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완벽하게 혼자 있는 건 아주 오랜만이다.
며칠 전, 주말에 다들 약속이 있다는 것을 알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번 주말엔 소파에 딱 붙어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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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문자가 왔다.
평소 자주 공연 예매를 하는 사이트에서 보낸 일종의 공연 광고였다.
인기 있는 공연은 티켓 예매 시작하자마자 매진되지만,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은 완전매진이 안 되는 걸 더러 봐왔는데 <한국 팝의 고고학 7090>도 공연 날이 다가오는데도 아직 매진이 안 되었던 모양이다.
멀어서 안 보려고 했던 공연이었는데, 나 같은 백수에게까지 문자가 온 걸 보면 아직 자리가 여유 있구나 싶었다.
평일엔 자의로 혼자 공연 보는 날은 있었지만 주말에 혼자 공연 보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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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대중음악 평론가 김학선의 '우리나라 보컬그룹 역사' 강의가 시작되었다.
노래 한 곡 끝나면 설명하는 형식인 줄 알았는데 무려 40여 분 동안 강의가 계속되었다.
60년대 말부터 미 8군 위문공연으로 인해 보컬그룹 열풍이 일었고'플레이보이 컵 쟁탈 보컬그룹 경연대회'가 열리면서 '밴드의 시대'가 부흥기를 맞이하며 우리나라 음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내용인데, 그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우리나라 음악 역사 강의를 듣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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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운드 '사랑과 평화'
강의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사랑과 평화'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무위키에서 '사랑과 평화'를 검색하면 '대한민국 펑크의 개척자이자 1978년 결성된 한국의 펑크록 밴드'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사랑과 평화'가 우리나라 가요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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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사람들도 '사랑과 평화'의 <한 동안 뜸 했었지>, <청바지 아가씨>라는 노래를 알까?
70~8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그 시대의 노래가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시작되었다.
라디오나 TV에서만 봤던 그룹사운드가 내 앞에서 노래를 하다니.
공연 테크닉이나 목소리는 세월의 흐름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예전과 똑같았다.
'이렇게 재미있어도 돼? 안 봤으면 후회했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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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클라이맥스일 때 보컬리스트(이철호)가 관객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나이 든 사람들이... 가능할까?)
(응~ 가능해 ㅎㅎㅎ)
물론 그전부터 일어서서 춤추며 손뼉 치는 관객도 있었다.
'사랑과 평화'의 찐 팬 인정!
공연장은 열기가 가득했다.
중장년 관객이 대부분인데 관절염 앓고 있는 사람도 그 시간만큼은 관절염이 물러갔을 거다.
눈치 보지 않고 춤출 수 있는 시간!
나는 워낙 각목 스타일이라 춤과는 거리가 멀지만 열기에 취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그 시간만큼은 다른 세상에 있는 기분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7080년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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