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새로운 도전

캘리그라피, 배운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문쌤 2022. 8. 28. 22:35

 

1만 시간의 법칙.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 하루 10시간씩 투자할 경우 3년이 걸린다. 

 

아,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할 얘기가 아닌데 그다음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막막하다.

왜냐하면 일주일에 2시간 연습하는데 1만 시간이 되려면???? 아휴~ 

나는 어디에 있을까?

 

1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해 뭔가를 배우기엔 나이가 많다...라고 말하면,

아직 젊은데 무슨 소리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노인복지관에 갈 나이는 아직 안 되었으니 팔팔한 청춘되시겠다.

 

선만 긋다가 내 인생이 끝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캘리그라피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면서 블로그에 자랑을 좀 했었다. 시작만 거창하게 했다가 몇 번 해보고 그만둘까 봐 아예 블로그에 인증을 한 것이다.

 

첫 수업 시간은 선 긋기였다. 40여 분 정도 선 긋기를 하고 나면 싫증이 나서 다른 회원들 글씨 감상하러 돌아다니곤 했었다.

 

1년 전부터 혹은 6개월 전부터 꾸준히 배우고 있는 회원들이 화선지에 써 내려간 글씨를 보자면, 초보 눈에는 모두 하나의 작품처럼 보였다. 

 

 

선 긋기 끝에 드디어 형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마다 부러움 반 칭찬 반으로 

"저는 언제쯤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했다.

 

회원들은 모두들 겸손하셔서 

"잘 쓴 거 아니다" 혹은 "3개월만 배우면 금방 따라 한다" 등등 위로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러면서 기역, 니은만 잔뜩 쓴 내 화선지를 보며,

"아휴, 정말 잘 썼네~" 라며 인사치레로 격려를 해주셨다.

 

쓸 때마다 제각각인 기역(ㄱ)은 누군가를 닮은 얼굴이 되고...

 

전혀 진도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매주 선 긋기와 기역, 니은에서 멈출 것 같더니 수업 때마다 가끔 찍어놓은 사진을 보니 변화가 보였다. 물론 순수한 나의 능력이 아니다. 잘하든 못하든 수업 진도에 맞춰 나갔을 뿐이다.

 

하지만  단 몇 주밖에 안 되었는데도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먹물 묻힌 시간이 헛되지 않았는지 처음보다 아주 조금은 나아진 듯하다.

 

 

2시간의 수업 시간 동안 평균 10장의 화선지에 연습을 한다. 한글 자음을 배울 땐 화선지 한 장 연습하고 나면 버리기 전에 꼭 붓으로 점 몇 개 찍어 사람 얼굴을 그리곤 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캘리그라피를 배우다보니 도서관에서도 캘리그라피 관련 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기하다.

캘리그라피 책

 

캘리그라피를 좀 배워봤다는 사람이나 전문가들이 보기엔 너무 어설퍼보이겠지만, 그동안 해오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에 이제 발 들여놓은 초보자에겐 일상의 작은 행복이다. 

 

몇 달 후엔 조금 더 나은 캘리그라피 글씨를 가져올 테니 기대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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