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73일차. 혼자 놀기의 달인되기/한동안 뜸 했었지/ 청바지 아가씨/ 한국 팝의 고고학 7090 '사랑과 평화' 공연 후기

문쌤 2022. 11. 27. 23:51


주말에 완벽하게 혼자 있는 건 아주 오랜만이다.

며칠 전, 주말에 다들 약속이 있다는 것을 알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번 주말엔 소파에 딱 붙어있으리라!'


그때 문자가 왔다.
평소 자주 공연 예매를 하는 사이트에서 보낸 일종의 공연 광고였다.

인기 있는 공연은 티켓 예매 시작하자마자 매진되지만,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은 완전매진이 안 되는 걸 더러 봐왔는데 <한국 팝의 고고학 7090>도 공연 날이 다가오는데도 아직 매진이 안 되었던 모양이다.

멀어서 안 보려고 했던 공연이었는데, 나 같은 백수에게까지 문자가 온 걸 보면 아직 자리가 여유 있구나 싶었다.


평일엔 자의로 혼자 공연 보는 날은 있었지만 주말에 혼자 공연 보기는 처음이다.

예술 작품같은 트라이보울 공연장



오후 3시.
대중음악 평론가 김학선의 '우리나라 보컬그룹 역사' 강의가 시작되었다.
노래 한 곡 끝나면 설명하는 형식인 줄 알았는데 무려 40여 분 동안 강의가 계속되었다.

60년대 말부터 미 8군 위문공연으로 인해 보컬그룹 열풍이 일었고'플레이보이 컵 쟁탈 보컬그룹 경연대회'가 열리면서 '밴드의 시대'가 부흥기를 맞이하며 우리나라 음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내용인데, 그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우리나라 음악 역사 강의를 듣는 시간이었다.

출처: 가요앨범사 '제2회 플레이보이컵 쟁탈 보컬그룹 경연대회'


그룹사운드 '사랑과 평화'


강의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사랑과 평화'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무위키에서 '사랑과 평화'를 검색하면 '대한민국 펑크의 개척자이자 1978년 결성된 한국의 펑크록 밴드'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사랑과 평화'가 우리나라 가요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도 '사랑과 평화'의 <한 동안 뜸 했었지>, <청바지 아가씨>라는 노래를 알까?

70~8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그 시대의 노래가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시작되었다.


라디오나 TV에서만 봤던 그룹사운드가 내 앞에서 노래를 하다니.

공연 테크닉이나 목소리는 세월의 흐름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예전과 똑같았다.

'이렇게 재미있어도 돼? 안 봤으면 후회했겠는걸'



공연이 클라이맥스일 때 보컬리스트(이철호)가 관객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나이 든 사람들이... 가능할까?)
(응~ 가능해 ㅎㅎㅎ)

물론 그전부터 일어서서 춤추며 손뼉 치는 관객도 있었다.
'사랑과 평화'의 찐 팬 인정!

공연장은 열기가 가득했다.
중장년 관객이 대부분인데 관절염 앓고 있는 사람도 그 시간만큼은 관절염이 물러갔을 거다.


눈치 보지 않고 춤출 수 있는 시간!

나는 워낙 각목 스타일이라 춤과는 거리가 멀지만 열기에 취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그 시간만큼은 다른 세상에 있는 기분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7080년 대로~


사랑과 평화 - 한동안 뜸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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