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36일차. 동네 한 바퀴, '느린 학습자' 관련 기사를 읽고...

문쌤 2022. 10. 21. 23:02


어제 강화산성 걸었던 후유증으로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 아침 산책은 건너뛰었다.
평소 그 정도 걸었다면 종아리가 땅기고 몸은 천근만근일 텐데 그동안 걷기 챌린지 짬밥 덕분인지 조금은 단련(?)되어 발가락 물집 빼고는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

아침 산책은 안 했지만 원래 금요일 오전은 캘리그라피 배우러 가는 날이어서 바쁜 건 똑같다. 조금 바쁜지 좀 더 많이 바쁜지의 차이일 뿐.

후다닥 집안일 해놓고 큰 병에 담긴 먹물을 작은 용기에 덜어 담고 화선지도 여유 있게 챙겼다. 지난주 콜롬비아 친구 만나러 가느라 결석을 했기 때문에 오늘은 더 많이 연습하려고 일찍 출발했다.

발가락 물집 때문이 아니더라도 캘리그라피 수업은 준비물이 많아서 운전하고 가는 날이 많다.
아침 산책은 건너 뛰고 걸어도 되는 거리를 운전하고 다녔더니 확실히 걸음 수는 줄었다. 오후 2시가 넘어가도록 1,000걸음 정도밖에 안 되었다.

오후에 물집 잡힌 발가락에 밴드 붙이고 아파트 안에서 천천히 몇 바퀴 걷는 것으로 오늘의 걷기 챌린지를 대신했다. (이 정도면 칭찬 받을만 하지 ㅎㅎㅎ)


안민석 `느린학습자 생애주기별 지원 방안 마련` 정책자료집 발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민석(오산) 의원은 20일 교학부모네트워크 (사)느린학습자시민회와 공동으로 정책자료집 `경계선 지능, 느린학습자 생애주기별 지원 방안 마련`을..

www.kyeongin.com


<안민석 - 느린학습자> 관련 기사를 읽다

써놓고 보니 오늘의 일기 몇 자 끄적거린 수준이어서 오늘 본 경인일보 기사 '국회의원 안민석의 <느린 학습자 생애주기별 지원 방안 마련>을 읽고 떠오르는 일이 있어서 잠깐 회상하며 오늘 블로그 글자 수를 채워보려고 한다. ^^


학교 선생님인 A는 학교에서 퇴근 후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다. 학교 업무만으로도 피곤할텐데도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며 개의치 않고 수년에 거쳐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야학 학생들은 배움의 때를 놓친 학생들이 용기 내어 찾는 곳이라 검정고시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A는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50~70대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어느 날 20대 청년이 찾아왔단다. 인근 카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은 "한글을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말해 몹시 놀랐단다.

인물도 멀쩡한(?) 청년이지, 군대도 다녀왔지, 현재 카센터에서 일하고 있지...

"농담하냐"는 A의 말에 청년은 "여자친구에게서 편지를 받았는데 읽지를 못한다"며 "한글만 읽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단다.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그의 말에 A는 반신반의하며 청년의 20몇 년 히스토리를 듣게 되었단다.


"바닷가에 살아서 엄마 아빠는 항상 바다에 나가 일을 하셨어요. 한글을 모른 채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학교 끝나면 집에 혼자 있거나 동네 친구들이랑 노는 게 하루 일과였어요. 한글을 모르니까 학교 수업은 따라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 흥미를 못 느꼈는데 시험지가 빵점이어도 학년은 올라가고 초등학교 졸업하면 자동으로 중학교 올라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이었다.
그당시 웬만한 도시는 고교평준화였지만 그 소도시는 비평준화여서 시험 봐서 고등학교 가는 시스템이었다.

한글을 모르는데 고등학교는 어떻게 졸업했는지 묻자, 실업계 학생 미달 학교에 자연스럽게 입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사회와 가정과 학교의 무관심 속에 나이에 따라 학교를 다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한글조차 모른 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A가 들려주는 청년의 일상생활은 한글을 모른다고해서 큰 불편이 없었다고 한다. 카센터 일은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는 일이라 상관없었단다.


그러던 중 청년에게 일생일대 큰 사건이 생겼단다.
잘생긴 외모와 성실함 덕분에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어느 날 여자 친구가 청년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20대 청년이 한글을 모르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으랴.

그는 절박한 마음에 야학을 찾았단다.
청년의 이야기를 들은 A는 그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한글을 가르쳐주었고 다행히 청년은 문장을 읽고 이해 못 할 뿐(난독) '낱글자'는 읽을 수 있는 수준이어서 그의 학습 능력은 일취월장하게 되었단다.


거짓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느린 학습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학습 지원해주고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학교 생활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안 의원의 <느린 학습자 생애주기별 지원 방안 마련> 정책 자료집 발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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