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정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벌써 9월이라니... 1년의 2/3가 지나갔다.
다른 때 같으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못 하고 휙 지나갈 무수한 시간들이
2022년의 2/3는 뼈에 새겨지는 날들을 보내다 보니 9월이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그래... 시간은 지나간다...
문병란 시인과는 여러 각도에서 연관이 있기도 하고, 9월을 의미 있게 시작하고 싶어서 오늘은 그의 시를 감상하려 한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 희망가 中에서
그는 '희망가'에서 '고행길을 멈추지 않으면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고 노래했다. 하지만 나는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노래한 '9월의 시'가 더 마음이 끌린다.
9월의 시
詩 문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로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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