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 안타깝게 강릉 산불이 발생했다. 그 이전에 강릉 예약을 마친 상태인데다 경포호 인근에 숙소 예약을 해서 취소를 여러 번 생각했다. 하지만 강릉발 소식에 의하면, 오히려 강릉으로 여행을 와주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니며 소비 증진(?)에 앞장서기로 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강릉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바로 '강릉 솔향수목원'이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여러 가지 해프닝을 모두 잠재울 수 있을 만큼 좋았던 곳이다.
'수목원'을 좋아하지만 아직 몇 군데만 다녀본 바에 의하면 '강릉 솔향수목원'은 단연 최고다.
'수목원은 이래야 한다'는 정석 같은 곳이랄까.
그러고 보면 그동안 내가 경험한 수목원은 '넓은 버전의 공원'이었다면 강릉 솔향수목원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변형하지 않고 산 전체가 수목원인 셈이다.
입구에서부터 솔향 가득한, 이름 그대로 '솔향 수목원'이다.
솔밭 쉼터 꼬마전구에 불이 켜지자 아침 일찍 수목원을 찾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꼬마전구에 불이 켜진 것뿐인데 모두들 행복한 얼굴이다.
관람시간: 하절기(3월~10월) 09:00~18:00
동절기(11월~2월) 09:00~17:00
휴원일: 매주 월요일
(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다음 평일)
입구에서부터 앙증맞은 시설물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일행이 있었다면 시간이 두 배는 더 걸렸을 것 같다.
현재 솔향 수목원은 야간 조명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라 방해되지 않게 조심히 찰칵~!
산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수목원을 조성했지만, 걷는데 전혀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대부분 데크길이어서 어린이, 노약자 등도 편하게 수목원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솔향수목원엔 소나무만큼이나 때죽나무가 많았다. 한창 하얀 꽃이 피는 계절이라 5월의 솔향 수목원은 때죽나무가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요즘 '달' 모양의 조명이 유행일까?
공원이라면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게 달 조명이다.
솔향 수목원도 여기저기 달 조명을 설치하고 있었다.
때죽나무가 너무 많아서 강릉시의 시목이 때죽나무인가 싶었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다.
강릉시의 시화는 목백일홍이고, 시목은 소나무다.
그렇다면 때죽나무가 강릉 솔향수목원에 살기 적합한 환경이기 때문일까?
여러 동물 모양의 토피어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념 사진 찍기 좋은 곳이어서 단체 관람객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소풍 나온 어린 친구들의 뒷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토피어리와 같은 장소에 있는 커다란 때죽나무.
이 정도면 강릉시 시목(市木)이 때죽나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인기 만점 애기말발도리.
머리 위에 하얀 때죽나무 꽃이 피었다면, 땅 위엔 때죽나무 꽃과 비슷한 팝콘 닮은 애기말발도리가 사랑받고 있다.
원추리 꽃이 피면 은은한 매력이 있는데 아직 시기가 아니어서 원추리 꽃은 볼 수 없었다.
아쉽다~^^
원추리를 못 본 아쉬움은 바로 옆에 지천으로 핀 매발톱으로 대신했다.
전망대처럼 보이지만 막상 올라가면 시야엔 온통 소나무가 빼곡하고 그 아래엔 하얀 꽃의 때죽나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솔향 수목원답게 주연 소나무와 조연 때죽나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이때, 사진 특강이라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눈으로 본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으로 옮겨올 수 없음이 너무 안타깝다ㅠㅠ
다른 수목원에서는 본 적 없는 걷기 좋은 길이다.
초록으로 물들기 전 진한 연둣빛이 햇빛을 받을 때마다 투명하게 빛나고 있다.
이런 길을 걸으면 괜히 착해지는 기분이 든다^^ 흐흐흐~
하늘과 강릉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하늘정원.
적당한 바람과 햇빛 그리고 새들의 지저귐과 솔향 가득한 길을 걷는 동안 '행복'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좋았다.
서로 엉켜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 특별한 이름표가 있었는데 잊어버렸다.
이 소나무 역시 하얀 때죽나무 꽃이 에워싸고 있다.
자신이 피어날 때를 알고 피는 자연 속 꽃에 비해 사람 손을 거쳐 핀 꽃들은 화려하지만 오히려 이곳에선 이질감이 느껴졌다.
강릉 솔향수목원 돌탑에도 소원 하나 올렸다.
이 정도 정성이면 로또 1등은 될 것 같은데 아직 소식이 없다^^
걷는 걸음걸음마다 꽃향기가 늘 따라다닌다. 심심하거나 지칠 틈을 주지 않는다.
강릉에 또 가게 된다면 솔향 수목원은 꼭 다시 가고 싶고, 그땐 사진 찍기 대신 솔향 수목원 식물들과 더 친해지고 싶다.
▶뽀나쓰
아침에 숙소에서 나올 때, 인천수목원이나 서울식물원 생각하며 편의점 또는 카페가 있을 줄 알고 전날 먹다 남은 오이 한 개만 챙김.
그!!! 러!!! 나!!!
강릉 솔향 수목원엔 편의점이나 카페 그런 거 없음;;
아침을 안 먹고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수목원에 있었는데, 정상에서 오이 반 개 먹고 택시 기다리며 반 개 먹음.
오후 3시 넘어서 솔향 수목원을 빠져나와 택시 타고 시내로 감.
우리집 아이들이 항상 하는 말,
"지방이든 해외든 어딜 가든지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기본은 해"
식당도 눈에 잘 안 띄고 브레이크 타임이라 일단 눈에 보이는 롯데리아에 감.
키오스크에 뜬 메뉴 휘리릭 스캔하기.
소고기 패티 안 좋아하므로 '새우'라는 글자만 보고 주문해 버림.
"주문한 메뉴가 나왔습니다"
헉~!
마라(麻辣) 새우버거!!!!!
처음 영접하는 햄버거다.
겁낼 것 없다. 집에서도 마라상궈를 만들어 먹을 정도로 마라 맛에 익숙한 나다.
한입 베어 물었는데...
아~ 이건 마라맛도 뭣도 아니다.
하지만 투정 부릴 상황이 아니다.
"입에 넣는다 - 씹는다 -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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