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인천 가볼만한곳] 바람이 친구가 되어주는 곳, 무의도 국사봉 가는 길(정보 없음 주의)

문쌤 2023. 6. 5. 23:53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같은 장소에서 두 번이나
넘어져서 무릎을 깼다
 
아, 인생이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로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태주 시인의 詩 <인생 2>로 시작하는 오늘의 포스팅.
 
詩 한 편이 오늘 내가 걸은 길을 모두 말해주고 있다.
 

100일 걷기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그동안 걸었던 길 중 '걷기 좋았던 길' 몇 곳을  선정해  걸으며  포스팅하고 있는데, 오늘은 무의도로 정했다.
 
오전 요가 끝난 후 곧바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쓔슝~!
 

 
공항을 출발한 버스는 더 이상 타고 내리는 손님 없이 모든 정류장을 스치며 단숨에 무의도로 진입했다.
 
 

[인천가볼만한곳]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 해상관광탐방로, 맨발로 갯벌 걷기, 호룡곡산 산행

무의도는 한 번도 실망을 안겨준 적 없다.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반겨주고 특유의 힐링 장소로 기억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가장 따뜻한 날이다. 아침 최저기온 9도, 낮최고기온 16

630829.tistory.com


원래 계획은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 호룡곡산이었지만 지난 4월, 소무의도 가는 버스가 큰무리선착장에 정차할 때 버스 창밖으로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 진입하는 길을 봤던 게  갑.자.기. !!! 생각났다.
 
'다음에 무의도를 찾게 된다면 큰무리선착장에서 내려볼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게 머릿속에 남아있다가, 버스가 무의도 진입하자마자 갑자기 떠오른 것이다.(국사봉~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급 변경^^)

큰무리선착장을 알리는 안내 방송과 동시에 하차 벨을 눌렀다.
 

한 번도 안 가 본 길은 항상 낯설어서 이방인이 된 기분인데, 좁고 긴 계단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오늘은 왠지 119 신세를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과 맞닿아있는 편의점에서 물과 얼음과자(아이스쿨)를 사고 화장실도 이용했다.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을 올라가기 전부터 '원래 계획대로 하나개 해수욕장에서 내렸어야 했어'라는 후회를 백만 번은 했다.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호룡곡산에 귀신이 있다는데 오늘 한 번 붙어볼까?'
 

올라가는 계단을 덮고 있는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무의도'와 관련한 이웃님들의 포스팅을 읽어보면 대부분 '무의 트레킹 둘레길'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국사봉으로 갈 거라 이정표가 알려주는 대로 국사봉 방향으로 올라갔다.
 

산답게 계단이 있지만 둘레길처럼 걷기 좋은 길이었다.
 

헤맬 일이 전혀 없는 완벽한 길이다.
 
국사봉을 향한 외길 외에 그 어떤 유혹도 없다. 길인 것처럼 흉내 내는 길도 없이 오로지 정직하게 국사봉을 향한 길만 존재한다.
 
그리고 몇 미터 간격으로 이정표가 있어서 길을 잃을 걱정이 없었다.
다만 평일이어서 등산객이 없어 오히려 조금 무서웠다. 음악을 들으며 무서움을 이겨냈다.
 

마을의 안녕을 비는 당산.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소원을 빈 뒤 다시 길을 재촉했다.

 

바람에 닿는 나뭇잎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옆으로 팔을 뻗으면 손가락 사이로 스치는 바람이 기분 좋게 했다.
 
이제야 안심이 되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길 잃을 걱정이 전혀 없는 길인데도 산악회에서 친절하게 리본을 달아놨다. 인적 없는 산길이라 리본만 봐도 반가웠다.
 
 

바람 기운이 세서 나뭇잎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
에어컨이 필요 없는 자연 바람이다.
바쁜 산행을 목표로 하지 않고 바람 소리만 들어도 충분히 힐링이 될 것 같다.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정표는 제대로 된 길을 가리키고 있다.
이정표가 알려주는 길만 따라가면 오늘 일정은 무리 없이 마무리될 것 같다.
 

전망대라고는 하지만 나무에 가려지고 폭이 좁아 그다지 매력은 없어 보인다.
전망대 계단 옆에 누군가 옷과 뭔지 가늠이 안 되는 보라색 물건을 놓고 갔는지 아니면 일부러 두고 간 건지, 으~ 어찌나 무섭던지...
 

 

국사봉까지 2.05km 남았다.

 

이 나무 계단은 보수가 시급해 보인다.
 

허름한 나무 계단을 내려오니 뜬금없이 도로???
 

도로를 지나 나무가 우거져서 잘 보이지 않지만 왼쪽으로 가면 국사봉 가는 길이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정표가 또 있을까?
무의도에서 길 잃는 등산객이 발생하지 않도록 열일하는 중이다.
 

계단 맛집을 올라 처음으로 벤치에 앉았다.
 

