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 중 '출생의 비밀'은 매우 자극적이다. 시청자들을 흡입할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가을동화'가 가장 대표적이다.
드라마에서만 일어날 것 같은 일이 최근 실제로 일어난 사례도 있다.
1983년 중국 쑤이창에서 병원의 실수로 아이가 뒤바뀌었다. 4년 후 바뀐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기른 정 때문에 그대로 키우기로 했다며 30년이 지난 후에야 신문 기사로 나와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역시 병원에서 아이가 바뀐 것으로 인해 낳은 정과 기른 정 사이에서 아빠 '료타'의 갈등과 고민을 통해 성장통을 겪다가 점점 아버지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2013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바빠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잠만 자러 집에 가는 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 집을 나서려고 하자 딸이 "다음에 또 놀러 오세요"라는 말을 듣고 자식과 유대감 없이 살아온 것에 큰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내가 본 일본 영화는 장르가 대부분 드라마여서 잔잔하게 진행되다 보니 가볍게 웃고 즐기기보다는 차분하게 봐야 하는 영화가 대부분이다.
미리 화장실도 다녀와야 하고, 생수 한 병, 커피 한 잔 정도는 옆에 둬야 영화 도중에 움직이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보다가 그대로 잠들기 일쑤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는 가정형편과 성격이 정 반대인 두 아빠가 나온다.
도쿄에 사는 아빠 '료타'는 성공한 건축가이다. 아내 '미도리'와 아들 '케이타'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엘리트인 아빠는 집에서조차 엄격한 훈육으로 아들을 지도한다.
아들'케이타'가 6살이 되자 사립 초등학교 입학 면접에 참석하고, 피아노 등 교육에 열정적이지만 생각보다 부족한 결과에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반면 허름한 전파상을 운영하는 아빠 '유다이'는 낙천적이고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친구 같은 아빠다.
어느날, 병원으로부터 자신의 아들' 케이타'가 다른 아이와 바뀌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료타'는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한 말은 "역시 그랬군..."이었다.
자신과 달리 총명하지도 않고 부족하게 보인 아들이 진짜 자신의 아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안도감 같은 심정을 본인도 모르게 내뱉은 것이다.
한편, '유다이'는 아들 '류세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위자료를 운운하자 '료타'는 '유다이'에게 실망하며 냉소적인 눈빛을 보낸다.
'유다이'의 성격으로 짐작해보자면, 침울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일부러 한 말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료타'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는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며 두 아들 모두 본인이 키우겠다"고 '유다이'에게 말했다가 오히려 "아이는 돈을 주고 사는 게 아니다"는 말과 함께 머리를 한 대 맞게 된다.
뒤바뀐 아들 '케이타'와 '류세이'는 키워준 부모를 떠나 강제로 친부모 집에서 살게 된다. 자신의 혈육인 '류세이'에게 '케이타'에게 했던 것처럼 엄격한 교육을 시키는 '료타'.
그러던 어느 날 '류세이'는 혼자 몰래 가족들이 있는 길러준 부모 '유다이'집으로 가게 된다.
연락을 받고 아들을 찾아온 '료타'에게 '유다이'는 "자식을 키운다는 건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라며 "아버지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준다.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유다이'가 한 말이 그냥 하는 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두 가족이 찍은 가족사진에서도 알 수 있다.
'료타'네와 달리 '유다이'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자세를 낮추고 사진을 찍고 있다. 이 사진 한 장이 '가족'의 의미를 모두 표현했다고 보인다.
영화는 대부분 호평이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만들고 답을 찾게 되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제목처럼 '료타'의 심경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오히려 나는 아이가 바뀐 부모 입장보다는 아이의 입장에 더 시선이 갔다.
엄마와 아빠가 하는 이야기를 엿들은 '케이타'가 놀이터에서 아빠를 바라보는 담담한 얼굴이 너무도 슬퍼 보였다. 6살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벅찬 아픔이다.
이 영화를 아직 안 봤다면 꼭 한 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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