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100일차. 다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등사에 가다

문쌤 2022. 12. 24. 23:57

#1. 예매한 공연 취소 - 리처드 용재 오닐

올해 63세 정도 되는 A는 나보다 더 공연 보는 걸 좋아한다. 특히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좋아해 그의 공연이 있을 땐 백 배 더 즐기기 위해 공연 한 달 전부터 매일 연주곡을 들으며 귀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한다.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에 가면서 노래를 다 알고 가는 것과 같다.

손열음 외에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좋아하는 A는 지방에 살고 있는데 어느날 서울 공연 소식을 접했다.

가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식들 셋이서 부모님 결혼기념일 선물로 각자 돈을 걷어 리처드 용재 오닐 공연 로얄석과 항공권 그리고 호텔까지 예약을 해줬다며 공연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하는 걸까?

바로 어제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공연이 있었다.

우리는 한달 전에 미리 예매를 했었고 A가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면서까지 봤던 공연을 불과 한 시간 거리에서 볼 수 있다며 좋아했는데... 어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취소하게 되었다.

한 달 전부터 귀에 익을 때까지 연주곡을 들을 만큼 광팬이 아니어서 어제 공연을 못 본 게 아주 조금 아쉬울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테니까... 그래도 아쉬워 그 흔적을 남겨본다.


#2. 다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이브에 전등사에 가다

[1일 1포스팅]으로 100일을 채우고 그다음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걷기 + 동네 알아가기 + 글쓰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겠다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100일 걷기 챌린지]를 시작하게 되었다.

100일 전, 그러니까 9월 15일 [100일 걷기 챌린지] 1일 차는 전등사였다.

그날 전등사에서 '성실하게 포스팅한 후 100일째 되는 날 다시 전등사에서 마무리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1일 차에 전등사 어느 구석에 각서를 숨겨놨어야 했는데...^^)

다시 찾은 전등사.

자주 가면 감흥이 떨어질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자주 가고 싶은 곳이다.

그나마 체력이 남아있을 때 올라가서 시원하게 펼쳐진 강화를 보고 싶어 동문을 통과하자마자 정족산성으로 바로 올라갔다.

시작부터 계단이다.

급할 거 없다. 중간에 쉬었다 가면 되는 것을...

전등사에 갈 때마다 감탄했던 소나무다. 겨울이 되니 더 돋보인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쓸쓸한 가을날이나

눈보라 치는 날에도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부르던 노래가 지금은 소나무의 넘치는 기개에 반하고 있다.

계단에 오르다 중간쯤 멈춰서 경치를 보니 쾌청한 강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춥지만 맑은 하늘이 제 몫을 다 한 날이다.

쉬면서 뒤를 돌아보니 동문이 저 멀리 보인다. 생각보다 많이 올라왔나 보다.

마치 끝인 것처럼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끝은 곧 또 다른 시작이라는 거~ ^^

남부지방과는 달리 최근 2~3일 동안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그전에 쌓인 눈이 녹지 않아 온 세상이 하얗다.

벤치 하나 없는 곳에 서서 한참 동안 바라봤다.

원래 있던 발자국을 이파리 삼아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 위에 발자국 꾹꾹 눌러 꽃 한 송이 그려봤다.

쌓인 눈이 '백설기' 같다는 표현을 하곤 하는데 그 말이 틀린 표현이 아니다.

살짝 햇볕 받은 눈은 정말 백설기 같다.

조금만 더 올라가보자. 저기 위까지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야지.

어제 처음으로 동영상 촬영해서 올렸는데 색다른 재미여서 오늘도 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처음 찍은 영상은 화면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어서 NG~

그다음은 잘 찍었는데 마지막에 콧물 훌쩍 거리는 소리까지 녹음되어서 NG~

같은 장소를 되돌아가서 찍은 게 아니라 계속 올라가면서 찍다 보니 세 번째 촬영할 땐 실패해도 그만할 생각이었다.

그 결과물이다 ㅎㅎㅎ

(잘 올라간 거 맞겠지?)

내가 내려온 후 올라가는 한 가족. 굉장히 힘들어 보이는데 의외로 노래를 부르며 올라가고 계셨다.

돌탑 쌓기는 선택 아닌 필수!

소원 하나 담아서 올렸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절에 가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많았다.

그러고 보니 동문에서부터 걷는 길은 깨끗했다. 누군가의 수고로 쌓인 눈은 안전한 길이 된 것이다.

눈 내린 카페도 더할 나위 없이 고즈넉하다. 한 폭의 그림 같다.

어린왕자는 아직도 전등사에 머물고 있다.

몇 작품을 제외하고 계속 전등사와 함께 할 모양이다.

갈 때마다 어린왕자를 만나겠군.

소원지 쓰기.

한지에 새해 소원을 써서 달아놓으면 정월 대보름날에 소지해 준다.

시주 동전이 있는 약수터도 꽁꽁 얼었다.

춥다고 말하는 여자친구에게 코트 벗어주고 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 남자친구 같다.

내일(12월 25일) 오전 11시에 방송인 전원주의 초청 강연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내려가는 남문 역시 눈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다.

눈 내린 겨울의 산사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화려하지 않은 담백함.

그래서 더 좋다.


#3. [100일 걷기 챌린지] 결산

지난 [1일 1포스팅] 100일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100일 케잌으로 마무리했다.

산타할아버지한테 상품권 선물도 받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일까 아니면 100일 기념 선물일까 ^^

확실히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ㅎㅎㅎ

ps.

항상시와 려로 응원해주신 사랑하는 이웃님~^^

이웃님들의 응원이 없었으면 100일 채우지 못했을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자주 듣는 노래 한 곡 올립니다.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꾸벅~

https://youtu.be/Kfir1Ylh19U

출처: 유튜브 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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