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방에는 냉장고가 한 대 있다.
이온음료, 탄산음료, 생수 등 음료수 전용 냉장고다.
본인 취향대로 본인이 직접 주문하면 좋을 텐데, 주문은 꼭 엄마를 시킨다.
어제는 탄산음료가 다 떨어졌다며 1박스를 주문해달라고 했다.
왜 하필 탄산음료냐며 또 한바탕 실랑이를 했다.
건강에 득 될 게 하나도 없는 탄산음료를 왜 또 사냐고 잔소리를 하자,
아들은
"그래서 제로 슈가 콜라를 마시려고 하는거야"라는 개똥 같은 논리로 대응했다.
감정싸움만 깊어지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다가 결국 '제로 슈가 펩시콜라'를 주문했다.
제로 슈가?
설탕이 안 들어있다는 말인데, 그러면 어떻게 단 맛을 내는 거야?
주문한 지 시간상으로는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제로 슈가 펩시콜라가 도착했다.
음료수 1개를 꺼내 살펴봤다.
캔 표면에 적힌 정보에 의하면 210ml 한 캔엔 0kcal라고 적혀있었다.
탄산음료에서 영양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캔 표면에 적힌 '영양 정보'에 의하면, 나트륨 36mg, 탄수화물 0g, 당류 0g, 지방 0g, 트랜스지방 0g, 포화지방 0g, 콜레스테롤 0mg, 단백질 0g
나트륨을 제외하면 모두 '0'이다.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맘껏(?) 마셔도 되는 건가?
'0'을 믿고 제로 콜라를 마시나보다.
탄산음료를 마시고 싶은데 차마 일반 콜라는 차마 못 마시고, 제로 슈가 콜라를 마심으로써 몸뚱아리 그 어디쯤에 붙어 있을 양심에 부끄럽지 않기 위함인가?
한 모금 마셔봤다.
맛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언제 마셔봤더라??? 분명히 아는 맛인데...
아하! 생각 날듯 말듯한 기억을 억지로 소환했다.
아주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최소 40년 이상 묵혀둔 옛날에, 버스터미널 약국에서 사서 마셨던 멀미약이랑 아주 비슷한 맛이었다.
앗! 그러고 보니 멀미할 것 같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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