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불자가 아닌데도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이면 가까운 절에 가서 점심 공양을 하며 이웃의 설거지를 대신하고 합장하는 일로 약간은 마음의 짐을 털어냈던 것 같다.
오늘은 한국에 돌아온 후 처음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 장대 같은 비가 쏟아지다니...

오라는 데는 없지만 날씨 핑계 대고 그냥 지나가기엔 뒤통수가 가려워 일단 집을 나서기로 했다.
'비는 쏟아지는데... 사람들도 많을 텐데...'
걱정일랑 접어두고 집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
너무도 익숙한 전등사 동문 매표소.
이젠 입장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매표소는 '전등사 불교문화유산 안내소'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전등사에 올 때마다 매번 입장권 들고 인증 사진을 찍었는데 이젠 그마저 추억이 되어버렸다.
전등사 동문을 들어서서 본당으로 바로 올라가지 않고 정족산성 쪽으로 올라갔다.
비가 많이 내리는데 어떻게 산성에 올라갈까?
생각해보면 몇 차례 전등사에 다녔지만 날씨가 좋았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싶다.
보슬비가 내리거나 눈이 쌓였거나 오늘처럼 장대비가 내렸으니 특별히 날씨 탓을 할 수 없다.
그냥 올라가면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까지 올라갔다가 그다음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은 정족산성 한 바퀴 걷고 싶지만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그만 내려올 생각으로 일단 고고~!
지난번 원적산 걷는 영상에서 대놓고 힘든 척(?) 헉헉댄다는 지적을 받은 터라, 오늘은 최대한 숨을 참으며 영상을 찍었다.
그런데 포스팅 하면서 들어보니 빗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구먼... 괜히 쫄았다^^
드디어 도착~!!!
앗!
온수리 마을이 펼쳐져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보인다 ㅎㅎㅎ
앞으로 나아가기엔 너무 위험해서 잠깐 서있다가 다시 내려가는걸로 마음을 바꿨다.
내려가는 길에 산딸기 발견.
큰 나무 뒤로 모습을 숨긴 산딸기가 주렁주렁 열려서 딸기밭인 줄 알았다^^
점심 공양 시간이 너무 짧다 ㅎㅎ
집에서 점심 먹고 출발한 게 다행이었다.
가족 건강과 더불어 한 가지 더 소원이 있다면 아이들이 심성 착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다.
날이 날인 만큼 로또 소원 안 빌었다!!!^^

삼성각과 정족사고까지 걸었다.
하필 이때 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서 더 움직이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조심히 하산~
전등사 내에 있는 죽림다원에서 비를 피하고 따뜻한 대추차를 마셨다.
이 집 대추차는 내가 만드는 방법과 같아서 좋아한다.
손질해서 삶고 과육과 씨를 분리하는 작업이 번거롭지만 한번 만들면 일주일 정도는 든든하다.
요즘은 게을러져서 이렇게 한번씩 사먹는게 좋다^^
너무 달지 않은 약과도 입에 딱 맞아서 좋다.
이영섭 작가의 '어린 왕자'가 죽림다원을 더욱 멋스럽게 해 준다. 하지만 있는 듯 없는 듯 서있으니 어린 왕자의 존재를 알아봐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정도로 잘생겼으면 알아볼 만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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