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예술회관 공연 보러 가는 날이면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길 건너 롯데백화점 인천점에 발도장 찍는 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이다.
특히 5층 갤러리의 전시가 바뀔 때면 꼭 감상하는 편이다.
니키 드 생팔 <Bulletproof>展
2023.8.31~11.5
롯데백화점 인천점 5F 갤러리
니키 드 생팔(1930~2002)은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억압과 폭력을 오히려 화려한 색채로 승화시켜 전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대표 여성 화가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꿨다는 말처럼, 예술 작품이 그녀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예술 감각을 펼치게 된 것은 안토니 가우디의 구엘 공원을 보고 난 후였다고 한다.
예술이 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래서 위대한 것이리라.
여성에 대한 물리적 폭력으로 괴로워하던 그녀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힘들던 시기에 '예술'을 만나 억압에서 해방된 행복한 여성으로 성장하며 내면의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모습을 작품에 표현했다.
특히 캔버스에 물감 주머니를 달아놓고 총으로 쏴서 추상화를 완성하는 '슈팅 페인팅'은 미술 역사에 신선한 충격으로 기록되고 있다.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은 한마디로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따로 작품 제목이 없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큰 특징이기도 한데, 그래서 더 이해하기 난해하다.
혼자서 한 바퀴 돌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게 없지만, 친절한 도슨트 선생님의 설명이 곁들여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슬픈 표정에 머릿 속은 온통 생각으로 뒤죽박죽인데 유독 시계가 보는 이의 시선을 꽤나 불편하게 만든다.
시계에서 6시, 7시, 8시가 사라졌다.
5시~9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작품 앞에 한참 서있으니 도슨트 선생님이 다가오셨다.
도슨트 선생님은 나의 짐작대로, "학대받았던 과거의 시간을 지우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재미있는 그림이다.
제목 없는 작품이어서 그림을 보며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도 되겠다.
이 그림에 제목을 붙인다면 <동상이몽>쯤 되지 않을까 싶다.
남녀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듯~^^
니키 드 생팔의 친구가 임신했을 때 즐거워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인데, 도슨트 선생님이 추천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추상적이긴 하지만 다른 작품과 달리 온통 하트로 채워져 있다.
비로소 억압에서 해방된 행복한 여성으로 성장하며 내면의 아픔을 치유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전시회를 다녔지만 도슨트 선생님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 건 처음이다.
하필 화장도 하지 않고, 언제나 그렇듯 고무줄로 질끈 묶은 머리가 신경 쓰였지만, 이런 친절이 싫지 않아 휴대폰을 건넸다.
이래봬도 양심은 있으니 뒷모습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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