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공연 관람 후기] 그 시대의 아이콘 '쎄시봉과 함께 하는 공감 콘서트' 공연 관람 후기

문쌤 2022. 8. 13. 21:35

 

'토요일 밤에'라는 노래 제목을 듣고 떠오르는 가수는?

    1번 손담비          2번 김세환

손담비'토요일 밤에'를 선택했다면 30대 인정.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으나, 손담비를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젊은 세대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2번 김세환 '토요일 밤에'를 선택했다면 60대 전후의 어른들이다.

 

 

긴 머리 짧은 치마

아름다운 그녀를 보면 

무슨 말을 하여야할까 

오~ 토요일 밤에

 

 

인천서구문화재단, 
쎄시봉과 함께 하는 공감 콘서트

 

우리나라 5,60년대생들은 쎄시봉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통기타 1세대로서 통기타 음악의 상징적인 용어라고도 할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였으므로 거리가 멀게 느껴졌으나, 이젠 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게 실감 날 정도로 편했다.

 

2022년 8월 12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인천서구문화회관에서 '쎄시봉과 함께 하는 공감 콘서트'가 있었다.

최선용 지휘자가 이끄는 35인조 아르스 오케스트라쎄시봉의 대표 가수 김세환, 윤형주 그리고 이장희가 만드는 콘서트였다.

 

 

스스로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최선용 지휘자의 편안한 진행도 좋았다. 그가 이끄는 아르스 오케스트라의 오프닝 연주곡 'Ruslan and Ludmila'은 연주 시작하자마자 '내가 공연 보러 왔구나'를 실감나게 해주었다.

 

'Ruslan and Ludmila' 외에도 쎄시봉 가수가 바뀔 때마다 아르스 오케스트라의 특별 공연을 볼 수 있었다. 'Exodus'를 들을 땐 마치 TV에서 주말의 명화를 시작할 것만 같았다. 그만큼 'Exodus'가 우리에게 추억의 음악이라는 것을 최선용 지휘자가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선곡 솜씨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한편, 연주 전 최성용 지휘자가 직접 편곡했다고 소개한 '아리랑 판타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리랑 몇 곡을 시대에 맞게 새롭게 편곡한 곡이어서 색다른 경험이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더 듣고 싶을 정도였다.

 

 

 

세월이 비껴간 듯한 세 명의 쎄시봉 가수들

 

그들의 노래를 듣는 동안 아예 잊고 지낸 아주 먼 옛날 노래들을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게 되어 깜짝 놀랐다.

쎄시봉에서 노래를 부른 지 벌서 50년이 넘었고 그들 나이도 70세가 훨씬 넘었다. 세월은 흘렀으나 맑은 목소리는 옛날 레코드 판을 틀어놓은 듯 똑같아 소름 돋을 정도였다.

 

 

첫 번째 등장한 가수는 김세환.

#사랑하는 마음   

#길가에 앉아서   

#영영(나훈아 노래)   

#토요일 밤에

 

아르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있었지만 통기타 1세대 가수답게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모습은 옛날 그대로였다.

관객들은 대부분 60~70대였다.

남성 관객도 있었으나 대부분 여성 관객이었다.

김세환뿐 아니라 윤형주, 이장희가 노래할 때도 "오빠"를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요즘 노래 가사가 직설적 표현이라면 70년 대 노래 가사는 시(詩)와 같다.

 

쎄시봉의 모든 노래가 아름다운 감성을 간직하고 한 편의 시(詩) 같다면,

'쎄시봉과 함께 하는 공감 콘서트' 그 서사 끝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있었다.

 

 

두 번째로 등장한 가수는 윤형주.

70대 가수 중 가장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가수가 아닐까 싶다. 청바지에 통기타 맨 모습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손주가 여덟 명이라고 자랑하는 윤형주는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신비의 샘물을 마시고 있나 보다.

목소리가 변함없이 맑고 깨끗하다.

 

#조개껍질 묶어   

#바보   

#시 낭송 - 윤동주의 별 헤는 밤   

#두 개의 작은 별

 

'조개껍질 묶어'라는 노래는 수학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노래였고, 손으로 하는 율동은 노래가 시작함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손이 저절로 움직여서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윤형주의 육촌 형인 시인 윤동주의 짧은 일생을 잔잔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나지막한, 그러나 힘찬 목소리로 전해주었다. 미처 우리가 잊고 지냈던 시인의 꽃 피우지 못하고 일찍 스러진 삶과 가족사까지 들려주니 역사의 한 페이지를 펼쳐보는 것처럼 숙연해졌다. 

 

그리고 이어서 윤형주의 목소리로 듣는 윤형주의 육촌 형 시인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은 슬픔이 가득했다.

 수십 년 동안 잊고 지낸 별 헤는 밤은 부끄럽게도 앞부분은 잘 기억이 안 났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생략)

이 부분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기억이 났다. 

 

다음 무대는 윤형주와 김세환이 함께 하는 무대로 

#Dont forget to remember   

 #웨딩케이크     

#CM song 메들리     

#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도 좋고 윤형주가 만든 'CM song 메들리'를 부를 땐 옛날 '테레비 선전'에 나오는 CM song를 노래처럼 따라 부르던 습관처럼 모두 다 함께 불렀다. 하지만 그들이 부른 '웨딩케이크'는 잊을 수 없는 곡이다.

 

옛날에 친구 집에서 공책에 가사를 적어 외우고,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던 그날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윤형주와 김세환이 노래 시작하자마자 마구 설렜다. 본 공연에는 촬영을 할 수 없어서 올릴 영상이 없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다.

 

 

쎄시봉의 마지막 출연자 이장희

무대에선 '불 꺼진 창' 전주가 흐르는데 스탠드 마이크가 없다?

노래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더니 곧이어 환호성으로 변했다. 

무대 뒤에서 깜짝 등장하며 노래를 시작한 것이다.

 

젊은 가수들처럼 관객들이 내미는 손을 잡아주면서 노래를 부르며 무대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악수 한 번 해볼까 해서 손을 내밀었는데 내겐 기회가 닿지 않았다. ㅠㅠ

 

 

#불 꺼진 창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Delilah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는 정말이지 이장희 목소리만이 가능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였다. 영화 '별들의 고향' OST인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는 다른 가수들이 부르면 심심하다. 양념이 덜 된 요리 같달까?

 

이장희의 목소리로 듣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듣기 좋다. 목소리에 힘이 있어서 정말 나에게 모두 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딕션이 좋았다.

 

 

앵콜곡 #그건 너

KBS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방송인들이 출연하여 문제를 풀었는데 문제 중 이장희의 노래 '그건 너'가 방송 금지된 이유가 무엇인가? 였다.

답은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노래 가사 때문이었다'니 너무 황당하기만 하다.

 

최선용 지휘 아래 아르스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김세환, 윤형주 그리고 이장희가 함께 부르는 앵콜곡 '그건 너'.

모든 관객이 따라 불러 요즘 아이돌 콘서트 못지않았다.

  

 

 

쎄시봉 앵콜곡 '그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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