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이틀째 비가 내리고 있다.
예전엔 이런 날 실내에서 만보 걷기를 했었다.
예를 들면 인천공항 같은 곳? ^^(집에서 가깝다)
하지만 비 오는 날 비박하는 유튜브를 많이 보다 보니 그 학습 효과 때문인지 이런 날씨에 걷는 것을 겁내지 않게 되었다.
참, 요즘 현실과 SNS 세계를 혼동하며 감정 이입을 많이 했는데, 이런 것조차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어 쥐구멍을 찾는 중이다.
암튼 비가 내린다고 해서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
흙길이 아니라 걷기 편한 길을 선택했다. 내가 손에 꼽을 정도로 '걷기 좋은 길'로 선정한 만수산 무장애나눔길이다.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여름날 장마 같은 장대비가 쏟아졌다.
비 오는 날 비박도 하는데 잠깐 걷는 것쯤이야~

입구에서 정상까지 경사가 거의 없는 데크길이어서 누구나 쉽게 만수산(201m)에 오를 수 있다.
무엇보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도 미끄러움 걱정 없이 정상까지 갈 수 있는 게 만수산의 장점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데크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 번도 흙을 밟지 않고 정상까지 갈 수 있다. 자칫 무료할 수 있지만 오늘 같은 날엔 걷기 좋은 산이다.
잠 못 들고 뒤척일 때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수 있을까'하며 찾아보다가 '5분 만에 잠드는 빗소리'를 들은 적 있는데, 오늘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날 만수산에서 듣는 빗소리가 '5분 만에 잠드는 빗소리' 영상과 거의 흡사하다.
확실히 '비 오는 날 비박' 영상과 '5분 만에 잠드는 빗소리' 영상 학습 효과가 있다.
오늘처럼 장대비가 쏟아져도 부담 없이 길을 나설 수 있으니 말이다.
예전엔 비오는 날이면, 대형 통유리창이 있는 카페에서 창밖을 보며 차를 마셔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틀 연속으로 빗속을 걷다 보니 가만히 앉아서 차 마시는 것보다 빗속을 걷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운치 있다.
군데군데 매달린 문구를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항상 좋은 일만 있길"
나에게 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하련다^^
이렇게 귀여운 소화기함이라니^^
만수산에서는 절대 소화기함을 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만수 8경 중 '만수동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만수 5경에서 만수동을 바라봤지만, 희뿌연 안개에 가리워진 모습만 보일뿐 바로 눈앞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만약 햇빛 내리쬐는 날이었으면 기억에도 없을 그저그런 걷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초행길이었다면 아무리 걷기 좋은 무장애나눔길이어도 머리를 풀어헤친 안개 때문에 무서웠겠지만, 몇 번 걸었던 길이라 눈앞에 펼쳐진 안개 낀 모습마저 신비롭고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드디어 만수산 정상 도착~!!!
만수산 정상석은 특이하게 앞면은 한자, 뒷면은 한글로 적혀있다.
그리고 위치도 참 애매한 곳에 있다.
위치를 조금 바꾸면 참 좋으련만...
만수산 정상에 있는 '만수산 무장애 전망대'.
맑은날 만수산 무장애 전망대에선 소래산, 장아산, 송도 등 인천을 볼 수 있겠지만, 오늘은 앞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내려앉았다.
산을 오를 땐 몰랐는데 전망대에 잠깐 서 있으니 한기가 느껴졌다.
나름 옷을 잘 챙겨 입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땀이 식고 단단히 여민 옷 속으로 찬바람이 들어와 잠깐 사이에 "추워"소리를 여러 번 했다.
경치 감상할 때가 아니다. 아니, 감상할 것도 없다.
이럴 땐 빨리 내려가는 게 정답이다.
의도치 않게 같이 산에 올랐다가 같이 내려가는 두 사람.
나는 작은 우산을 들고 걷느라 배낭과 옷이 다 젖었는데, 우비 입고 가는 두 사람을 보니 왠지 여유로워 보인다.
이런 날을 대비해서 배낭 안에 우비 하나쯤 넣고 다녀야겠다. (꼭 손 발 고생하고 경험해서 얻어야 할까? 이런 건 상식인데... 음, 아직 상식을 모름^^)
오늘처럼 아는 길을 걸을 땐 내가 길치인 것을 들킬 일이 없다. 아주 자연스럽게 잘 찾아가고 잘 걸었다^^
리라이브도 알 것이다. 오늘은 길치가 아니었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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