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보 100일 걷기] 마무리가 코앞으로 다가오니 마음이 급해졌다.
'걷기 좋은 길' 몇 군데 다시 걸으며 마무리하는 중인데, 생각해 보니 미완성인 채로 끝맺은 길을 무의식적으로 다시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의 목적지는 장봉도다.
차량을 가져가지 않을 경우, 운서역에서 삼목선착장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타거나 택시(약 7,000원)를 타야 한다.
법정공휴일(6월 6일)이어서 신도와 장봉도 가는 배를 타려는 사람들이 많았다.(삼목~장봉 일반 3,000원, 유류세 200원/ 신분증 필수)
그동안 신도와 장봉도는 평일에만 다녀서 매표소 안에 사람 많은 게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10시 10분.
세종9호를 타고 장봉도로 쓔슝~!
오늘도 장봉도로 향하는 배 위에선 갈매기들의 간식 타임이 빠질 수 없다.
손에 들고 있는 새우과자를 낚아채는 모습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정교하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기술이 아닌걸?^^
이 와중에 하늘은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로 맑았다.
이렇게 맑은 날 장봉도에 가는 게 처음이지, 아마?
삼목항을 출발한 지 10분 만에 신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신도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뱃머리는 곧바로 장봉도로 향했다.
신도보다는 장봉도(삼목선착장에서 약40분 소요)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배에서 사람들이 쏟아졌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이런 낯선 광경이 오히려 경이로울 정도였다.
작은 멀곳
장봉도에서 미완성으로 남은 곳 중 첫 번째는 바로 '작은 멀곳'이다.
장봉도 선착장에서 왼쪽에 위치해 있는데, 지난번에 못 가본 게 아쉬워 오늘은 장봉도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작은 멀곳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작은 멀곳'은 마을 앞에 있는 바위섬이다.
남쪽으로 100m가량의 모래로 만든 둑이 이루어져 있는데, 옹암포 방파제 구실을 하며 바다 가운데에 위치해 있어서 가깝지만 먼 곳과 같아하여 '못 간다'는 뜻에서 '멀곳'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TMI.
설명을 자세히 보니, 장봉도에서 구름다리로 연결된 '작은 멀곳'은 관리청이 '옹진군'으로 되어 있는데, '멀곳'인지 '멀곶'인지 정확한 표기와 함께 하나로 통일하면 좋겠다.
멀곳 입구에 두 개의 안내판이 있는데 서로 다른 받침('ㅅ'과 'ㅈ')을 사용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길이 221m로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탁 트인 바다 위를 걷다 보면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구름다리 아래로 몇몇 사람들이 조개를 캐고 있다.
옹암해변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들이 조개를 캐고 있었는데, 장봉도는 따로 입장료를 내지 않고 조개를 캔다고 들었다.(정확한 정보는 다들 모름^^)
모래로 된 둑이 방파제 역할을 한다는 설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너무 예뻐서 이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는 관광객 틈에 서서 마음껏 눈에 담았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구름도 한 몫했다.
멀곳에서 조개 캐기는 물론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여럿이었다.
가까운 섬에서의 낚시가 취미라니...
이곳에서의 낚시라면 아무것도 낚지 않아도 행복할 것 같다.
장봉도 AR인어 벽화마을
'인어 벽화마을' 앞에 다른 벽화마을에서는 볼 수 없었던 'AR'이 붙었다.
궁금해서 찾아봤다.
AR Mermaid앱을 다운 받아 3D효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단다.
멀곳 입구에 있는 마을 골목을 한 바퀴 걸으면 장봉도의 또 다른 자랑, 인어가 주인공인 벽화마을을 천천히 감상하는 것도 장봉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작은 선물이다.
장봉 1리에서 선착장으로 걷다 보면 많은 시(詩)를 만날 수 있는데, 그중 장봉도를 소개하는 시가 장봉도를 대표하는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섬 장봉도를 소개합니다.
저희 섬은 삼복 선착장에서 출발하면 약 40분이 소요됩니다.
도착하시면 거대한 이름 장봉도가 있고 오른쪽을 보면 다리가 보입니다.
그게 바로 구름다리입니다.
독바위에 가시면 구름다리 편의점이 있습니다.
거기선 과자, 호미, 술, 담배 등을 팔고 제 친구도 삽니다.
이제 특산물을 소개합니다.
일단 갯벌에는 상합이 있습니다.
상합은 조개 중에서 제일 비싸고 맛있는 조개입니다.
그리고 좋은 산은 국사봉.
국사봉은 약 150미터입니다.
또 우리 학교는 천연잔디가 깔려서 놀기 좋다. 끝~~
누가 썼을까 궁금해서 찬찬히 읽어봤더니 맨 마지막 줄에 힌트가 있다.
'우리 학교는 천연잔디가 깔려서 놀기 좋다'
아하~ 그렇구나^^
실제로 마을버스를 타고 가다가 장봉 분교를 봤는데, 아담한 운동장에 푸른 천연잔디가 확실했다^^
아주 예쁜 학교 인정~^^
장봉선착장 바로 옆에 있는 인어상 해상쉼터에서 장봉도의 상징인 '인어'와 함께 사진도 찍고,
내친김에 마을버스 시간표도 찰칵~!
멀곳과 AR인어벽화마을에서 놀다가 선착장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옹암해변
버스 탄 지 2분 만에 옹암해변에서 내려 이른 점심을 먹었다. (해물파전 20,000원 해물칼국수 10,000원)
옹암해변 텐트촌을 거닐다가, 썰물인 옹암 바다에서 조개를 캐는 사람들이 있는 바다로 향했다.
조개 캐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1년에 몇 번씩 와서 조개를 캔다고 했다.
힘들어 보이지만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잡념이 안 생겨서 좋단다.
오가는 시간, 비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시장에서 사 먹는 게 더 싸지만, 조개 캐는 재미를 알면 또 오게 된다고 한다.
단, 작은 의자, 장갑, 호미, 장화 등은 필수로 챙겨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바구니에 들어있는 조개 양이 많아 보이지만 두 시간째 쪼그리고 앉아서 작업한 수고에 비하면 적은 양이다.
그러나 배 타고 바다에서 재미 삼아 조개 캐는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니 그 말이 진심인 것 같다.
건어장(버스 종점)&해식동굴
옹암해변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건어장 버스정류장 앞 카페에서 당 충전한 후,
다시 도로를 따라 걸었다.
도로 끝 지점엔 예쁜 펜션이 있는데, 그 펜션 앞에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10분 정도 걸으면 장봉도에서만 볼 수 있는 공룡을 만날 수 있다.
본격적으로 공룡을 만나기에 앞서 애피타이저로 이런사진도 가능하다.(혼자 오면 불가능^^)
조금 더 걸어가면 드디어 공룡을 만날 수 있는 곳에 도착한다.
수년 전 어느 유튜버에 의해 처음 알려진 공룡을 닮은 해식동굴, 지금은 장봉도를 찾는 또하나의 관광자원이 되어주고 있다.
장봉도는 하루 정도 머물며 온전히 섬을 즐기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오후 5시 배를 타고 장봉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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