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벨기에 학생들과 같은 반이었던 적이 있었다.
솔직히 외모로 봐서는 이탈리아 특징이라고 단정지을 것도 없었고 벨기에라고 해서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얼굴 하얗고 금발 머리에 눈이 엄청 예쁜 정도?
내가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 뿐아니라 내 눈에는 다 예뻐보이는 시력 장애까지 있어서 사회생활하는데 있어서 애로사항이기도 하다.
남편 말에 의하면 나의 '미(美)의 기준이 너무 낮다'는데, 난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얼굴 이쁘고 호리호리한 8등신, 9등신만 미인인 줄 아는 남자들은 개성있는 매력 포인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동양인 비하 단어 '칭챙총'
서양인에 비하면 동양인들은 눈이 작은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탈리아, 벨기에 학생들의 커다란 눈망울에 푹 빠지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 적도 있었다. 그녀들은 너무도 사랑스러운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여자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 딱 그자체였던 것이다. 내가 눈이 작아서 크고 예쁜 눈이 로망이었나보다.
그런데 '칭챙총'이라는 단어를 몰랐을 때와 달리 알고 나니 과거 그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서 수업 받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 애들 눈에 나는 어떻게 비쳐졌을까?'
내 눈이 정말 옆으로 찢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은 매일 보는둥마는둥 하는 내 모습을 자세히 보기 위해 거울 앞에 섰다.
나이 들어 축 쳐진 눈, 웃을 때 눈끝에 달린 잔주름...
거저 얻은 나이듦이 아니기에 훈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거울 속 내 모습은 정말 눈이 찢어지다 못해 축 쳐진 동양인 아줌마 그 자체다.
우연히 '칭챙총'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부끄럽게도 이전엔 전혀 들어보지 못한 단어다.
서양에서 동양인을 비하할 때 '칭챙총'이라고 하며 심지어 두 손으로 눈을 옆으로 찢으면서 비하하는 행동을 한단다.
궁금해서 검색창에 '칭챙총'을 검색해봤더니, 외국에서 직접 경험한 무례한 행동에 관한 글들이 너무 많았다.
영상 촬영 중에 친히(?) 카메라 앵글로 납시어 '칭챙총'을 시전하는 인성 개차반인 젊은 남성의 모습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종차별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았다. 독일 베를린을 여행 중이던 한국인 여성이 독일 남성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기사를 보고 할말을 잃었다. 해당 장면은 인터넷 방송 트위치에서 생중계되며 해당 영상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거지?
칭챙총은 도대체 왜 인종차별 단어가 됐을까?
정확하지는 않으나 여러 자료에 의하면, 중국인들의 대화가 서양인들의 입장에서 칭챙총 정도로 들리는 것에서 착안해 생겨난 표현이다.
중국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서 중국인에게만 한정되는 표현이였으나 서양인 입장에서는 동양인 구별이 힘들기 때문에 한국인 일본인에게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인 혐오에서 나타난 말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칭챙총' 함께 '칭총' 역시 아시아인을 모욕하는 말이다.
여행 유튜버들이 해외 여행 중 외국인들로부터 '니하오'라는 인사를 받으면 항상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콕 집어서 말해주는 영상을 여러 번 봤다. 귀찮으면 그냥 지나가도 되고, '니하오'라고 인사 했으니 같이 답변해도 별일 아닐 거라고 생각한 내가 생각이 부족했다. 꼭 일깨워 줘야지. 동양인은 중국인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칭챙총'은 매우 심각한 수준의 멸칭이기 때문에 유럽, 북미의 일부 방송에서는 금지용어로 지정되어 있다. 이것과 함께 양 손가락으로 양 눈 끝부분을 가늘게 잡아당기는 chinky eyes(동양인들의 눈이 작고 길게 찢어진 것을 비하하는 표현)가 동양인들을 대놓고 깔보는 양대 비하 멸칭이다. TV예능 '무한도전'이나 '힐링캠프' 등에서 배경의 서양인들이 눈 잡아당기면서 비하하는 표현들이 계속 찍히며 큰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참고: 나무위키
이탈리아, 벨기에 학생들이 내 앞에서건 뒤에서건 '칭챙총'이라는 말은 제발 하지 않았길 바란다. 그들의 인격을 믿기로...
'[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로 슈가 콜라 마시면 살 빠지나요? (22) | 2022.09.08 |
---|---|
드디어 연금 받는다! 20여 년 전 연금 보험 가입한 결과는 과연? (28) | 2022.09.07 |
[공연 관람 후기] 인하 오케스트라(부평아트센터 해누리 극장)공연 관람 후기 (13) | 2022.09.04 |
[공연 관람 후기] 제5회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2022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갈라 콘서트 (9) | 2022.09.03 |
[책] 영리한 호구...그 판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으면 니가 바로 호구다!!! (20) | 2022.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