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평범한 일상 이야기] '섬에서 버스 타면 반칙이지' 외 6가지 짧은 일상 이야기

문쌤 2023. 5. 9. 20:07

#1. 검색어- 밤눈
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5월 6일 저녁 티스토리 유입 키워드에 갑자기 '밤눈'이 등장했다.
 
봄이 '벚꽃엔딩'이라면 겨울엔 크리스마스 캐럴이 제격이듯, 나에게 '밤눈'은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곡인데, 꽃향기마저 화려한 5월에 밤눈이라니?
 
 

[음악을 모으는 사람] #21. 송창식 <밤눈>

아침에 들어도 좋고 낮에 들어도 좋지만 늦은 밤에, 특히 조용히 눈 내리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들으면 더없이 좋을 노래다. 노래가 아니라 한 편의 문학 작품이라고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니다. ,

630829.tistory.com

알고보니 '불후의 명곡' 송창식 편에 정승환이 '밤눈'을 불렀다.
 
5월에 초대된 밤눈이 뜻밖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다시 회자되니 기분이 좋다.
 
하지만 '밤눈'은 그 누구도 젊은 시절의 송창식 목소리를 이길 수 없다. 심지어 지금의 송창식 목소리로도 이길 수 없는 젊은 시절 목소리만의 아우라가 있다.
 
내가 사랑하는 밤눈은 하나 뿐이다.
 
 
 
#2. 섬에서 버스 타면 반칙
매일 다양한 운동을 하며 주말이면 이틀 동안 각각 다른 산에 오르는, 저질체력인 나와는 반대로 그야말로 강철 같은 체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요가 회원이다.
일찍이 그녀의 체력에 대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장봉도에서 2만 7천 보를 걷고 다음날 다시 다른 산에 올라가는 그녀를 어설프게 따라다니다가는 병원으로 직행할 것 같아 감히 따라가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평소 요가 끝나면 한 시간 거리를 걸어서 댄스를 배우러 가는 바쁜 그녀지만 어제는 오랜만에 같이 집으로 걸어오며 장봉도 경험담으로 이야기꽃이 피었다.
 
그녀가 이야기할 때마다 나도 아는 곳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눈앞에 그려졌다.
 
거의 1년 가까이 나를 지켜본 그녀는 내가 장봉도 섬여행했다는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녀에게 섬여행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걷는다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섬여행은 섬에 간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괴리감이 생긴 것이다.
서로 약간 어긋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처럼 내가 장봉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다닌 걸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마을 끝까지 다 걸어가지 못 하고 마을버스를 탔다"
라고 말하니,
 
그녀는  '그럼 그렇지'라는듯 동네 사람들 다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섬에서 버스 타면 반칙이지~!!!"
 

 
 
 
 
#3. 공연장 매너
지난 4월 30일 '아트센터 인천'에서 있었던 드미트리 시쉬킨 공연 후일담이 화제다.(적어도 나에겐^^)
 
피아노 독주회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시쉬킨 공연을 계기로 조금은 변화한 나와는 달리 느닷없이 여기저기서 공연장 매너에 관한 말이 새어 나오고 있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서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게 기본이다. 훌륭한 공연에 감동을 받았어도 참았다가 한 곡이 다 끝났을 때 두 배로 박수를 치면 된다.
 
연주자가 첫 악장을 끝내고 그 여운을 그대로 다음 악장으로 이어가야 하는데, 박수소리 때문에 끊어지면 참 난감할 일이다. 하지만 시쉬킨은 연주를 멈추고 박수소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 악장을 이어서 연주했다.
 
이런 '박수 사고'는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연주곡마다 박수를 쳐서 참 곤란하게 만들었다.
오죽하면, 인터미션 때 공연장 관계자들이 돌아다니며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그나마 박수는 애교다.
건조한 실내여서 연주 도중 여기저기서 마른 기침소리가 들렸다.
이럴 때 물이나 사탕이 있으면 아주 좋다.
공연 직전이나 인터미션 때 물 한 모금 마시거나 사탕을 물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공연장 음향 시설이 얼마나 좋은지, 물건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기도 했다. 정말 조마조마한 순간이었다.
 
가장 최악은 조용한 피아노 연주 중 휴대폰 벨소리가 크게 울린 것이다. 
공연장에서 휴대폰을 끄거나 무음으로 하는 건 기본인데... 휴대폰 벨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질 때... 심장이 오그라들고 식은땀이 났다.
 
나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시쉬킨 팬들은 '아트센터 인천'에서의 시쉬킨 공연 매너에 실망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나도 그렇다.
 
 
#4. 고무줄
머리카락이 어중간하게 길어서 요즘은 고무줄로 묶는 게 편하다.
 
다이소에서 천 원에 3개짜리 고무줄과 천원에 10개짜리 고무줄 사이에서 고민한다. 누가 보면 다이소에서 100만 원짜리 물건 사는 줄 알겠다^^
 

어쩌다 노란 고무줄이 굴러다니면 그대로 손목에 걸고 다닌다.
몇 번은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궁상맞은 모습을 본 식구들은 말한다.
 
"공연을 한 번 안 보면 평생 쓸 고무줄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건 잘못된 계산법이다.
공연은 공연이고 고무줄은 고무줄인 것이다.
 
차라리 머리를 짧게 자르는 건 어떨까?
 
아하~ 이게 더 좋은 방법 같다^^
 
 
 
#5. 밤 겹벚꽃
저녁에 집 밖을 나가는 건 정말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갈 때가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나 빵을 사러 가는 그런... 그럴 땐 기꺼이 집 앞 사거리까지 걸어간다.
 

신호등 건너서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꽃송이를 발견했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은은한 달빛을 호위무사로 둔 연분홍 겹벚꽃이 환하게 피어있다.
 
이팝나무도 벌써 하얗게 피었는데 겹벚꽃은 갈 때가 아니라는 듯 아직도 한창때의 모습 그대로다. 
 
날씨를 원망해야 할까 아니면 입하까지도 꽃을 피우고 있는 겹벚꽃을 기특하다고 해야 할까?
 
 
 
#6. 능력을 보여줘
젊은 댄스팀을 만났다.
한참 동안 그들의 춤을 감상하며 대화를 나눴는데, 그들은 연습이 아닌 정식 무대에 서고 싶어 했다.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면서도 거쳐가야 할 시험 단계이기도 하다.
 

예전 같으면 전화 한 통이면 당장이라도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겠지만, 이사온 이곳에서 지금의 나는 '0'단계이기 때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올해는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지만, 댄스팀만큼은 방법을 찾아서 꼭 무대에 올리고 싶다.
 
 
#7. 내가 구독한 기자
매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몰라도 되는 정보들이 넘쳐나고 그 많은 정보를 모르면 세상에 도태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멀미가 났다.
그래서 플레이 리스트처럼 내가 좋아하는 기자의 기사만 따로 볼 수 있도록 '내가 구독한 기자'를 구독 설정했다.
 
최근까지 3명의 기자를 구독했다가 양선아(한겨레) 기자를 구독해서 총 4명이 되었다.
 
신문사도 중요하지만 기자 이름과 그들의 성향만 믿고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ps.
글이 올라가는 시간이면 나는 이미 멀리뛰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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