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국적으로 누구나 산에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무장애 나눔길이 많아졌다. 흙을 직접 밟고 걷는 느낌과 달라서 산에 오르는 맛이 안 난다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신체 활동이 조금 불편한 사람들이나 나처럼 등산 초! 초!!보!!!인 등린이에겐 만만하게(?) 오를 수 있어서 대환영이다.
전국 최장 무장애나눔길을 자랑하는 인천 남동구의 자랑 만수산에 다녀왔다.
만수산 초입부터 정상석이 있는 전망대까지 경사도 완만한 데크길이어서 누구라도 쉽게 갈 수 있는 산.
내 입장에선 인천의 몇몇 군데 가 본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낯선 곳인데 만수산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지도를 켜고 거리를 확인한 후 적정한 거리여서 가보기로 했다.
만수산 산행 후기를 종합해볼 때, '신동아아파트 9동'으로 가는 게 가장 정확해 보였다.
버스에서 내린 후 신동아 아파트로 향했다.
연고도 없는 아파트에 들어가자니 좀 어색했는데 어느 아파트에나 다 있는, 심지어 작은 건물에도 다 있는 주차장 차단기가 없었다. 그래서 소심한 아줌마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공원 주차장이 따로 있었지만 아파트를 통과해야만 갈 수 있는 듯하다. 주차장 안내판을 읽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남동구청과 신동아 아파트 통행로 이용 협약에 따라 공원 방문객이 아파트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신동아 아파트 주민들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9동 앞에 다다르니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알고보니 아파트에서 훤히 보이는 탁 트인 곳에 동인천고등학교가 있는데 학교 담을 넘은 남학생들의 우렁우렁한 목소리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건강한 학생들 목소리다.
9동 뒤로 걸어가서 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규모가 큰 게이트볼장과 친환경 나무로 만들어진 유아숲체험원 등 시설이 너무 좋아서 얼이 빠진 듯 가만히 서있었던 것이다.(응~ 촌사람 ^^)
게이트볼장에선 어르신 네 분이서 경기를 하고 계셨다. 낯설지가 않다.
친정어머니도 게이트볼을 하시며 현재 동네 선수로 활약하고 계신데
'우리 엄마도 이분들처럼 게이트볼 치며 열심히 운동하고 계시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 가는길로 들어섰다.
어? 그런데 내가 생각한 데크 길이 아니다???
아하? 여기가 입구구나!
만수산은 해발 201m인 낮은 산이지만 등산로가 불편하여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 남동구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업비 20억 원을 들여 데크길 2,751m의 무장애 나눔길을 조성했는데 여기엔 개인 소유의 토지를 내어준 김남식 선생의 "산은 누구나 자유롭게 오를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 더해져서 더 빛을 발한다.
만수산 입구의 나무들은 벌써 겨울옷을 입고 있다. 맞춤옷처럼 딱 맞는 겨울옷 입은 나무들이 등산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누구 솜씨인지 참 대단하다.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 표지석을 지나 겨울옷 입은 나무 구경하다보니 금방 데크 길로 들어섰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무장애 나눔길을 걷게 된 것이다.
작년 12월에 완공된 국내 최장 무장애 나눔길이다보니 주의 사항이 많다. 산악 자전거, 등산 스틱, 아이젠 등은 데크 훼손 우려가 있어서 금지다. 뱀도 출몰한다는 주의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너무 과장하는 거 아닐까 싶은데... 주의해서 나쁠 것 없으니 눈 크게 뜨고 다녀야겠다. (그런데 뱀과 눈 마주치면 어떻게 하지?)
힘들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너무 좋은걸?
군데군데 메시지가 걸려있는데 마치 나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같다.
너무 감정 이입을 했나? (응, 정신 차려!)
연둣잎 새순이 돋아나는 새봄도, 초록이 드리워진 여름도, 빨갛고 노랗게 물든 가을도 그리고 소복이 눈 쌓인 겨울도 다 잘 어울려서 언제 누구라도 반겨줄 것 같은 길이다. 가을도 아닌 그렇다고 겨울이라 하기엔 아직은 따뜻한 이 어정쩡한 11월 말의 만수산 풍경도 나쁘지 않다.
만수산 오르는 길이 여러 곳이어서 만수산 주변 동네 어디에서도 쉽게 오를 수 있었다. 나는 초행길이어서 정석대로 입구 찾아 삼만리 했었는데 앞으로 다양한 길로 다녀봐야겠다.
곳곳에 쉬어갈 수 있도록 나무 의자가 배치되고 있고 다양한 볼거리를 전시해놨다.
마침 시화전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한 편씩 읽어보며 걷다가 마음에 드는 시를 발견했다.
빈 손
오르막 길에서 한 걸음
난 몰랐네
왜 이리 힘든지
등짐 속 탐심(貪心)
내려놓고 버리는데
반백 년
내리막 길에서 한 걸음
이제야 알겠네
이토록 가벼운 이유
내려놓고 버려서 가볍다고 했는데, 나도 다 내려놨는데 아직도 무거운 이유는 뭘까?
어린이 그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보다 더 잘 그리는걸?
만수 8경 찾는 재미도 있다.
만수 8경 중 1경... 만수무강 나무
만수 8경 중 2경... 바람의 계곡
만수 8경 중 3경... 잣나무 숲
만수 8경 중 4경... 삼둥이 나무
만수 8경 중 5경 ...만수동 전경
만수 8경 중 6경... 만수산 주상절리
만수산 8경 중 7경... 만수산 연리지
만수산 8경 중 8경... 남동구 전경
내가 찾은 건 4개. 나머지는 어디 있을까?
전망대에 올랐다. 만수산은 201m. 완만한 데크 길이다 보니 30여 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은 안타깝게도 시야가 흐려서 자세히 볼 수 없었다.
맑은 날 다시 가야지~!
내려가는 길.
내리막 길이다 보니 금방 내려가게 되었다. 다시 한번 더 올라갔다 올까 생각했다.
그러다 산길로 내려가는 길이 보였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게이트볼 경기하는 소리가 들려서 안심하고 산길로 내려갔다.
낙엽 냄새도 좋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소나무도 반갑다. 너무 자유롭게 자랐는걸???
이 정도 산길이면 충분히 걸어도 될 것 같다.
산길 걷는 재미에 취하려 하자마자 게이트볼장 옆에 있는 유아숲 체험원에 도착했다.
꼭 공산품을 써야 하는 부품 외엔 모두 나무로 만들어진 놀이터. 아이들에게 참 좋을 것 같다.
마침 아무도 없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짚라인' 한번 타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옆 플래카드 속 큰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놀이 시설
특히
"짚라인"
어른들의 이용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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