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수선화 관련 칼럼을 읽고] 영화 빅 피쉬, 서산 유기방 가옥, 시인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수선화와 관련한 에피소드

문쌤 2023. 2. 10. 23:28

[100일 걷기 챌린지] 중 겨울인데도 인천수목원 '꽃개오동' 이야기로 포스팅한 적 있다. 그때 <김민철 꽃 이야기>를 잠깐 언급했는데, 오늘도 <김민철 꽃 이야기> 칼럼을 소환하려고 한다.

[100일 걷기 챌린지]82일차. 첫눈 오면 만나자고 약속 했던가요? 꽃개오동 선생 (feat. 인천수목원)

아니지... 오라는 말은 없었다. 그러나 만나야 한다면 눈이 내려도 가야 하지 않겠나. 먼저, 오동 나무에 대한 추억을 빼놓을 수 없다. 아주 오래 전에 아는 분 집에 점심 초대를 받은 적 있다.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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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구독하고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조선일보 김민철 논설위원이다.
이번주(2월7일) <김민철의 꽃 이야기>는 수선화 관련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김민철의 꽃이야기] ‘빅 피쉬’ 1만송이 수선화 vs 거문도 금잔옥대 수선화

김민철의 꽃이야기 빅 피쉬 1만송이 수선화 vs 거문도 금잔옥대 수선화

www.chosun.com



출처:제이브로


맨 먼저, 좋아하는 여자 집앞에 수선화를 가득 심어 프러포즈하는 명장면으로 유명한 영화 '빅 피쉬'를 소개하고 있다. CG로 처리하지 않고 1만 송이를 직접 심어서 촬영을 했다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영화 평론가에 의하면 1만 송이 꽃밭에서 프러포즈받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과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촬영한 후 CG작업하는 것은 아무리 배우가 뛰어난 연기를 하더라도 감정 연기가 다를 것이라고 얘기한 적 있다.

아마 감독 팀 버튼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수선화를 직접 심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출처:소소한일상의 서산 유기방 가옥
출처:먹고마시고놀러의 서산 유기방 가옥

'빅 피쉬'보다 더 아름답고 우아한 '서산 유기방 가옥'의 수선화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우리 정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수선화 꽃밭이 아닌가 싶다.

김민철 논설위원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없으나 칼럼을 읽다 보면 마치 음성지원 되는 것처럼 그의 방대한 꽃 지식을 바탕으로 한 수선화에 관한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수선화'하면 유명한 꽃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스에 사는 꽃미남 나르키소스는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정작 나르키소스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르키소스에게 거절당한 한 여인이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게 "나르키소스도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고통을 받게 해 달라"라고 간곡히 청한다.
네메시스는 그런 여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어느 날 나르키소스는 숲속에서 사냥을 하다가 갈증을 느껴 샘을 찾을 찾는다. 샘에서 물을 마시려고 물 위를 보다가 자신의 잘생긴 모습을 보며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복수의 여신인 네메시스가 내린 저주 때문이다. 나르키소스는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보다가 물에 빠져 죽게 된다.

나르키소스가 죽고 난 뒤 샘물가에 한 송이 꽃이 피어나는데 그게 나로 수선화다.

수선화의 꽃말은 신비, 고결, 자기 사랑이다.


'수선화'와 관련된 시 중 가장 유명한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명하다.

수선화에게 / 詩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식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로 더 유명한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에는 수선화가 등장하지 않는다.

왜일까?

정호승은 연노란색이 외로움을 표현하는 빛깔이라고 했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시인의 눈에는 연노란색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수선화에게로까지 닿았나보다.

출처:사각수제화분과다육


나에겐 '수선화'와 관련된 소박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오래전, 일 때문에 모 중학교에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빈손으로 가자니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꽃가게에 들렀다.

마침 노랗게 핀 수선화가 시선을 붙잡았고 마음이 가는 대로 수선화 포트를 여러 개 샀다.

보름 후쯤 일을 마무리 지으러 다시 학교에 방문했더니 작은 섬마을 학교의 아주 작은 화단엔 노란 수선화가 활짝 피어있었다.

내가 가져간 수선화는 전교생 몇 명 안 되는 작은 학교 학생들의 봄꽃이 되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일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2년 후쯤 다시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3월의 학교 화단은 노란 수선화가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2년 전 꽃다발을 사지 않고 수선화 구근 산걸 뿌듯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올봄엔 황금물결을 이룬 수선화 꽃밭에 꼭 가보리라. 그래서 몇 년 후쯤 '수선화' 관련 이야기를 또 하게 된다면 올봄에 본 수선화 이야기를 꼭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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