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걷기 좋은 길, 원적산 둘레길'
원적산 둘레길을 마치 잘 걸은 것처럼 예쁘게 포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오늘의 경험으로 다음에 다시 원적산에 가게 된다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서 있는 그대로(있는 그대로?? 흐음~ 있는 그대로 적으려면...(생략)~ ^^) 적어보려고 한다.
원적산은 집에서 가까워 꼭 가보고 싶은 곳 리스트에 적어놓은 산이다. 하지만 희한하게 아무리 낮은 산이어도 다녀온 후엔 꼭 후유증으로 며칠 고생했기 때문에 늘 순위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오늘은 더 더워지기 전에 다녀오자 생각했다.
요가 끝나고 오후에 원적산으로 쓔슝~ ^^
참, 리라이브를 가족톡방에 올렸더니
"산에서 헤매고 다녔군"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길치의 끝을 보여준다^^
오늘의 출발지는 바로 석곶체육공원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이 동네는 처음 방문이고 석곶이라는 명칭도 입에 붙지 않아 단 두 글자인데도 한 글자씩 끊어서 읽었다.
(한글인데 지금도 발음이 잘 안 됨^^)
석곶체육공원은 휴관이지만 다행히 화장실은 사용 가능하고 먼지털이기도 있으니 갖출 건 제대로 갖춘 것 같다. (이곳으로 다시 내려올 생각이었음~^^ 순진한 생각ㅎㅎ)
인천둘레길이 총 14코스까지 있다니 인천의 많은 둘레길이 놀랍기만 하다.
얼마 전 6코스를 걸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
언젠간 또 시도하겠지만 길치여서 여기저기 헤매고 다닐 거라 쉽게 도전하지는 못할 것 같다.
석남약수터.
내가 생각한 약수터의 모습이 아니어서 좀 당황스럽다ㅎㅎㅎ
석남약수터를 지나자 아카시아 꽃잎이 땅 위에 하얀 꽃길을 만들었다.
꽃잎이 거의 다 떨어질 시기지만 아직도 매달려 있는 꽃잎은 한 번씩 바람이 스칠 때마다 눈처럼 쏟아져 내렸다.
입구에서부터 걸음은 느려졌다.
처음 가 본 곳이라 산에 핀 꽃들 감상하랴 바람 불면 흩날리는 아카시아 꽃잎에 넋 놓고 바라보랴...
도대체 언제 올라갈건데?
그러고 보니 때죽나무 꽃도 흐드러지게 피어 발길을 붙잡았다.
때죽나무 꽃은 아카시아와 장미를 적당히 섞은 꽃향기여서 아카시아 향에 살짝 밀리는 것 같지만, 이미 아카시아의 시대는 저물었으므로 때죽나무 꽃이 원적산의 향기를 도맡아 책임지고 있다.
이때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꽃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작은 약수터 옆 벤치에 노부부가 앉아 있었다.
제법 큰 강아지 두 마리 모두 목줄을 풀어놓고 각각 휴대폰을 보고 계셨다.
이곳엔 길이 여러 갈래여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확실히 알기 위해 여쭤봤다.
노부부가 알려준 길은 이랬다.
특히 할머니가 더 적극적으로 이 길로 올라가라고 권했다.
도대체... 하아...
수많은 길 중에... 왜... 이 길을... 알려준 걸까?
도대체 왜??????????????
할 말은 많지만 말줄임표에 모두 들어있으니 해석은 마음대로 하면 된다^^
수많은 생각을 하며 길 아닌 길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철탑이 세워진 곳. 사진은 이상하지만 암튼 좁은 산길을 올라오니 바로 철탑이어서 당황스러웠다.
안내판으로 보는 원적산 둘레길은 무척 단순해 보인다.
석남약수터에서 시작해서 마가의 다락방까지 왔으니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석남약수터에 도착한 후 원적산 정상에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원적산 정상 표시를 봤는데도 자연스럽게 계단으로 올라갔다.
아, 5분도 안 되어서 계획은 엉망이 되었다ㅎㅎ
몇몇 사람들이 원적산 정상으로 올라가니까 자연스럽게 휩쓸려 올라가게 된 것이다.
뭐 어때?
나 혼자 짠 계획이니 변경하면 그만이다^^
천국의 계단인 듯~ㅎㅎㅎ
잠시 당황했지만 금세 기분 좋아졌다.
다시 내려가서 둘레길을 마저 걸을 수도 있지만 올라온 김에 정상까지 가보기로 했다.(목표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음^^)
얼떨결에 도착한 원적산(196m).
어디로 갈지 망설이고 있으면 등산객들이 나서서 길을 알려주었다.
아카시아 꽃잎이 수북이 쌓였다.
몇 주 전에 원적산에 올랐다면 틀림없이 아카시아 향기에 취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장관을 못 봐서 아쉽지만 내가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것만 봐도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운 길이다.
원적정 도착.
인천둘레길 3코스 스탬프함이 있는 곳이다. 손목에 찍어보고 싶었는데 바로 옆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눈치 보여 그냥 돌아섰다ㅎㅎ
원적정에 올라갔지만 트인 전망이 아니어서 한번 쓰~윽 보고 다시 내려갔다.
이건 걷기도 뭣도 아니다. 그냥 꽃구경??? ㅎㅎㅎ
산길 위에 떨어진 때죽나무 꽃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흔들려서 엉망이지만 즈려 밟고 지나가기 미안할 정도로 예뻤던 길이다.
원래 계획과는 전혀 다른 길이지만 눈에 보이는 길로 내려가보자!
이번엔 아카시아 꽃길이다.
또 사뿐히 즈려밟고 가야 하다니... 기분 좋은 길이다 ^^
특별한 안내판이 없는 걸 보니 큰 의미는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크고 단정해 보이는 돌탑이다.
마침 바람에 아카시아 꽃잎이 흩날리니 그림이 따로 없다.
빗자루가 있을 걸로 보아 누군가 이 주변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뭇가지로 엉성하게 만들어놓은 작은 울타리엔 뭔가가 심어져 있어서 더욱 궁금하기만 하다.
내려가다가 또 만난 돌탑.
돌 하나 올리고 소박하게 소원하나 빌려고 했는데,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이 주변엔 돌멩이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소원 빌기는 다음 기회에~!!!
아무런 표시 없이 두 갈래 길이 나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왼쪽, 뒷면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가야 할까??
아니면, 손바닥에 침이라도 올려야 할까?
걷고 보니 원적산 둘레길은 이토록 예쁜 길이었다.
그런데 왜 약수터에서 만난 노부부는 길 아닌 길을 알려줬을까?
걸을수록 마음에 드는 원적산 둘레길이다.
이번엔 난이도가 더 높다.
인생의 정답을 모르듯 세 갈래 길에서 어디로 가야 맞는지 알 수가 없다.
초행길인 사람을 위해 표시 좀...
세 개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해 걸었더니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에고~ 얼떨결에 하산하다니...
심지어 이곳이 어디인지 몰라서 지도 어플을 켜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ㅎㅎ
리라이브앱을 켜긴 잘 켰는데, 원적산 초입부터 헤매고 다닌 터라 지금 봐도 어느 길인지 잘 모르겠다.
노부부의 길 안내 같은 황당한 일이 쌓일수록 초행길은 더욱더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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