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 #어싱 #earthing #접지

[맨발 걷기]#5 여름, 길을 걷다 | 뜨거운 바람마저 달콤한 예단포 둘레길

문쌤 2023. 7. 31. 23:20

지난겨울 온통 미끄러운 눈길이어서 걷기 힘들었던, 그러나 오른쪽에 바다를 끼고 둘레길을 걸었던 그 느낌이 좋아서 다시 한번 가봐야지 했던 예단포 둘레길을 이제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바다 보러 가자/ 걷기 좋은 길, 영종도 예단

소복이 쌓인 눈 위에 활짝 핀 주황빛 능소화가 있었지. 어찌나 이쁘던지... 깨어보니 꿈이었다. 요즘 계속 불면의 밤을 보내다 보니 어이없게도 이런 현실감 떨어지는 형상이 보이는군. 눈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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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폭염경보 문자가 울리지만 이정도 더위라면 걷는 데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7월 마지막 날, 오늘은 예단포 둘레길(미단시티공원산책로)로 쓔슝~ ^^

 

예단포항 랜드마크인 등대, 아니 화장실. 
지난 겨울 처음 봤을 때도 센스 있는 감각에 감탄했는데 다시 봐도 그 느낌 그대로 또 감탄하며 보게 된다.
 

하늘이 이렇게 예뻤나?
하늘색 도화지에 흰색 물감 묻힌 붓으로 쓱쓱 그려 넣은 듯한 모습이 너무 예뻐서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늘 궂은 하늘만 봐서 너무 예쁘면 적응이 안 된다^^
 

 

따로 안내판이 없다.
더군다나 눈에 잘 띄지 않는 계단에 인근 카페 홍보 배너가 자리하고 있으니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카페로 가는 길'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차장 앞 몇몇 식당과 편의점 그리고 4번 버스 정류장이 있는 예단포항에서 둘레길 가는 길을 찾기가 의외로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예단포항 등대와 마주 보고 있는 편의점 건너편 계단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예단포 둘레길을 걸을 수 있다.

 

버스 정류장 옆엔 새로 설치한  두 개의 기념비가 자리하고 있다.
 

예단포 둘레길 초입엔 붉은 칸나가 무리 지어 피어있다.
인천중구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조진만 대법원장 생가터 정자와 잘 어울렸다.
 

초록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
 
강렬한 햇빛 아래 짙은 초록은 오히려 연두색으로 보일 정도다. 

'오늘도 피톤치드로 샤워를 하겠구나~^^'
 

커다란 나무가 그늘을 만드는 곳마다 바다를 향해 벤치가 놓여있고,
 

벤치에 앉으면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졌다.
 

살짝쿵 언덕~
하지만 보는 것보다 걷기 쉬운 길이다.
 
더군다나 눈은 오른쪽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바다를 담기에 바빴기 때문에 험한 오르막이어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뜨겁고 후덥지근한 도시와 달리 바닷바람이 불어와서 폭염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듯한 들꽃도 향기를 실어 나르는 예단포 둘레길, 그래서 저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든다.
 

초록으로 융단을 깐 언덕 너머로 전망대가 보인다. 
폭염인 오늘도 나처럼 예단포 둘레길을 걷는 사람이 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걸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는데, 유명세 때문에 관광객들에 의해 몸살 나지 않기를 은근히 바란다.
 

형형색색의 백일홍 호위를 받으며 전망대까지 걷는 길은 그야말로 꽃길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화도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이곳에서 망중한을 즐기면 좋겠지만 오늘은 특별히 예단포 둘레길을 걸은 후 바닷가에서 맨발 걷기를 할 계획이기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전망대에서 백일홍 꽃길을 따라 내려오면 왼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이정표가 없고 풀숲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쉽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에 좁은 길이 있는데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면 바닷가로 갈 수 있다.
  

고운 모래가 반짝이는 작은 해변에 도착했다.
 
둘레길을 걸을 때만 해도 두 사람이 걷고 있는 걸 봤는데 내려와 보니 벌써 가고 없다.
그렇다면 이 해변은??
 
 온전히 나의 것!!!^^
 

 

배낭을 벗고 신발과 양말도 벗었다.
바닷물이 점점 차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여유 있어 보여 바닷가 갯벌로 발을 들이밀었다.
 
하나개 해수욕장 갯벌만 생각하고 적당히 단단할 거라 예상했는데 
 
어머나~
갯벌 속으로 발이 푹 들어갔다.
 

 
이런 이러~언~!!!!
 
예상과 달리 진행된 상황에 잠시 당황했다.
미끄러지면 큰일이다. 
 
차라리 햇빛에 잘 달궈진 모래 위를 걷기로 했다.
 

달걀 깨뜨려 놓으면 써니사이드업 정도는 금방 만들어질 것처럼 달궈진 모래지만 오히려 적당히 자극이 되어 걸을만했다.
 
발바닥에 감각이 없는 건 아닌가 싶어 두 발을 모으고 가만히 서있었다. 
 
헉!!!
단 5초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뜨거웠다.
이로써 발바닥에 감각이 없는 건 아닌 걸로 확인됐다^^
 
하지만 걷는 동안엔 전혀 뜨겁지 않았으며 오히려 마사지하는 느낌이었다.
 

혼자 걷는 길이 심심할까 봐 인정 많은 갈매기가 날아오르며 재주를 부리고 나 역시 그를 봐줄 여유도 생겼다.

 

도대체
왜!!!
반듯하게
걷지 못하는 거니?

 
 

이 정도면 혼자 놀기의 끝판왕이다^^

 

복숭아뼈까지 잔뜩 묻은 흙을 바닷물에 씻어내고 준비해 간 생수로 다시 씻었다.
 
요령 있게 아껴 써야 하는데 가늠없이 막 부었더니 500ml 생수 한 병으로는 어림없다. 

물이 빠르게 차올랐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계단을 오르는 순간 폭염 경보 안내 문자가 울렸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데 500ml 생수를 발 씻는 데 사용하는 만용을 부리다니... 쯧쯧~
 
편의점에 가면 얼른 생수부터 사야겠다.
 

같은 길이건만 되돌아가는 길은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이젤을 세워놓고 그림을 그려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둘레길에서 바라본 작은 해변.
조금 전 내가 맨발로 지그재그 걸었던 곳이다. 자세히 보면 발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뽀송뽀송한 발로 예단포 둘레길을 걸어보자~
 

눈부신 7월의 마지막 날, 
칡넝쿨이 집어삼킨 둘레길이지만 걷는 동안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은은한 초록의 향기는 더위도 이길 만큼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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