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92일차.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feat.서울식물원 온실)

문쌤 2022. 12. 16. 23:44

딸내미가 회사 권유로 연차 소진을 위한 휴가를 받았다.

"엄마 블로그에 나온 장소 중 가고 싶은 곳 있으면 같이 갈까?"

이렇게 선심쓰듯 말해놓고 내심 걱정이었다.

'걸어서 정서진 노을종 보러 가자고 하면 어쩌지?'

' 에이~ 설마...'

그렇다.

딸내미는 이처럼 매서운 추위에 무모한 도전을 할 리 없다.

고심 끝에 딸내미가 선택한 장소는 바로바로~

"서울식물원 온실~"

그래, 추우니까 온실이 답이다^^

주제원 가는 길

오늘 아침 캘리그라피 수업 갈 때 빙판길을 건너가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계신 할머니를 부축해드렸는데, 폭설이 내리거나 빙판길일 때는 되도록 나가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인 것 같다.

서울식물원 내 산책길은 제설 작업을 했는데도 군데군데 빙판길이어서 걸을 때 여간 조심스러웠다. 산책 나온 사람들도 발걸음 떼는 게 조심스러워 보였다.

그럼에도 혼자 갔다면 분명 서울식물원 산책길을 걸었겠지만, 딸내미랑 동행이고 또 춥고 길도 미끄러워 주제원에서 입장권 구입한 후 곧장 온실로 향했다.

서울식물원 주제원 크리스마스 장식

입장료(성인 5,000원)를 내고 들어가는 주제원이지만 겨울이라 나무들도 볏짚을 엮어 만든 옷을 입고 있으니 딱히 볼거리는 없다. 그나마 크리스마스 장식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추운데 포토존은 왜 또 이렇게 많은거야?

예쁘게 꾸며놓은 주제원에서 찍은 딸내미 사진만 수백 장은 될 듯...

계속 장갑을 꼈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손가락이 추위에 노출될 때마다 손을 얼음물에 담근 것 같은 매서운 통증이 느껴져 딸내미가 포토존에서 포즈 취할 때마다 대~충 막 찍었다.

이렇게 몇 번 반복되자 딸내미는

"제대로 찍은 거 맞아?"

결국 엄마를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온 세상이 꽁꽁 얼었다.

사방이 트인 동네여서 칼바람이 매섭다.

이런 날씨에 경치 감상은 사치다.

드디어 다 왔다.

빨리 온실로 들어가자~!

온실 입장권으로 온실과 주제원 입장 가능

서울식물원 온실에 들어서자마자 화려하게 단장한 포토존이 환영 인사를 대신한다.

일단, 여기서부터 또 사진 찍느라 진도가 더디다.

방금 전까지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다면 온실인 만큼 적정 온도와 습도 때문에 들어서자마자 더워서 자연스럽게 모자, 목도리, 장갑을 벗게 된다.

몇 발자국 걷다 보니 외투도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다양한 식물들과 따뜻한 온도.

여기가 천국이로구나!

- 지금부터 서울식물원 온실에 있는 식물들 퍼레이드~

서울식물원 온실은 시즌 별로 예쁘게 꾸며놓은 포토존이 많아서 정작 꽃구경은 뒷전이 되기 일쑤다.

몇 걸음 걸어가면 '예쁜 곳' , 또 몇 걸음 걸어가면 '또 다른 예쁜 곳'

예쁜 곳 옆에 예쁜 곳!

예쁜 꽃 옆에 예쁜 꽃!

다른 계절이었다면 화원이나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이 많지만 겨울에는 보기 쉽지 않다 보니 온실 속 꽃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온실은 겨울에 가야 제맛이다.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中

우리는 4시에 온실에 들어갔는데 어린왕자는 3시부터 행복했을까?^^

(오후 5시 퇴장시간이라 4시까지 입장 가능)

눈이 오는데도 여전히 꿀단지 옆에 끼고 온실을 들여다보고 있는 엄마 곰과 아기 곰.

온실에 왔으면 당연히 곰 가족과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국룰이라나 뭐라나^^)

온실에 있다가 밖에 나오니 백만 배는 추웠다.

너무 추웠지만 딸내미의 사진 찍기는 멈추지 않는다.

곰과 함께 사진 찍었으니 다시 온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달달한 당 섭취~!

온실 바로 앞에 있는 카페답게 실내에 식물이 많다. 식물을 테마로 한 대형 카페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온실에서 수많은 꽃들과 데이트를 마친 후 가시지 않은 여운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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