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인천 가볼만한 곳] 어서와, 계양산은 처음이지?(계양산 정보 없음 주의)

문쌤 2023. 1. 12. 23:56

계양산 : 어서 와, 계양산은 처음이지? 인천에 유명한 산이 두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계양산이야. 계양산(395m)은 인천 시내에 있어서 마니산보다 접근성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이지. 이사 온 지 몇 달 지난 걸로 아는데 왜 이제 왔을까?
오늘 계양산에서 즐거운 산행이 되길 바랄게~^^

경인여자대학교 후문에서부터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양산 다녀온 후기를 보면 계양문화회관이나 계양산성박물관에서 출발한다고 하는데 경인여자대학교 후문에서 한참동안 지도를 보고 있으니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등산객이 "다 같은 길"이라며 이쪽으로 올라가도 계양산성박물관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차량은 출입할 수 없는 길.
아주 마음에 든다 ^^

올라가자마자 만난 세 군데 갈림길.
앞으로 계속 갈 것인가 평평한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돌계단을 올라갈 것인가.
아무런 표시가 없다.
그럼 일단 앞으로 계속 걸어가보자.


산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 계양공원안내센터에서 물어보기로 했다.
센터 직원은
"센터 뒤로 올라가면 가장 빨리 정상에 올라갈 수 있고 계양산성박물관에 가려면 올라가다가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고 알려주었다.

그럼 잘 온 건가?
아니다.
처음 진입했을 때 봤던 평평한 길로 갔어야 했다.
어차피 가는 거리는 비슷하다며 센터 뒤로 가라고 알려주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난징의 현무호(玄武湖)나 양저우의 수서호(瘦西湖) 또는 상하이의 南京东路, 东方明珠, 外滩은 연필로 지도를 그릴수 있을 정도로 아직도 훤하다.
하지만 계양산은 처음이니까 나에게 너무 어려운 곳이다.

안내센터를 돌아서자 바로 계단이다.
산인데... 이 정도는 애교지 ^^ (애교라뇨 후회가 코앞 ㅠㅠ)


계양산성박물관으로 가는 이정표를 찾았다.
왼쪽으로 올라가면 바로 계양산 정상으로 갈 수 있지만 정상만 가려고 한 게 아니니까 일단 계양산성박물관 쪽으로 걷기로 했다.

엊그제 갔던 정수사에선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전등사에서도 느끼지 못했는데 계양산은 확실히 사람이 많았다.
체육복 입은 고등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고 인솔자가 있는 여행객들도 여러 팀이었다.
일반인은 더 많았다.

다른 길이 또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좁은 길을 왕복으로 다니다 보니 호젓한 산행은 절대 불가능 했다.
산은 산인데...숲이 주는 느낌이... 음... 뭔가... 음... 그랬다.

저질 체력 자랑하며 군사 시설이 반겨주는 시야가 확 트인 장소에 도착.


이때 '그냥 바로 정상에 올라갔다가 내려올걸'하는 후회를 잠깐 했다.
하지만 저 건너편이 궁금하니까 걸어가 보자^^


눈으로만 보고 일단 지나갈게요~^^


컨디션이 안 좋아 벤치에 앉아 쉬고 싶은데 빈자리가 없다.

쉬고 싶어요~



잠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했지.

계속 이어지는 계단.
빨리 쉴 곳을 찾아야 해!!!

육각정 도착.
이상기온으로 오늘 낮최고 기온이 12도였다.
겨울 옷차림이 그렇듯 두꺼운 옷을 껴입어서 덥게 느껴졌고 피곤해서 아무 데나 앉고 싶었다.
고맙게도 육각정 옆 벤치에 앉아있던 사람이 금세 자리를 떠 드디어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자리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는데 바로 옆 계양산성박물관 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막걸리 마시고 이 길 내려가면 큰일 나겠지?"

"넘어지면 머리 깨지는 거지 뭐"

으윽~ 끝이 안 보이는 돌계단이다ㅎㅎㅎ
계양산성박물관에 가는 건 상관없는데 다시 이 길을 올라와야 한다는 게 부담이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냥 눈 딱 감고 패스하기로 했다 ^^

내 무릎은 소중하니까.

그리고 올해는 열심히 살지 말자고 다짐을 했잖은가.
더불어 '나를 사랑하자'까지 더해지니 이만한 핑계는 없지 않나 싶다.

여름엔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밋밋하면서도 넓고 평평한 곳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보는 경치도 궁금했다.

