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우리 아이들 초등학교 때니까 약 20여 년 전 기억을 되살려본다.
그런데 기억력이 영 시원치 않아서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20년 넘은 일은 확실하다 ^^
암튼... 20여 년 전 여름, 시민단체 프로그램에 가족끼리 참여하게 되었다. 섬에 있는 초등학교 분교에서 함께 한 가족들끼리 게임도 하고 밥도 지어먹고 운동장에 텐트 치고 자던 추억 한 자락.
하늘엔 별이 총총 빛나고, 어둠이 짙게 깔린 깜깜한 운동장 한가운데 모여 영화를 봤다.
지금은 너무 흔하지만 그땐 신기하고 핫한 빔 프로젝터를 설치해놓고 돗자리에 누워서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 기억 때문인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보러 가자고 제안했을 때 덥석 물었다.
개막식 입장권도 미리 예매했다.
하지만 누가 앞날을 예견할 수 있었겠으랴.
수도권을 마비시킨 비는 충청권으로 자리 이동을 했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던 시간까지도 빗줄기가 그치지 않았다.
그들만의 행사, 시민들은 몰라
오랜만의 시외 발걸음이라 검색창에 '맛집'을 검색했다.
우리의 행색이 한눈에 봐도 외지인처럼 보였는지 사장님은
"어디서 오셨냐"
고 물었다.
불쑥 묻는 질문에 당황스러웠다.
답변하자마자 이번엔
"무슨 일로 왔냐"
고 물었다.
"음악영화제 보러 왔어요"
사장님은 영화제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다.
사장님은 오히려 다른 테이블에 앉은 손님에게 물었다.
그들도 모른단다.
'우리가 날짜를 잘 못 안 거 아냐?'
우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핸드폰을 열어 확인했다.
8월 11일 목요일, 보고 또 봐도 개막식 날 맞았다.
제천에서 가볼만한 곳 한 군데만 구경하고 바로 영화제 개막식 행사장으로 향했다.
개막식 행사는 의림지에서 한다는 정보만 갖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의림지까지 가는 동안 행사 안내 표지판이 없어 '이 길이 맞나?' 하고 몇 번을 의심했는지 모른다.
비까지 내리니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우천 중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주차를 한 후 행사장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행사가 열린다는 것만으로도 안도했었다.
우리의 시간과 기름값(?)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입구에서 온라인 예매권을 종이 티켓으로 교환한 후 행사장으로 갔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려서 도저히 개막식 영화 볼 상황이 아니었으나 티켓이 아까워 일단 들어갔다.
입구 표시가 안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오가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가다 보니 무대 쪽이었다.
의자마다 지역 유지 이름이 적혀있었으나 대부분 주인 잃은 이름표는 흥건하게 젖은 의자 등받이에 붙어 홀로 쓸쓸히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주요 인사 명단에는 있으나 오지 않은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돈 내고 입장권을 구매한 일반인은 어디에 앉아야 할까?
어디긴... 뒤로 가야지.
의자는 잔디 위에 줄지어 놓여 있었다. 잔디는 빗물을 머금다 못해 출렁이고 신발 속으로 흙탕물이 들락날락했다.
의자에 고인 빗물 때문에 앉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행사진행요원은 빨리 앉으라고 강요했다.
얇은 1회용 우비에 운명(?)을 맡기고 일단 엉덩이를 슬쩍 밀어 넣었다.
이런 우라질...
안 그래도 허리 디스크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 많은데 찬기운이 엉덩이부터 허리로 스며들었다.
순간 허리가 굳는 느낌이었으나 가족들에게 영화제 보러 가자고 선동한 죄로 꾹 참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선가 1회용 비닐 우비를 뚫고 새는 빗물로 속옷까지 젖었다.
돈 내고 벌 받는 기분이었다.
여름이라고는 하나 기온이 떨어지고 빗속에 있자니 입술은 퍼렇고 손은 덜덜 떨렸다.
우리가 그렇게 빗 속에 앉아있는 그림과는 별개로 행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배우는 괜히 배우가 아니었다.
빗속에서도 우아하게 입장했다. 우리가 흔히 TV에서 보던 모습이다.
(지금 시간 23시 53분... 다음 시간에 계속...될지 안 될지 나도 잘 모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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