화관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부터 용기가 필요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어도 됐을텐데 왜 이렇게 지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가 본 낡고 낯선 창고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니까...


마곡 문화관을 담당하는 직원 1명. 천장이 높은 전시 공간 그리고 벽에 걸린 박기원 작가의 작품 6점.

확실히 내가 미술에 문외한이긴 한가보다.
작가의 고차원적인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엔 지식이 부족해 작가의 설명으로 대신하겠다.

마곡 문화관에 전시된 '넓이' 시리즈의 한지 회화는 자연 속의 사계와 자연의 순환에 대해 성찰해보도록 합니다.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 재료인 한지를 소재로 초록, 파랑, 갈색 등 자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색의 흐름으로 구성된 넓이 시리즈는 박 작가의 주요 개념인 '장소와 공간성', '여백과 원형성'을 회화로 나타낸 작품입니다.

공간 속의 특정한 장소적 상황을 몇 개의 면으로 나누고 각각의 면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은 선들을 반복하며 완성시킨 '넓이' 시리즈의 회화는 무수히 많은 선의 중첩처럼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 그리고 사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참, 할머니 5명 사진 찍어주고 받은 사탕 2개 중 한 개는 마곡 문화관 직원에게 주고 나머지 한 개는 당 떨어져서 내가 먹었다. 유용하게 잘 사용한 듯 ㅎㅎㅎ


마곡 문화관을 나오자 호수 주변을 산책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있었고 호수 안의 물오리 재롱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한 컷! (잘 안 보이겠지만 어딘가에 있다 ^^)

오늘도 잘했어~ 쓰담쓰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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