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두근두근 Culture 100]

[2024 두근두근 Culture 100]#3 이광호 개인전<BLOW-UP>(ft.국제갤러리>

문쌤 2024. 1. 9. 06:00

새해 들어 우리 동네엔 아직 전시회가 활발하지 않아 자꾸 이웃 동네를 기웃거리게 된다.
아무래도 갤러리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서 저절로 발걸음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미술에 풍부한 지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본다.
 
며칠 전 만난 갤러리 관장님의 "그림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애 쓸 필요 없다"는 말씀에 기대어 보려고 한다.
 
생각해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쓰윽' 보며 그 시간만큼은 그림이 주는 위안이 크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지난 연말, 서울에서 열리는 특별한 전시회 소식을 알게 되었다.
휴대폰 화면상으로는 사진인지 그림인지조차 구분이 어려울 정도이며 또한 작품의 크기를 알 수 없었다.
가로 15점 세로 4점씩 총 60점이어야 하는데 총 59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단다.
 
한 작품이 빠졌다.
왜 빠졌을까?
 
분명 의도한 점이 있을 것이다.
궁금하니까 얼른 가보자, 쓔슝~^^

 

 

이광호 개인전 <BLOW-UP>
국제갤러리 K1
2023년 12월 14일~2024년 1월 28일
매일 10시~18시
무료 관람
관람객 주차 불가
문의:02-735-8449

 
 

처음 가는 갤러리여서 여전히 긴장감이 들고 두리번거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우와~ 사진이야 그림이야?
 
90x81cm의 풍경 회화 작품이 갤러리 벽 한 면을 가득 채웠다.
작가가 뉴질랜드 여행 중 케플러 트랙(Kepler Track) 인근에 위치한 습지를 방문하여 찍은 수많은 사진들 중 하나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하나의 이미지를 전시장 벽면 가득 채울 만큼 큰 이미지로 확대한 후 60개의 화폭으로 구획하였고 각각의 캔버스가 전체 풍경 이미지의 일부이자 또한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 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그 결과 습지에서 자라는 붉고 흰 이끼들이 확대되어 마치 커다란 식물처럼 보이기도 해서 실제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물감 묻힌 붓으로 마구 휘저어놓은 듯 하지만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사진 같다. 
 
멀리서 보면 사진 같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마른 수풀 한 줄기까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가까이에서 보다가 다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전체적으로 보기를 반복했다.
 
작가도 개개인이 느끼거나 상호 교류하는 그 무언가에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니 개인적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정답인 듯싶다.
 
카메라를 안 들고 다닌 지 몇 달이 되었지만 한 번도 불편하다거나 특별히 카메라로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든 날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광호 전시회에서는 카메라를 챙기지 않은 걸 후회했다.
 

짐작컨대, 물에 비친 하늘을 보아하니 작가가 습지를 방문했을 당시  무척 맑은 날이었을 것이다. 
자잘한 수풀까지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선명한 붉은색과 몽실몽실 피어오른 흰 솜털마저 작가 마음에 들었으리라.
 

총 59개의 작품이 갤러리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유독 한 작품만 빠져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바로 건너편에 225x198cm의 확대된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비로소 전시 제목 <BLOW-UP>(확대)이 이해가 되는 기가 막힌 연출 센스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또 다른 방에는 총 5점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데 역시 같은 습지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습지의 어느 부분인지 어느 정도로 확대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긴, 습지를 안다고 해도 어느 부분을 그렸는지 전혀 알아볼 수 없겠다. 
작가 마음속에 들어온 그곳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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