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기억의 오류로 어거지 부릴 뻔했다. 아니, 어거지 부렸다.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장소에서 생각지도 않은 노래 가사나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날이 있다.
한 줄기 바람이 시원하게 얼굴을 스칠 때나
오도카니 앉아서 뭔가를 생각할 때나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다가도 문득 흥얼거리는 그런 날.
흥겨운 멜로디 건 슬픈 멜로디 건...
흔들리며 피는 꽃
오늘 갑자기 아~~주 오래전에 외우고 다녔던 시(詩)가 떠올랐다.
정확히는 시(詩)가 아니라 시에 멜로디를 붙인 노래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분인 <접시꽃 당신>의 시인 도종환.
도종환 작가의 시 중 가장 대표적인 시를 꼽으라면 당연히 <접시꽃 당신> 일 것이다.
하지만 도종환 작가의 시 중 내 마음속 1위는 바로 <흔들리며 피는 꽃>이다.
시 자체만으로도 좋아하지만 시에 노랫말을 붙인 <행복한 과일가게> 앨범 수록곡 중 한 곡인 <흔들리며 피는 꽃>을 아주 좋아한다.
행복한 과일가게
여자 수도회인 성바로딸 수녀회
앨범 표지만 봐도 저절로 행복한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한 과일가게>는 여자 수도회인 성바로오딸 수녀회에서 시(詩)에 곡을 입혀 아름다운 노래로 만들었다.
표지 제목인 <행복한 과일가게> 역시 앨범에 수록된 아름다운 노래 중 한 곡이다.
앨범 속 많은 곡 중에서도 <흔들리며 피는 꽃>이 가장 마음에 와닿고 지금도 멜로디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기억의 오류
<흔들리며 피는 꽃> 첫 구절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렇게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시와 노래 제목 역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노래도 있어?"
"응, 시에 곡을 붙인 노랜데 제목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야"
우리집 아이들은 검색을 해보더니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고 알려주었다.
한 번 입력된 잘못된 정보는 진실을 알려주어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게 제목이라구!!!"
검색창에서 직접 찾아봤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은 바로... <흔들리며 피는 꽃>이었던 것이다.
이...럴...수...가...!!!
흔들리며 피는 꽃이면 어떻고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면 또 어떠랴.
흔들리지 않고 사는 삶이 어디 있으랴.
나 역시 흔들리며 살고 있다.
굳건히...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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