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문이 있지 않고 좌우가 뻥 뚫려있어서 손님이 아니어도 사람들 왕래가 잦은 그런 카페.
보통 백화점에 그런 카페가 있다.
아늑한 맛이 없어서 아주 질색이지만 다른 카페는 빈자리가 없으니 일단 앉고 보자.
체력이 고갈된 나만 카페에 앉아서 짐을 지키고 다들 흩어졌다.
세상 모든 소음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 같아 귀를 막고 싶었다.
그럴 땐 좋아하는 음악 듣는 게 최고다.
에어팟을 찾으려고 가방을 뒤적뒤적~
엥??? 에어팟 케이스는 있는데 정작 내용물이 없다???
뭐지? 이 상황은???
아~ 그러고보니 다른 코트 주머니에 넣어둔 게 생각났다.
아이고, 망했쓰요~!!!
뭐라도 해야 한다.
볼펜을 찾아보자.
카페에서 심심할 때 영수증이나 냅킨에 이런저런 글을 쓰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하필 오늘따라 그 많던 볼펜이 한 자루도 없다.
아이고, 또 망했쓰요~!!!
휴대폰은 눈이 아파서 오래 볼 수 없으니 패스!
뭘 하면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그때 문 없는 카페 오른쪽에서 한 커플이 내가 앉아있는 의자를 스치고 지나가고 반대편에서도 누군가 지나가며 그들끼리 서로 겹쳤다.
겹친 지점이 내가 앉아 있는 곳과 아주 가까웠다.
순간, 내 복숭아뼈에 뭔가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이미 서로 갈길을 간 후였고 복숭아뼈를 스치고 바닥에 뒹구는 플라스틱은 1m 앞에서 멈췄다.
'저게 뭐지?'
그때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지우개인가 싶었는데 나중에서야 에어팟인 줄 알았다.
마침 심심하던 차에 바닥에 떨어진 물건의 운명(?)을 지켜보기로 했다.
'곧 주인이 오겠지'
하지만 그럴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카페는 이미 만석이었고 반대편으로 나갈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에어팟 주인이 빈자리를 못 찾는다면 분명 그대로 카페를 벗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30분쯤 지났나 보다.
그러는 사이 에어팟은, 주인도 오지 않고 그렇다고 누가 줍지도 않은 채 사람들 발길에 밟힐 뻔하다가 또는 사람들 발끝에 밀리며 처음 떨어진 곳에서 이리저리 맴돌고 있었다.
나뿐 아니라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에어팟을 보고 있었지만 선뜻 줍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남녀 커플이 내가 앉은자리 옆을 지나다가 바닥에 떨어진 에어팟을 발견했다.
"어? 이거...???"
그들은 놀라며 가방을 뒤적였다.
나는 '드디어 주인이 나타난 건가?' 하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본인 것과 같은 에어팟 케이스가 바닥에 떨어져 있으니 의아해했을 것이다.
"내 것이 맞는데..."
남녀 커플은 혼잣말하듯이 말했으나 실은 주변 사람들이 다 들리도록 '에어팟 주인'임을 증명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젊은 남자가 내게
"저기요... 발..."
하면서 내 발 옆에 떨어진 것을 집어 들었다. 에어팟 케이스 뚜껑이었다.
사실, 나는 복숭아뼈를 맞고 튕겨져 나갔다고 생각했을 뿐 나머지 잔해가 내 발 옆에 남아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아는 에어팟 케이스는 본체와 뚜껑이 연결되어 있는 실리콘 제품이어서 그랬나 보다.(사실 잘 모름~애들이 사다 주면 그냥 씀^^)
어쨌거나 에어팟은 주인을 찾았고 주인은 에어팟을 찾았으니 오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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