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인천가볼만한곳]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 해상관광탐방로, 맨발로 갯벌 걷기, 호룡곡산 산행

문쌤 2023. 3. 11. 23:41

무의도는 한 번도 실망을 안겨준 적 없다.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반겨주고 특유의 힐링 장소로 기억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가장 따뜻한 날이다.
아침 최저기온 9도, 낮최고기온 16도. 봄날씨치고는 꽤나 더운 날씨다.
 

완연한 봄날씨에 유명 관광지여서 벌써부터 관광버스와 일반 차량들로 입구는 어수선하다.
극성수기 때 와 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이렇게 붐빈다면 여름철엔 잠시 피했다가 비수기 때 다시 찾아야 할 것 같다.
 

하나개 해수욕장의 명물인 짚라인.
겨울철엔 휴업이던 짚라인이 영업을 개시했다. 무서워서 감히 엄두를 못 내겠던데 용기 있는 사람은 바다를 가르며 하늘을 날고 있다.
색다른 경험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바닷가엔 벌써 따스한 봄햇살과 바다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많다. 지난가을에 처음 하나개 해수욕장에 찾은 이후 이렇게 사람 많은 날은 처음이다.
 

만조 때 꼭 오고 싶었는데 오늘은 드넓은 갯벌이 반겨주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바다까지 걸어가는 사람들이 작은 점으로 보인다. 
 

바다 위를 걷는 사람들.
갯벌에선 조개나 석화를 캘 것 같은데 손에 들고 있는 걸 보면 무엇을 잡으려고 하는지 궁금해진다.
뭔들 잡으면 어떻고 또 못 잡으면 어떠리.
이들이야말로 휴일을 가장 행복하게 보내는 사람들이다.
 

가수 송창식이 무명 당시 여름이면 무의도에서 기타 메고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소리와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노래 불렀단다. 송창식이 이곳에서 위안을 얻었다며 그의 사진이 들어간 입간판과 모형 기타가 세워져 있다.
 
조금 억지스러워 보이는 스토리텔링이지만 그만큼 무의도가 예전부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힐링의 장소였다는 뜻으로 해석해 본다.
그 옆으로 예전 인기 드라마 촬영지였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료 사진들이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상관광탐방로를 걸어보자.
 

탐방로 이용 시간이 '일출 시~일몰 시'로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
늘 대충 봐서 그렇다 ㅎㅎ
 

무의도 해상관광탐방로는 언제 걸어도 기분 좋은 곳이다.
다만 밀물일 때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는데 썰물이어서 뼈대가 드러난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으니 이런 기회도 감사하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몇몇 외에는 그다지 바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감흥도 없기 때문에 해상탐방로에서 홍보하는 바위의 모습들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미 본 적 있어서 더 그런 듯싶다.
 

그럼에도 '사자바위'는 기꺼이 사진으로 남겨본다.
 

바다 위 아니 갯벌 위를 걷고 있는 관광객.
단순히 갯벌 체험 수준의 걸음이 아니다. 걸어서 갯벌을 빠져나갈 모양이다.
 
엇! 부러운걸?
 
이런 걸 놓칠 내가 아니다.
잠시 후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ㅎㅎㅎ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은 비싼 장난감이나 놀이기구가 없어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음을 사람들 표정에서 읽혀진다. 
 
탐방로 중간 지점에 있는 망원경으로, 갯벌을 걸어서 먼 곳까지 나가있는 사람을 본 아이는 부러운 듯 떠날 줄 모른다.
나 역시 그들이 궁금해 망원경으로 보고 싶어서 줄 서 있는데, 아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참을 그렇게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아지와 갯벌을 산책 중인 가족도 있다.
드넓은 갯벌이 마치 앞마당인양 뛰놀며 웃는 소리에 행복함이 가득해 보였다.
 

언제 봐도 깜짝 놀라게 하는 새. 물론 가짜다. 혹시 눈동자에 CCTV라도 부착되어 있나 싶어 유심히 살펴봤다. 아직까지는 없다 ^^
 

멀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걷다보면 지루할 틈 없이 금방 해상관광탐방로 끝나는 지점에 도착하게 된다.
 

각자의 방식대로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
돌탑을 쌓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맨발로 갯벌에 들어가 걷기도 하고 바위에 붙은 석화를 캐는 체험을 하기도 한다.
 

뭘 하든 일단 카페인 충전부터 해보자.
커피를 생수에 부으면 금방 아메리카노가 만들어진다. 
 
"손님,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무거운 신발과 양말을 벗고 갯벌로 들어갔다.
 
"발만 예쁘게 찍어줘~^^"
 
첫 발 닿는 느낌은 생각보다 괜찮다.
 
 

갯벌 걸을 때 발에 닿는 느낌을 표현하자면, 적당한 강도의 지압 길을 걷는 느낌이다.
질척거리는 느낌이 아니라 단단하면서도 물기 머금은 거대한 찰흙을 밟는 느낌 같달까. 생각보다 200% 만족하는 갯벌 산책이었다.
 

