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책] 영리한 호구...그 판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으면 니가 바로 호구다!!!

문쌤 2022. 9. 2. 23:35

 

도서 반납이 연체되어 며칠 동안 도서관 출입을 못 하다가 연체 족쇄가 풀리자마자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웬일인지 도서관이 텅 비어있다. 

오호~! 학생들 개학했구나. 

 

신간 도서 코너에서 눈이 딱 마주친 책을 집어 들었다.

영리한 호구(생각의 빛/ 최영민)

 

"그 판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으면 니가 바로 호구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매 회 명장면과 명대사 선물꾸러미인데 애신의 사촌 언니 애순이 노름판에서 탕진하다가 전당포 주인에게서 들은 말이다. 

 

 

tvN 미스터 션샤인 

 

아이들과 대화하다가 미스터 션샤인 전당포 주인의 명대사가 찰떡같이 맞아떨어질 때도 있었던 터라 '호구'라는 단어에 꽂혀서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책장을 넘겼다.

보통은 "엄마가 호구였네"라는 말을 들으니 같은 류(類)의 동지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 컸는지도 모른다. 

 

<'따뜻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영리한 호구>

책 제목 아래 작가 최영민의 대표 이력을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적었다.

'의대 졸업 후 수도원 입회하여 10년간 신부 수업을 받다가 속세로 돌아온 괴짜 의사가 말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방법'.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해서 의대에 들어갔을 텐데 갑자기 수도원에서 신부 수업이라니...

작가 스스로 공부를 잘했다고 하니 머리는 총명할 테고 수도원에서 신부 수업까지 받았다면 일반인과는 다른 깊은 깨달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산속에 사는 게 아니라면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관계를 맺고 산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 없기에 살면서 알게 모르게 상처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상처받은 많은 영혼들이 <나는 자연인이다>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영리한 호구>는 작가의 말처럼 영리한 호구가 되기 위한 여정을 풀어낸 책이다. <내 마음의 돌보기 - 주변 사람 돌보기 - 세상을 돌보기>로 분류하여 자신을 사랑하면서 다른 사람을 품어줄 수 있는 영리한 호구가 되는 방법을 친절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연인으로 살 수 없다면 영리한 호구로 사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수도원 생활이라는 경험이 바탕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깊이 헤아릴 줄 아는 따스한 마음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작가이기에 가능한 내용들이 많았다.

 

 

작가는 영리한 호구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기 사랑' 즉, 자존감을 높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제가 수도회에 있을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할 일이 꽤 있었습니다. 처음 무대에 서야 하는 전날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 모릅니다. (중간 생략) 첫 무대는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준비한 것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전달하려던 메시지를 나름 전달했다고 생각했거든요." p33

 

츨처: 나나의 행방

 

'처음이 어렵지 한번 해 보면 잘할 수 있어' 

살다 보면 처음 접하는 일은 언제나 걱정이 앞서고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주위에서는 '처음이니까 그렇다''하다 보면 잘할 수 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처음엔 다소 서툴 수 있지만 무사히 끝나고 나면 스스로 뿌듯해진다. 자존감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그렇지~하면서 작가의 생각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가 최근 반대되는 일이 생각났다.

10개월 전에 카페를 개업한 00 씨는 갑자기 폐업을 했다. 항상 활기차게 생활한 걸로만 알고 있었는데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늘 주변에 응원해주는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상처를 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듯 보였다. 세상은 넓고 똘아이는 많다는 말이 있다. 세상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 그런 사람들이 내뱉는 말 따위에 상처받지 말고 카페를 계속하라는 조언을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의 상처는 겉으로는 무뎌진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마음 저 깊은 곳에 켜켜이 쌓여서 자존감은 바닥에 처박혔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10개월 만에 빨리 폐업하고 다른 일을 찾았기에 지금은 예전의 환한 모습으로 더 바쁘게 살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다는 기성세대들의 걱정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오히려 '요즘 아이들' 편을 들고 싶다.

아닌 것은 아니다. 버릴 카드라면 빨리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출처: 퍼슨 블로그

 

 

마음의 상처에 빨간약 같은 구절이 있다. 위로해주는 것 같아 세 번이나 읽은 부분이다.

"지금 마음이 너무 아픈 상황에 있다면요, 일단 자기가 아프다는 것을 인정해주세요.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오히려 마음 아픈 일이 없다면 그건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것이 아니라 '이상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내 마음이 다쳤다는 것을 인정해주세요. '나는 지금 마음이 힘든 상태구나.'라고 말이죠.

그리고 내가 지금 힘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걸 생각해주세요. 내가 못나고 부족해서 힘든 게 아니라요 그냥 내 상황이 힘든 거라고 말이죠. 그리고 자책하지 말고 그 시간을 버티고 견뎌보세요.(중간 생략) 

 

제가 많이 해봤는데요, 이렇게 힘든 시기의 밤에는 그냥 주무세요. 밤에 생각을 거듭할수록 해결책을 찾기는커녕 우리의 생각은 더욱더 어두운 면만 보게 되고요 그러면서 점점 절망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차라리 밤에는 푹 쉬고 밝은 낮에 생각하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힘든 시간이 지나고 다시금 하나둘씩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p50

 

 

 현재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라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책을 중간쯤 읽으면서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목소리를 가졌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단언컨대 작가가 운영하는 유튜브를 아직까지 보지 않았다. 천천히 알아 가고 싶기 때문이다. 

 

출처: 별별의 다락방

 

작가는 '영리한 호구가 되기 위해서는, 자존감 높이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 맺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살다 보면 인간관계도 미니멀하게 정리할 때가 오고 또 내가 정리하고 싶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더라. 여름엔 나뭇잎이 무성하다가도 시나브로 잎을 떨구는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다.

 

자존감이 충만한 지금의 '영리한 호구'를 지나 10년 후쯤엔 '영리한 호구, 그 후' 정도의 제목으로 성숙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