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43일차. 네? 하루 2만 보씩 걸으라구요?

문쌤 2022. 10. 28. 23:30

 

 

"일주일 동안 집에서 꼭 연습해오세요"라는 숙제가 있었지만 캘리그라피 준비 단계가 번거로워 미루고 미루다 결국 금요일이 되어버렸다. 깜빡 잊고 있었다는 말이 아니다. 일주일 내내 '숙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이래 봬도 양심은 있다.

일찍 가서 숙제할 생각으로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을 나섰다.

나보다 먼저 교실에 도착한 몇 분이 벌써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계셨는데, 화두는 '건강'이었다.

 

'만보 걷기는 일본 만보기 회사가 만들어 낸 광고일 뿐이다', '하루 7,500보 정도면 충분하다'는 등을 신문 기사로 접한 후 나 역시 하루 최소 6,000~7,000보 정도만 걸으며 '하루 7,500보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 

 

하지만 캘리그라피 교실에서 들은 그들의 '걷기 걸음 수'는 감히 따라 할 엄두가 안 났다.

하루 2만 보는 기본으로 걷는단다.

 

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이 걸으세요?

 

겉으로 봐서는 군살이라곤 하나 없는 그녀는 오래전에 고혈압, 당뇨 그리고 콜레스테롤 때문에 약을 꾸준히 먹었었단다.

 

출처: 네이버

 

중년의 나이쯤 되면 건강 보조식품이 아닌 병원에서 처방한 성인병 관련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친구들의 경우만 봐도 당뇨약 한 가지만 먹고 있다면 다행이라고 할 정도며 고혈압 또는 콜레스테롤 약을 먹는 친구나 지인들이 있다 보니, 주변에서 성인병 약을 먹는다고 하면 무덤덤하게 생각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성인병 관련 약 먹는 걸 두고 '평생 함께 가야 할 친구'라고까지 표현한다고 하니 그만큼 쉽게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날마다 약을 먹다 보니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죽을 때까지 이렇게 약만 먹고살아야 하는가... 어느 날부터 조금씩 걷기 시작했어.

 

처음엔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는데 날마다 꾹 참고 걸었지. 차를 안 타고 다니는 습관 들이는 것도 힘들었어.

 

가까운 거리도 자꾸 핑계를 대고 차를 타려고 하니까 아예 차를 팔아버렸지. 그리고 창고로 쓰던 작은방에 운동 기구를 넣고 매일 운동을 했어.

 

집에서도 운동하고 산에도 다니고... 일주일 세 번 문화교실 수업 있는 날엔 집에서부터 걸어오고... 그렇게 걷기에 습관 들이니까 처음엔 힘들더니 차츰 5,000보, 만 보 걷다가 하루 2만 보 걸은지 꽤 오래되었지.

 

하루 2만 보 걷기 하면서부터는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약을 안 먹어도 될 정도로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고 주말엔 등산을 다녀. "

 

그러면서

"건강에 자신감이 생기니까 뭐든 새롭게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중국어도 배우고 캘리그라피도 꾸준히 배우고 있다"

고 말했다.

 

아... 정말이지 하루 만 보도 걷지 않으면서 [100일 걷기 챌린지]라는 거창한 간판을 건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하루 만 보 정도만이라도 걸으려고 한다"고 말하자

 

그는

"아직 젊으니까 괜찮아. 차 타고 다니지 말고 걸음 수를 조금씩 더 늘리다 보면 더 나이 들어도 최소한 성인병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을 거야. 경험자로서 말하는 거니까 꼭 새겨들어!"

라며 2만 보 걷기를 권했다.

 

적게는 6,000~7,000보, 많게는 만 보 정도만 걷다가 [100일 걷기 챌린지] 끝나면 곧바로 '소파와 붙어있기'같은 챌린지를 시작해볼까 했는데 그의 말을 듣다 보니 '소파와 붙어있기'는 물 건너간 것 같다. 

 

 

 

하필 준비물이 많다는 이유로 차를 타고 갔다가 수업 마치고 나오는데 주차장에서 뒤통수가 따가워지는 걸 느꼈다. ㅎㅎㅎ

 

 

오늘도 걷는다

 

'나도 맘만 먹으면 하루 2만 보는 걸을 수 있는데...'라는 가볍디가벼운 결심을 하며 드림파크 공원으로 향했다.

역시나 차를 타고 갔다.

 

 

아니... 핑계가 아니라... 희한한 게, 조금 먼 거리는 대중교통 체계가 잘 되어 있어서 접근이 쉬운데 오히려 집 근처에 있는 공원들은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아이러니라니... ^^

 

오랜만에 드림파크 공원을 걸었다. 평일인데도 가을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았고 여물어가는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한참을 걷고 집에 와서 보니

 

애걔~ 겨우 6,000보.

 

 

 

 

2만 보는 기대도 안 했다. 평소 쉽게 걸었던 만 보 걷기가 이렇게 어려웠었나?

단풍 때문인가 차 때문인가...

 

 

 

어지간히 걷기 싫었나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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