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44일차. 딸내미와의 데이트, 미련만 남은 인천대공원 다인용 자전거 대여

문쌤 2022. 10. 29. 23:38


딸이 크면 친구가 된다더니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친구'가 맞는 걸로~

평일 오전, 지하철 안에서 등산복 차림을 한 중년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신경 써서 그들을 살펴보면, 남성이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여성이 더 많고 여럿이서 무리 지어 가기보다는 혼자 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약속 장소를 정해놓고 같이 만나서 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들은 적이 있었다. 몰래 들은 게 아니다.

스피커를 켜놓은 것도 아닌데 상대방 목소리까지 쩌렁쩌렁 울렸기 때문에 통화가 끝날 때까지 같은 지하철 칸에 있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경청(?) 모드일 수밖에 없었다.

"대공원에 등산 가고 있으니까 나중에 통화해~!"

매너 있는 짧은 통화에 안도하다가 통화 마무리 전에 했던 "대공원에 등산 가고 있다"는 말에 꽂혀버렸다.

'대공원에 등산하러 간다고? 공원인데??? ... 등산이 가능해?...'

이 동네에 오래 살고 있는 사람과 달리,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조금씩 꼼지락 거리며 행동반경을 넓혀가는 중이라 우리 동네, 우리 구(區), 우리 시(市) 또는 이웃 동네 등의 볼거리, 놀거리 찾아다니는 일이 재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정보여도 "버스 정류장 옆에서 오른쪽 길로 올라가다가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하얀 건물이 있는데 바로 그 가게야"라고 말하면 못 알아듣는 1인이다. (요가 시간에 신박한 정보를 알려줬는데 나만 몰라~ ㅎㅎㅎ)

그런데 대공원에서도 등산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대공원에서 등산하기" 미션 성공을 기약했다.
(흐음... 뭘 알고서 그런 헛된 생각을 한 것인지...)


이렇게까지 글머리를 시작했다면 당연히 오늘은 대공원 등산하기 미션을 수행했을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늘 나의 계획은 예상 밖으로 흘러간다.
계획한 대로 흘러간다면 세상 살기가 얼마나 쉽겠는가...


인천대공원은 가을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번 갔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 자전거, 킥보드 그리고 각종 전시회로 인해 그 넓은 공원이 꽉 찬 느낌이었다.


오늘은 다인용 자전거를 타고 가을 영화 포스터 한 장 찍어보자고 둘이서 약속을 했다.
그래서 옷차림도 가을가을하게 입고 갔다.

인천시설공단 관리자님, 좋은 기계 한 대 들여놓으시지요~



자전거 대여소 번호표 받는 줄 선 시간이 오후 3시.
우리가 받은 번호표는 981번. 우리가 번호표 받은 시간에 다인용 자전거 대여한 주인공은 870번.

번호표가 엉터리다. 오늘은 분명히 10월 29일인데 번호표에는 10월 27일이라고 적혀있었다. 시간은 21시 16분이라니... 좋은 기계들 많던데 시간 낭비, 인력 낭비를 왜 하는지 모르겠는...

모든 게 엉망이라 오히려 번호가 빨리 돌아올 거라는 정상적인 1% 정도의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했다.


〓 자전거 대여소 이용 안내〓

▶이용 요금
1인용 자전거 - 1시간 이내 2,000원 / 초과 10분 당 500원/ 만 16세 이상(부모님 동반) 이용 가능
다인용 자전거 - 1시간 이내 10,000원 / 초과 10분 당 2,000원 / 성인 이용 가능

▶이용 시간
동절기(11월) - 대여시간 10시~16시/ 반납 시간 17시
하절기(3월~10월) - 대여시간 10시~17시 / 반납 시간 18시

▶본인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중 1) 지참 / 모바일 신분증, 자동차 키, 휴대폰 대여 X


자전거 대여 안내판을 읽어보니, 10월 31일까지 하절기 구간을 적용해도 오후 5시까지 대여 가능/ 6시까지는 반납해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우리보다 앞에 있는 100명 정도가 대여·반납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서 늦어도 5시에 대여해야만 6시에 반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번호표 받을 때부터 '불가능'이라고 판단했지만 딸내미는 미련이 남아서 4시까지 자전거 대여소 주변을 맴돌며 순서가 되기를 기다리고 나는 호수 주변 시화전 구경을 다녔다.


4시가 넘어서자 그때 겨우 900번대 번호가 불려지고 있었다. 희망을 접어야 했다. (921번 부를 때 자전거 대여소를 벗어났다.)
가을 낙엽 쌓인 곳에서 멋있는 영화의 한 장면 연출해보고자 했던 희망사항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물론 그들도 긴긴 기다림 끝에 얻은 기회겠지만...
초등학교 1~2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 둘이서 양쪽 자전거 페달을 밟고, 아빠는 가운데 앉아서 휴대폰 보는 가족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진정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었다.


소식통에 의하면 10월 마지막 주가 절정이라던데 하루가 다르게 가을 끝을 향해 달려가는 단풍을 붙잡아 둘 수 없으니
이제 영화 포스터는 물 건너 가버린 건가 보다. ^^

아, 대공원에서 등산하기가 가능한지는 아직도 모른다. 다음 기회에 꼭 확인하리라 ㅎㅎㅎ


2만 보 도전해볼까 했는데, 아직까지는 불가능이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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