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새로운 도전

캘리그라피, 지렁이 글씨도 한 달이면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문쌤 2022. 9. 6. 22:03

 

캘리그라피를 배우게 된 계기에 대해 쓴 글이 있는데 그게 불과 약 한 달 전이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한 달 동안 배운 과정'을 수강생 시점에서 몇 글자 남긴 적 있다.

 

붓으로 글씨를 쓰면 볼펜으로 쓸 때와 달리 차분해지고 또 평소 글씨를 지렁이 기어가듯 쓰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캘리그라피를 배우면 좀 나아질 거라는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다. 

 

작업할 샘플 작품

 

정성이 담긴 봉투에 담긴 용돈이면 더 좋겠다

지난주엔 추석을 앞두고 자녀나 손자 손녀들에게 줄 '용돈 봉투에 글씨 쓰기'를 배웠다.

명절날이면 친정아버지가 우리에게 용돈 주실 때면 늘 수제 꽃그림이 들어간 봉투에 용돈을 넣어 주셨는데 그게 참 멋있어 보였다.

작은 꽃잎 몇 개와 소망을 담은 짧은 글귀를 손수 그려 넣은 봉투 말이다.

드디어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이소에서 준비물인 편지 봉투를 샀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밋밋한 봉투다.

 

 

먼저, 선생님이 보여준 글씨 샘플을 보고 본인이 원하는 글귀를 선택해 화선지에 연습을 하라고 했다.

'캘리그라피 배운지 한 달 정도 되었는데 이게 가능한가?'

 

그동안 굵은 붓으로만 연습을 했었는데, 가는 붓은 처음 잡다 보니 익숙지 않아서 쓰다 보면 글씨가 점점 커져만 갔다.

 

 

거의 1시간 정도 움직이지 않고 연습을 했다.

온몸이 경직되어 휴식이 필요했다.

교실을 돌아다니며 다른 회원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살펴봤다.

 

 

다른 회원들은 손이 얼마나 빠른지 벌써 연습을 마치고 봉투에 쓰기 시작했다.

글씨를 다 쓴 봉투엔 선생님이 Calligraphy&Design 스탬프를 찍어주기 때문에 수업 끝나기 전까지는 무조건 완성해야 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화선지 여러 장에 연습을 마치고 드디어 봉투에 글씨를 쓸 차례.

크게 심호흡 한 번 하고... 봉투 색깔을 선택하고... 먹물에 붓을 한 번 담그고... 붓끝이 갈라지거나 먹물이 많이 묻은 걸 방지하기 위해 화선지에 한번 슥~ 그어주고...

 

나, 떨고 있니?

다이소에서 12장에 1000원 주고 산 봉투다.

쓰다가 실수해도 미련 없이 버려도 될 정도의 가격이다.

하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손끝은 덜덜 떨린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뭐든 처음이 어렵다.

 

 

수없이 연습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 글귀의 첫 자음인 'ㅅ'을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한 획을 긋고 나니 손이 갈길을 잃었다. 생각해보니 화선지에 큼지막하게 쓰던 때와는 다르다.

지폐 크기만한 작은 봉투에 가는 붓으로 쓰는데 돋보기안경을 안 챙겨 온 게 생각났다.

 

 

이런 상태라면 추석 감사 봉투에 좋은 글귀는커녕 한 글자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샘플을 보고 그대로 따라 써야 하다 보니 샘플과 조금만 달라도 손이 떨렸다.

 

 

옆에 앉은 중급 과정 회원을 보니 글씨를 다 쓰고 둥근달을 그리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부끄럽다고 사양하는 바람에 사진을 찍지 못했다. 너무 아쉽다.

 

참, 그림은 아직 안 배웠고 그림 도구도 없으므로 예쁜 그림을 곁들여 그린다는 건 감히 넘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자, 시옷의 한 획을 그었으니 그다음은 어떻게 하겠는가.

눈 딱 감고... 아니, 눈 부릅뜨고 일필휘지로 써 내려갔다.

한석봉에 빙의된 듯...

내리 봉투 세 장을 완성하고 나니 수업 끝나기 전에 스탬프를 찍을 수 있었다.

스탬프를 찍고 나니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어랏, 괜찮은데?

 

얼마나 긴장하며 썼는지 끝나고 나니 어깨며 허리며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선생님으로부터 잘 썼다는 칭찬을 들으니 느닷없이 자신감 58000배 상승!!!

다음번엔 그림까지 그려서 일필휘지로 휘갈겨보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