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만에 다시 장릉을 찾았다.
생각해 보니 눈이 내리는 날이면 장릉을 가게 된다.
눈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과는 별개로 금방 내리기 시작하는 뽀송뽀송한 눈은 설렘이 있다.
눈 구경은 하고 싶지만 계단이 많은 산이나 걷기 불편한 곳은 아무래도 꺼려지게 된다.
그래서 눈 내리는 날엔 장릉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가 보다.
오전에 일찍 갔으면 좋았으련만 도착해 보니 부지런한 직원들이 벌써 눈 쌓인 길을 깨끗이 치운 뒤였다.
알고 있었는데...
왜 미처 생각을 못했는지... ㅠㅠ
현재 내가 알고 있는 곳 중 가장 안전하게 눈길을 걸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장릉이다.
'겨울 = 춥다'가 아닌 '겨울 = 포근하다'는 등식이 가장 잘 맞는 곳이기도 하다.
재실 가는 길에 만난 조그마한 눈사람.
주황색 모자가 아니었으면 못 보고 지나쳤을뻔.
그러고 보니 눈사람 주위에 오리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모두 열 마리.
외롭진 않겠다^^
눈 오는 날, 장릉에서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꼭 장릉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지만^^)
바로, 눈 쌓인 나뭇가지(소나무면 더 좋을)를 흔들어 슬로모션으로 촬영하기다.
예전에 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 쓰잘데 없는 생각이 떠올랐나 보다^^
입구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적당한 소나무를 발견했다.
앗!!!
키가 안 닿는다!!!
소나무가 아니어도 좋다.(한발 물러서기! 이런 정신 좋아^^)
내가 상상하는 영상을 완성시켜 줄 나무를 찾아보자!
적당한 나무 발견!
나뭇가지를 흔들어 슬로모션으로 찍기만 하면 된다.
앗!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슬로모션 찍을 때 아들은 카메라맨, 나는 주연, 남편과 딸내미는 스탭(나뭇가지 흔들기)이었다.
다들 후두둑 떨어지는 눈 밑에 서있기 싫어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했을 뿐인데(가위바위보를 했었나?) 의외로 예쁜 영상이 완성되었다.
다른 사람의 손이 필요한데
거기까지 생각 못 하고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려니 마음대로 안 된 거다.
나뭇가지 흔들고 뒤로 물러나서 슬로모션 찍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
마음처럼 안 되어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나뭇가지 한 번만 흔들어주세요~"부탁하고 싶을 정도였다 ^^
한두 번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해야지... 했는데
걸어가다가
적당한 높이의 소나무 발견^^
다시 해보자!!!
ㅎㅎㅎ
아, 역시나 잘 안 되었다.
해설사 선생님을 만났다.
눈 오는 날에만 오느냐고 하셨다.
너무 놀랐다.
"저를 기억하세요?"
대답 대신
"눈 오는 날에는 아침 일찍 와야 된다고 말해줬는데"하신다.
대단한 눈썰미를 가지셨다. 한번 보고 기억하시다니...
그냥 넘겨짚으신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재실 툇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려고 하는데 느낌이 이상해 고개 돌려보니 대포카메라 세 대가 나를 향해 셔터 누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뒷마당으로 도망~ ^^
재실을 촬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을 뿐인데 내가 앉아서 그들이 오히려 놀랐을 수도^^(그랬을 거라 생각하기로 함)
눈이 흩날리는 장면을 슬로모션으로 찍어보려다 포기하고 장릉 한 바퀴 돌고 있는데 바로 눈앞에서 눈 꽃송이가 흩날렸다. 슬로모션으로...
눈 쌓인 키 큰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큰 꽃송이를 털어낸 것이다.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으면서도 넋 놓고 보느라 찍는 걸 잊어버렸다^^
혹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어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지만 다시 볼 수 없었다.
내가 불쌍해서 보여줬나 보다 ㅎㅎㅎ
옛다!
뭐 이런 느낌? ^^
한 바퀴 돌고 나가기 아쉬워 다시 한 바퀴 더 걷기로 했다.
장릉엔 '한방향 걷기' 팻말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팻말에 적힌 대로 한 방향으로 걷게 된다.
하지만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다른 그림을 볼 수도 있으므로^^
사진 상으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반대 방향으로 걸을 때 눈으로 보는 풍경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저수지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벤치가 여러 개 있다.
춥지 않을까 생각도 잠시, 이미 다른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이 있어서 1인 매트를 깔고 앉아 따뜻한 차를 마셨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함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이 심장으로까지 전해져 온다.
편의점이나 카페 하나 없어도 장릉 안에서 하루종일 놀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커피는 장릉을 빠져나와 효원연수문화센터에 있는 카페에서 마시기로~
이곳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름 추억이 있는 곳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 표현을 빌리자면 '레트로 갬성'이 물씬 나는 카페다.
창밖으로 보이는 야외 정원은 마치 장릉의 소나무를 옮겨놓은 것처럼 아주 닮았다.
피아노가 있고 책이 있고 커피가 있는 곳.
나의 아지트^^
PS. 실패한 영상이지만 그 중 가장 괜찮은 영상 올렸는데, 확인해보니 비공개한 적 없는데도 비공개 영상이라고 나옴^^
올리지 말라는 뜻으로 알고 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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