심심하니까 배낭 속 물건 소개 타임~^^
 
무의도 트레킹 둘레길 오르기 전 편의점에서 산 생수와 얼음과자. 산에 오른 지 한 시간 정도 지났는데 녹지 않았다.
어제 원적산에서 모기 습격으로 고생한 터라 모기약을 챙겼는데, 무의도에선 오히려 모기가 없어서 사용할 일이 없었다.
 

이정표를 지날 때마다 산길을 걷는 느낌이 조금씩 달랐다.
어떤 길은 바람을 느끼기에 좋고 또 어떤 길은 비록 맨발은 아니지만 흙을 밟는 느낌이 좋다.
 

지금까지의 이정표와 달리 '실미유원지'가 새로 생겼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화살표 바탕색이 초록색이더니 이곳의 이정표는 노란색이다.
실미유원지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았지만 눈 딱 감고 국사봉을 향해 걸었다.
 

이 길은 지금껏 걸은 길보다 훨씬 넓은 길이다. 차량 한 대는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무의도 헬기장이다.
 
계속 좁은 길만 걷다가 헬기장에 도착하니 갑자기 눈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초록으로 물든 나무 사이로 하얀 꽃처럼 보이는 나무가 그림처럼 살랑거린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이곳에서 잠깐 경치 감상했을 테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국사봉을 향해 출발~!
 

이곳까지 올라오는 차량들은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걸까?
심지어 바로 옆에 텐트도 있다. 
또 다른 의미에서 능력자들이다.
 

혼자 숲 속을 걸을 땐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 이중창' <산들바람은 부드럽게>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오페라 내용과는 상관없이 정말 딱 어울리는 아름다운 곡이다.
'제비꽃'과 '밤눈'도 계속 들으며 걷는 길은 소풍과도 같다.

바위 끝에 서서 경치 구경하며 사진 찍다가 모자가 벗겨졌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건가 싶었지만 다행히 스트랩이 있어서 날아가지 않았다.
바람이 너무 세다. 아주 시원하게~ ^^
 

하나개 해수욕장과 실미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하나개까지 단숨에 날아가면 좋겠다^^
 

그러나 국사봉 인증샷을 찍으려면 조금 더 올라가야 한다.
 
(지금 이 사진, 이 사진을 잘 봐야 했다.
국사봉 이후에 벌어진 일은 이 사진 속 이정표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암튼, 일단 국사봉으로 고고~ ^^
 

너무 대놓고 가까이 찍었나? ㅎㅎ
 

국사봉에 다녀간 흔적을 영상으로 휘리릭 찍고,
 

'등산로'라고 표기된 계단을 향해 내려갔다.
 
'아, 이 길로 내려가면 안 된다고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흑흑~'
 

 

지금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던 이정표는 없다.
더이상 걷기 편한 길도 아니다.
 

전혀 길이 없을 것 같은 커다란 바위가 도처에 널렸다.

더이상 친절하지 않기로 했나 보다.
 
바닥을 기다시피 조심히 내려갔다.
휴대폰을 꺼내서 볼 여유조차 없다가 돌아서 올라가기에도 애매한 시점이 되어서야 겨우 휴대폰을 꺼냈다.

이웃님들은 모두들 나와 다른 길을 포스팅해서 뒷부분을 안 읽고 지나쳤다가 뒤늦게 폭풍 검색했다.
 
...
...
 
난 잘못이 없다.
'등산로'라고 적힌 대로 걸었을 뿐이다.
너무 갑자기 변심한 사람처럼 친절하지 않으니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했다.
 
먼저 이웃 블로그에서 국사봉 부분만 읽었다. 가장 믿음이 가는 '공신력 있는 채널'도 검색했다.
이때 너무 떨려서 심장 뛰는 소리가 몸 밖에서도 들리는 것 같았다.
 
'오늘 정말로 귀신과 한 판 하는 거 아닐까?'
 
 
검색한 결과, 국사봉에서 다시 같은 길로 내려가야 했다.
 

망... 연... 자... 실...

 

 
 
너무 충격받아서 그 자리에 10분 정도 가만히 서있었다.
 
찍은 사진의 시간을 확인해 보니 국사봉에서 현재 서 있는 곳까지 30분이 걸렸다. 다시 올라가려면 30분 넘게 걸릴 텐데, 일단 올라가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다시 걸음을 멈췄다. 
 
올라가야 할까? 아니면 내려가야 할까?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다.
 
생각을 해보자, 생각을...(실은 아무 생각도 안 남 ㅎㅎ)
 
똑같은 길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그냥 내려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어느 쪽으로든 정하고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조금 더 내려가니 마을이 보였다.
 

풀숲에 가려진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가니,
 

무의도 주민자치센터 앞마당 도착~!
 
소방서와 보건소 등 무의도 주민들을 위한 행정기관이 모두 모인 곳이다.
 

주민센터 화장실 다녀온 후, 길 건너에서 무의 1번 버스를 탔다.
 

나의 사정을 알 리 없는 버스는  '무의 트레킹 둘레길' 출발점을 무심히 지나갔다.
 
. . . 
. . . 
. . . 
 
이렇게 끝난다구???
 
 

아쉬우니까 리라이브 감상으로 마무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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