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전쯤이었다.
OO 톨게이트를 막 지나는데 내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전혀 모르는 여덟 자리 번호.
받지 않았다.
대출 상담 전화 아니면 보험 관련 전화일 거라 짐작했다.
그런 전화는 괜히 받았다가 계속 통화하기도 그렇다고 매정하게 끊기도 애매하므로 아예 받지 않는다.
몇 분 지났을까.
이번엔 문자가 계속 들어왔다.
카드 분실은 어쩌구 저쩌구...
이게 혹시 말로만 듣던 스미싱인가??
뭔가 찝찝했다.
여러 번 울렸으나 받지 않았던 여덟 자리 번호를 검색해 봤다.
00 은행이다.
지금은 다른 은행을 이용하지만 그땐 00 은행 카드를 주로 사용했었다.
아, 이 찝찝함은 뭐지?
지갑에 카드가 잘 있는지 확인하려고 가방을 찾았다.
어랏~
내 주변에도 없다. 뒷좌석에도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운전하고 있는 남편에게
"여보, 내 가방이 없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은 내가 장난하는 줄 알았다.
"가방에 발이 달렸나 보네~"
그제야 이런저런 전화와 문자가 왔었다고 자수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걸려온 카드사 번호로 연락을 했고 비로소 가방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
생각을 해보니,
OO시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주차를 했다.
가방을 들고 내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들고 내렸다.
딱히 가방에서 꺼낼 뭔가도 없으면서 손이 허전하다는 이유만으로 들고 내렸다.
휴게소에서 가방을 의자 등받이에 두고 저녁을 먹은 후, 가방은 그 자리에 둔 채 식판을 반납하고 그대로 나와버린 것이다.
차를 돌려 다시 휴게소로 향했다.
가는 도중 휴게소로 전화를 하니 의자에 가방이 오랫동안 있는 게 이상해서 직원들 여럿이 같이 보는 데서 열어보고 신분증과 카드가 같은 이름이어서 카드사에 신고했다고 알려주었다.
지갑 안에는 내 카드와 신분증 외에도 남편 카드가 같이 들어있었는데 영리한 직원이 여자 핸드백이니 내 카드를 습득 신고한 것이다.
친절한 휴게소 직원들 덕분에 가방과 가방 안에 있는 신분증, 카드를 모두 찾았지만 만약 누군가 가방을 가져갔다면???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넥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개봉: 2023.02.17
장르: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러닝타임: 117분
주연: 임시완, 천우희, 김희원
가끔 내가 흥얼거리는 노래가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떠도 깜짝깜짝 놀라는데 만약 스마트폰을 분실한다면?
스마트폰을 돌려받았는데 앱을 깔아 나의 사생활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다면?
일본 소설 원작이며 동명 일본 영화가 있다는데 아직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전체적인 평은 일본 색채를 뺀 느낌이라고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
심지어 이러한 행동들은 외국인 눈에 '한국인의 착한 양심'으로 비쳐 화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보고도 카페 테이블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자리를 뜨는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리고 내린 여자와 그 스마트폰을 주운 사이코 살인마.
세상엔 착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세상은 넓고 사이코는 많다지만 순하디 순한 얼굴로 접근하는 사이코 살인마가 임시완이라니...
임시완 특유의 순둥순둥한 모습이 좋아서 보기만 해도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데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세상 착한 얼굴로 범죄를 저지르니 더 반전이고 소름이었다.
나미: 내가 뭘 잘못했는데?
준영: 왜 이렇게 소중한 걸 아무데나 떨어뜨리고 다녀?
참, 마지막 카페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분신과도 같으니 제발!!! 잘 챙기길... (부탁하지 않아도 영화 한 번 보고 나면 스스로 경각심이 생길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