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통신사 포인트를 주체할 수 없던 차에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후 종종 이용하고 있다.
통신사 VIP회원은 1년에 6번(한 달에 한 번만 가능)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데, 2023년 12월엔 '서울의 봄(롯데시네마 인천아시아드관)'을 택했다.
혼자서 등산은 할 수 있지만 여전히 '혼자 영화보기'를 못 하기 때문에 둘이서 통신사 앱에 들어가 두 좌석 나란히 예매하기 성공~^^
이미 입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아침 10시 30분 상영시간에 거의 만석일 정도로 영화 '서울의 봄' 인기는 초절정이었다.
개봉: 2023년 11월 22일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41분
감독: 김성수
출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
황정민, 정우성 등 좋아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추가 별점을 주고 싶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처음으로 영화화한 그날의 9시간을 다룬 내용이다.
영화는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저격 사건'부터 바로 시작한다. 시작부터 긴장감 백배다.
어지러워진 정국에 신군부의 쿠데타가 쏘아 올린 비극적인 역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전두광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 누구나 다 아는 역할에 황정민이 등장하자 놀라웠다.
평소 황정민의 얼굴에서 전두환의 이미지를 전혀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장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영화 속 황정민은 다른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전두환을 닮아있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당시 19살이던 김성수 감독이 그날 직접 총성을 듣고 의구심을 갖고 있다가 영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전두광 대사 中)
김성수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자기들이 했던 12·12 그날을 영원토록, 불과 얼마 전까지도 승리의 역사로 기념하고 축하연을 하는 게 너무 보기 싫었거든요. 그래서 이 영화 속에서만이라도 그들의 승리는 그들이 아주 잠깐 누릴 수밖에 없는 승리고 결국은 역사의 패배자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당시 나는 어렸지만 대학생이 된 후까지도 화염병과 최루탄이 일상이어서 가방 안에 늘 치약을 가지고 다녔고, 닭장차와 총을 든 전경들이 큰 도로는 물론 골목에도 배치되어 있던 게 마치 어제의 일처럼 기억이 또렷하다.(집이 시내와 가까워 닭장차와 전경들을 지나쳐야 집에 갈 수 있었음)
대학다닐땐 학과 특성상 몇 차례 데모 현장에 있어야 했던 적도 있었다.
1979년 그날의 9시간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하다가 픽션 논픽션을 적절히 배합한 그날의 역사를 다시 보니, 감춰진 비밀이 한 겹씩 벗겨지는 것 같았다.
마치 금기를 깨고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아 영화가 전개될수록 심장 박동수가 빨라졌다.
이미 결론을 알고 있는데도 감정에 잘 휘둘리는 편이어서 그당시 어쩌지 못한 상황에선 나도 모르게 안타까움의 눈물이 흘렀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여기저기서 깊은 한숨과 훌쩍이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https://youtu.be/wWAYD1qJysg?si=AXMVxFErNICQrOLm
혹시 쿠키영상이 있을까 기대하며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 앉아있었는데 '하나회' 사진과 함께 '전선을 간다' 노래가 극장 안을 가득 메웠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거의 흡사한 장면이 나오는데 뇌리에 박혀있던 장면이 '서울의 봄' 마지막 장면인 '하나회' 사진을 보며 떠올랐다.
역사가 기억하는 사진...
ps.
12월 3일 관람했으나 일부러 오늘(12·12) 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