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동안 인사동 전시회를 여러 군데 다니다 보니 다양한 소재로 그린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감상할 수 있었다.
그중 갤러리 인사아트 2F의 개인 전시회 <먹의 산야>는 작가와 이야기 나눠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못한 게 못내 아쉬워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수묵화여서 느낌있게(?) 한자를 많이 썼나 보다 생각했는데 작가 소개 글을 읽어보니 우리나라 작가가 아니다.
이지 작가는 중국 내에서 예술 대학으로 유명한 경덕진도자대(景德镇陶瓷大学)에서 석사를 마쳤다. 경덕진도자대학은 우리나라 미술전공 학생들이 유학을 가는 유명한 학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현재 단국대 조형예술학과 동양화 박사 과정을 밝으며 비상을 꿈꾸고 있다.
곧 날아오르리라.
전시회를 보러 가면 인포 데스크에 작가가 아닌 작가와 관련된 사람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관람 도중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고 싶어도 오히려 피하는 눈치여서 눈으로 보고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할 뿐이다.
<먹의 산야> 관람을 마친 후 갤러리를 나오려는데 인포 데스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전시 프로필 사진과 동일 인물인 이지 작가였다.
그림 감상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했더니 전시 도록을 선물로 주며 몇 마디 했다.
아, 그때 알았다.
한국말이 능숙하지 않다는 것을.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려다가 그만뒀다.
한국말을 굉장히 능숙하게 잘해서 내가 하는 질문 모두 답변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새털처럼 가벼운 나의 중국어 실력으로 질문을 하자니, 중국어로 미술 전문 용어를 설명하는데 내가 못 알아들으면 서로 난감할 일 아니겠는가^^
이지 작가는 “산수를 그리려면 방방곡곡 다니며 두루 식견을 넓히고 난 후에야 그림 그리는 법을 알게 된다.”며 필묵으로 산수에 있는 풀과 나무, 산과 바위 하나하나를 탐구한 다음 이를 묘사하고 사생(寫生)했다고 한다.
또한 반복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면서 필묵과 자연을 고도로 함축하고 이들을 조화로운 미감으로 결합하였다고 하는데 방방곡곡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붓과 먹으로 자연을 함축하는 방법도 궁금하지 않은가.
여러모로 아쉬움만 남게 된 관람이었다.
왜 물어보질 못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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