썰물 때 맨발로 갯벌을 걷다 보니 이런 그림도 가능했다.
 

내친김에 조금 더 걸어가 흔하게 접할 수 없는 이런 사진도 찍어보고,
 

아무 의미 없어 보이지만 그 시간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 충만한 이런 풍경 사진도 찍으며, 곧 "물이 들어올 시간이니 멀리 나가있는 사람들은 빨리 돌아오라"는 방송이 들릴 때까지 놀이터 어린아이처럼 갯벌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동글동글한 돌이 많은 곳이라 이런 작품이 즐비하다. 돌탑에 소원 하나 올리고 산으로 올라갔다.
 

해상탐방로로 되돌아가지 않고 산길을 택한 건 잘한 선택이었다.
 

하나개 해수욕장 쪽으로 걸어가는 길은 지난번에 걸어갔으니 이번엔 호룡곡산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더군다나 썰물이어서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림도 그다지 예쁠 것 같지 않아 5초도 안 되어 결정하게 되었다.
 

두 개의 길 앞에 항상 선택의 갈등을 하게 된다.
호룡곡산 가는 길이 두 개.
어디로 가야 할까?
 
왼쪽길 당첨~!!!
 

예전에 이런 산만 오른 경험 때문에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기억 속의 험한 산길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등산복 차림은 아니지만 그나마 트레킹화 신은 게 다행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가장 양지바른 곳에 있는 진달래가 홀연히 피었다.
큰 바위를 배경 삼아 새초롬히 피어있으니 도도해 보이기까지 하다.

 

산 전체가 진달래 꽃으로 물들었으면 절대 주목받지 못했겠지만 혼자 애써서 일찍 꽃 피웠으니 사랑받을만하다.
 

길이 너무 험하다. 걸음이 더딜 수밖에 없다. 사고 없이 무사히 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정도다.
 
길이 막힌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멈췄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마침 건너편에서 등산객 두 명이 내려오고 있다.
커다란 바위와 소나무의 좁은 틈으로 말이다.
 
반대편에서 오면 조금 더 쉬운 길이란다. 덧붙여 다녀본 산 중 호룡곡산이 가장 예쁜 산이라고 한다.
 
호룡곡산의 사계절을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나도 나만의 산을 정해볼까?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물었다.
얼마 안 남았단다.
 
이럴 때 읽으면 딱 좋은 시가 있다.
 
 

어차피 걸어야 할 길이라면 / 詩 이혜경
 
왜 산길을 걷다가 마주 오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면 사람들이 그러지 않습니까?
 
"조금만 더 가면 돼요"
지만 정작 걸어보면 그 조금이
한 시간도 되고 한 나절도 되지요.
 
젊었을 땐 그런 식으로
가르쳐 주는 게 답답했는데,
나이를 조금 더 먹으니까
그게 참 지혜로운 말 같군요.
 
멀든 가깝든 그곳을 물은 사람에겐
그곳이 목적지일 테니
조금만 조금만 하면서 걷는 게 차라리
까마득하다고 지레 가위눌려
옴짝달싹 못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걸어야 할 길이라면
희망을 가지고 걸으라는 마음이었겠지요.

 

갈림길에서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오늘의 당을 책임 질 하리보.
 
아, 그러고 보니 갯벌 걸을 때 발에 닿는 느낌이 하리보 같았다.
하리보 깨물면 느껴지는 살짝 딱딱한 것 같으면서도 한번 깨물고 나면 말랑한 느낌.
겉바속촉 아니고 겉딱속촉이랄까? ^^
 

험난한 오르막이 끝나자 드디어 걷기 편한 길이 펼쳐졌다. 반대편에서부터 걸었다면 이런 길을 걸은 후 험한 바위 길을 내려가니 조금은 편했을 것 같다.
 

끝이 보인다.
드디어~~~

따~란~~~!

 

호룡곡산 정상석에 도착했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왔는데 정상까지 오르게 되다니...
 

 

멀리 하나개 해수욕장이 보인다.
기온이 높은 것과는 별개로 하늘이 뿌옇다 보니 멀리까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 휴대폰이 흔들거린다. 
백운산에 올랐을 때와 똑같다. 그 말은 내일 아플 예정이라는 것 ^^
 

올라올 때 힘들게 올라오다 보니 이런 나무 계단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되었다.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도 잠시, 꼭 이런 길로 감동을 깨뜨린다.
 

그냥 내려가기 심심해서 이렇게 흔적을 남겼다.
쉿~!!!
 

 
다음에 또 호룡곡산에 올라가면 꼭 확인하리라^^
 

호랑바위에 도착했다. 이제 하나개 해수욕장까지 0.9km 남았다.
 

드디어 주차장이 있는 곳까지 하산 완료했다.
안내판이 이곳에 있었다니...
 
얼떨결에 호룡곡산(244m)에 오르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무의도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
다음엔 심화학습 후 다시 가봐야겠다. 성수기 전에 그리고 리본에 적힌 이니셜의 안녕도 물을 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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