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39일차. 동네 한 바퀴, 수다 삼매경 - 추억 속의 세부 여행

문쌤 2022. 10. 24. 23:14


지난주 강화 걷기 후 발가락 물집 때문에 약 바르고 밴드 붙이고 두꺼운 양말 신는 호들갑을 떨며 환자 코스프레 중이다.
그래서 그런가. 요가 수업 갔는데도 텐션이 떨어져서 선생님 도착 전까지 요가 매트에 가만히 누워있다가 겨우 수업에 참여했다.

새로운 동작을 배우는 시간인데 몸 사리며 슬렁슬렁하다 보니 선생님 눈에 띄어 지적당한 횟수가 많아졌다. 끝날 무렵엔 아예 내 옆에 서서 내가 하는 동작을 교정해 주셨다.

어떤 날은 수업 시간 1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더니 오늘은 자꾸 시계를 쳐다보게 되었다. 확실히 컨디션이 안 좋아진 게 느껴졌다.

요가 끝난 후 동태 한 마리 사들고 집에 와서는 또 소파와 한몸이 되어버렸다. 겨우 6,000보 채우고 넉다운.

세부 여행, 다시는 볼 수 없는 조합


무슨 얘기로 글자 수를 채울까 고민만 두어 시간 하다가 코로나 전 해에 갔던 세부 여행 이야기로 채워보려고 한다.
여행 스케줄을 보여줬지만 나는 따라다니는 여행이었다 보니 스케줄 따위 염두에 두지 않아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여행 준비 단계만으로 글자 수를 채울 예정이다. ㅎㅎㅎ

아들들과 여행가면 타잔 놀이가 가능하다.


위에서도 밝혔다시피 2019년 여름,
그때 나는 중국에 살고 있었고 딸내미 오피스텔 문제로 잠깐 한국에 있을 시기였다.
딸내미는 입사한 지 한 달 남짓 되었을 때라 감히 휴가의 '휴'자도 꺼내기 어려운 시기였고, 아들은 엄마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한국 관광객 무리 속 유일한 '엄마'


다 큰 아들이 어쩜 그렇게 다정하냐고 섣부른 생각을 할까봐 미리 밝혀두는데, 우리집 아들내미는 모든 여행 경비를 엄카로 해결하고 싶어하는, 잔머리 대마왕이다.

어쨌거나 "엄마랑 같이 여행 가겠다고 하는 아들이면 효자다"라고 우긴다면
나의 대답은 "예~예~ ㅎㅎㅎ"

에너자이저들과 함께 새벽 3시부터 여행 일정 소화하기 가능? 가능!!!

그·런·데

엄카 사용 가능 여행 계획을 짜고 있는데 변수가 생겼다.

아들 친구 A가 우리 모자의 여행에 동참하고 싶다는 것이다.

혹시 오해할까 봐 꼭 못 박고 넘어가고 싶다.
아이들이 여행 가는데 주책맞게 내가 따라간 게 아니라 우리 모자 여행에 아들 친구가 동참한 것이라는 것을.

만약 아이들이 여행가는데 내가 따라가겠다고 했다 한들 아이들이 같이 가자고 할 것 같은가?
어림없는 소리다.
아들 친구 A는 그때 공시생(현재 공무원)이었고, A의 어머니 허락 하에 우리 모자 여행에 함께 하게 되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절친이었던 A는 우리 가족이 모두 인정하는 아들보다 더 아들 같은 아이다.
오죽하면, A와 통화하던 아들이 전화를 바꿔주며 "엄마 아들 전화야"라고 말할 정도다.

A와 함께 여행 가는 것에 절대 찬성이었다.
아들과 단 둘이 여행 간다면 하루 3만 번은 싸웠을 텐데 300번 정도로 줄여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계획의 공은 아들로부터 A에게 넘어갔다.
우리 가족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A에게 모두 일임한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위해 인천공항에서 만난 날, A는 파일 한 권을 내게 주었다. 파일 안에는 3박 4일 동안의 여행 계획이 꼼꼼하게 적혀있었다.
차분하고 세심한 성격인 A가 며칠 동안 고심해서 계획을 세운 여행 스케줄이니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여행기간 동안 양쪽 팔에 190cm 정도 되는 장정 한 명씩 팔짱 끼고 다녔는데 든든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아들과 부딪힐 때마다 A가 나서서 중재해주니 여행 기간 동안 아들과의 싸움은 300번도 채 안 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3박 4일 동안 평화로운 여행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사진 들여다보며 그때 일을 회상하다가 문득 "다시는 이런 조합으로 여행 갈 일이 없겠구나"라는 현실을 깨달았다.
나이 들면 추억으로 산다더니 그 말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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