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 #어싱 #earthing #접지

[맨발 걷기]#6 강화 전등사 정족산성 맨발 걷기

문쌤 2023. 8. 3. 22:59

오늘도 줏대 없는 팔랑귀는 나름대로 세워둔 계획과 상관없이 강화로 향했다.

강화의 하늘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고 그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기어코 전등사로 발길을 옮겼다.

인천 강화 가볼 만한 곳으로 늘 추천하는 1순위이기도 하다.
 
내 마음의 안식처, 전등사로 쓔슝~^^

 

 
특별한 챌린지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면 나만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 찾았던 전등사지만, 오늘 오후에 마침 강화에 있었고 그리고 그저 날이 좋아서 갔을 뿐이다.
 

동문으로 가는 길은 초록으로 물결치고 짙은 숲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매번 입장권 들고 나름의 시그니처 포즈로 인증샷을 남기곤 했는데 이젠 그런 소소한 행복이 사라진 전등사 동문.
그러나 언제 봐도 아름답다. 
 

정족산성을 맨발로 걸어볼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다가 맨발 걷기에 입문한 후 처음으로 맨발로 걸어보기로 했다. (너무 기특한지고~^^)
 
마침 등산로 초입부터 나무가 큰 그늘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해볼 만하겠다.
 

여름 속을 걸어보자~!
 
잘 정돈된 계단은 걸을만했으나 크고 작은 돌멩이가 많은 곳에선 주춤거렸다.
 
밋밋한 길보다 여러 형태의 흙길을 맨발로 걸을 때 훨씬 효과가 좋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꾹 참고 걸었다. 그런데 사실 아픈 건 숨길 수 없다^^
 

앞으로 걸어가며 보는 풍경도 좋지만 뒤돌아서 보는 풍경은 더없이 좋았다.

 

강화 전등사에 몇 차례 다녔지만 오늘처럼 햇솜이 두둥실 떠다니는 것 같은 하늘은 처음 본다. 
 
그렇다.
원래 강화는 이렇게 예쁜 동네다.
 
정족산성은 눈 오는 날도 비 오는 날도 좋았는데, 그동안 맑은 날을 못 봐서 애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었나 보다.
 

맑은 하늘만 보고 간다 해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초록의 융단으로 뒤덮인 정족산성은 흙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드랍고 푹신해서 발에게 자유를 준 시간이었다.
 

어랏~!
가벼운 발걸음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가로막혔다.
 
'삼랑성 정상부 성곽 공사로 인하여 등반 및 출입을 통제하오니 우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랬다. 정족산성을 걸을 때마다 삼랑성 정상 성곽에 특별한 보호막이 없어서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라도 공사를 한다 하니 천만다행이다.
 

더 올라갈 수 없으니 통제선 아래 나무 그늘에서 쉬어야겠다.
 

아무도 없으니 나무 그늘에 앉아 음악 틀어놓고 시원한 아이스티를 마시며 여름을 즐겼다.
 
안 덥다면 거짓말이다.
옷은 땀에 젖었고 이마에서부터 흐르는 땀은 입술에 닿아 나트륨을 자급자족했다.
 
여름이어서 누릴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이마저도 행복이다.
 

내려갈땐 온수리시장에서 전등사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그 길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사고(史庫)인 장사각과 왕실의 족보를 보관하던 선원보각이 있던 정족산사고지에 바로 도착하는 지름길이었다.
 

정족산사고지(인천광역시 기념물 제67호) - 조선은 초기부터 「조선왕조실록」을 춘추관, 충주, 성주, 전주 등 네 곳에 보관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유일본으로 남은 전수사고본이 묘향산사고로 옮겼다가 다시 마니산사고를 거쳐 현종 1년(1660) 이곳으로 옮기로, 왕실의 족보를 보관하는 선원보각을 함께 지었다. 1931년에 간행된 「조선고적도보」에 이 사고의 사진이 수록된 것으로 보아 이후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록은 1920년 국권침탈 이후 서울로 옮겨졌고, 지금은 서울대학교 규장각에서 보존, 관리하고 있다. 

 

고즈넉한 풍경에 넋을 잃고 있을 뿐 정작 이 아름다움을 온전히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똥손을 원망했다.

앞으로 뭔가를 배운다면 사진 쪽으로 기울었으면 좋겠다^^
 

전등사에서 가장 편안한 곳은 정족산사고에서 내려와 만나게 되는, 제법 넓은 잔디가 펼쳐져 있고 주황색과 하늘색 의자가 있는 바로 이곳이다.
 
크고 짙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으면 신기하게도 목탁소리가 마음의 위안이 된다.
 

생명의 은인 같은 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고 해도 한사코 사양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은혜를 베풀었음에도 등에 칼을 꽂은 사람이 있는데,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털어내지 못하고 파르르 떠는 걸 보면 수양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
 

얕은 개울물은 소리 내어 흐르고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모자라는 것은 소리를 내지만
가득 찬 것은 아주 조용하다.
어리석은 자는 물이 반쯤 찬 항아리 같고
지혜로운 자는 물이 가득한 연못과 같다.
              -숫타니파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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