올라와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인상 좋아 보이는 어르신이 굉장히 미안해하며 다가오셔서
"매일 이곳을 올라오는데 한 번도 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서 오늘은 꼭 찍고 싶은데 찍어줄 수 있냐"
고 물었다.

내가 사진 똥손인 건 아실까?
어쩌면 소중한 사진을 수도 있을 텐데 하필 나한테 부탁하시다니...



오래도록 생각을 하셨는지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셨다.
휴대폰을 받아 들고 보니... 화면이 깨진 건지(화면이 깨져도 사진이 찍히 ㄹ...까...요?) 아니면 보호필름이 깨진건지 암튼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보였다.

원하는 배경 삼아 포즈를 취하고 계시는데...

아... 화면에선 어르신이 안 보였다.

내가 잘못 봤나 싶어 휴대폰 너머로 어르신을 보니 여전히 쌍따봉을 한 채 귀여운 표정을 짓고 계셨다.
그런데... 햇빛 때문인지 화면이 까매서 아예 안 보였다.

내 눈을 탓해야 맞는 거지?

느낌으로 최대한 맞춰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자리를 바꾸더니 또 찍어달라고 하셨다.
나는 햇빛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서있었다.
아무리 봐도 화면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식은땀이 났다.

다시 휴대폰 너머로 어르신을 확인하고는 일단 눌렀다.
찰칵 소리가 날 때마다 어르신은 포즈를 바꾸셨다^^
이 사진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죄송하게 왜 하필 똥손에게 부탁을 하셔가지구...

여름이면 어떤 모습일지 참 기대되는 곳이다 ^^




잘 쉬었으니 이제 계양산 정상을 향해 가보자.(내 체력으로는 그냥 내려갔어야 했다. 더군다나 몸 상태가 영~)
눈길만 줬던 팔각정도 올라갔다.
저 멀리 탑이 보인다. 저곳까지 걸어가야 한다.

쉼터에서 물 마시며 잠깐 쉬기.
여기서 초콜릿을 먹었어야 했다.
당이 필요하다고 느꼈는데도 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걸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혼이 나갔나보다.

힘내서 올라가 보자!!!
힘내라 힘!!!

인천종주길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하지만 지금은 알고 싶지 않아...^^


또다시 시작된 계단 맛집.
살짝 옆으로 둘러서 길을 만들면 더 좋았을 텐데...

계양산 : 사람들은 빨리 정상에 올라가는 걸 더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계단을 직선으로 만들었잖아. 빨리 올라가니까 다들 좋아하던데 왜 불만이야. 촌스럽게~


저 멀리 내가 걸어온 길이 보인다.
미세먼지 때문에 희뿌얘서 아쉽지만 사방이 트여서 좋구나.

계양산: 아직 감탄하기엔 일러. 10%도 안 보여준 거야.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올라가

아, 계단 맛집
감사하구요~^^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지 뭐예요~^^

계양산: 계단 많은 거 불평할까 봐 이런 길도 준비했지~^^ 어때, 맘에 들어?


허얼~~~~~~~~


"더 이상 철조망을 설치하고 싶지 않습니다. 등산로를 이용해 주세요"

문구가 너무 간절해 보인다.
아마 등산로 정비하기 전부터 다양한 길로 다니던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철조망을 설치했는데, 편함을 얻는 대신 멋과 낭만을 잃어버린 등산객이 자꾸 위험한 곳을 걷는 모양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힘을 내자.

계단 어디쯤에서 멈춰있었더니 지나가던 학생이
"안녕하세요, 화이팅!"
하며 지나갔다.

뉘 집 자식인지 매너가 참 훌륭하다.


이젠 확실히 멀리 느껴진다.
내가 이 산을 걸어오다니... ^^(뿌듯~)


묘선생은 계양산에서 살까?
사람들과의 접촉이 익숙해서인지 해탈한 표정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진짜 마지막 계단. 힘을 내자!!!


드디어 도착을 했습니다!!!!


사방이 트여서 거칠 게 없다.

왠지 계양산과 친해질 것 같은 느낌이다.
단, 계단 많은 건 좀...



'30만 장쯤 되는 사진을 갖고 있는데 산에 오를 때마다 한 장씩 꺼내 지우고 싶다.
운이 좋으면 두세 장도 가능하겠지. 한 장도 지우지 못한 채 다시 집어넣어야 한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오늘 계양산을 오르며 몇 장의 사진을 지웠을까?'

뒤로 걸어서 내려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릎이 너~~ 무 아파.
미세하게 금이 가는 느낌???

계양산: 처음으로 계양산 오른 소감이 어때?

음... 우리 친하게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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