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드디어 연금 받는다! 20여 년 전 연금 보험 가입한 결과는 과연?

문쌤 2022. 9. 7. 21:53

 

검색창에 '연금'을 치면 국민 연금을 선두로  보험회사에 판매하는 연금 저축, 연금 보험 등에 관한 정보가 쏟아진다.

연금을 직접 받아보고 쓴 글이거나 정확한 자료 조사 후 쓴 글이 아닌 복붙인 글을 읽다 보면 경우에 따라 다소 부족한 정보 때문에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 정보들이 많다.

 

 

20여 년 전 내 생일이 있는 달에 신박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던 때라 적당한 수입이 있었다. 내 수입이 아니어도 먹고살만한 때라 수입 관리를 따로 하지 않고 일정 비율 적금 및 고정 지출을 빼고는 생활비로 합쳐서 썼다. 그러다 보니 일은 일대로 하면서 일 한 티가 전혀 나지 않은 것 같았다. 수고한 나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데 그 뭔가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나를 위한 선물 

그때 '나를 위한 적금을 들자'라는 나름 신박한 생각을 했다.

마침 생일이기도 해서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뜻깊은 의미도 부여해서 말이다.

 

주거래 은행에 가서 창구 직원에게 "적금 통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친절한 은행 직원은 내가 하는 일을 물어보고는 '앞으로 10년 이상은 거뜬히 일 할 수 있지 않느냐' '연금 보험'을 권했다. 

 

깊이 생각하기엔 하필 그날이 11월 마지막 날이어서 다음 달로 넘기기 싫기도 했고, 더 변명거리를 고백하자면 다시 시간 내서 은행에 간다는 게 번거롭기도 해서 연금 보험 상품에 관한 설명을 듣고 바로 가입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20여 년 전의 매월 30만 원이면 많지도 않지만 적은 금액도 아니었는데 차라리 그때 그 돈만큼 매 달 삼성전자 주식을 샀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매 달 몇 주씩 사고 배당금도 받았을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속이 쓰리다 못해 아려온다.

 

 

그렇게 30만 원씩 꾸준히 납입하고 있던 어느 날, 같이 일하는 선생님 한 분이 제법 비싸 보이는 옷을 입고 오셨다.

옷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말했더니,

"연금 보험 해약하고 받은 돈으로 남편 노트북이랑 옷 한 벌씩 샀다"고 하셨다.

"왜 연금 보험을 해약하셨어요?"

 

"학교 동료가 연금 보험 만기 납입하고나서 받을 때 되니까 절반도 안 된다는 거야. 그리고 다른 분은 해약했는데 이런저런 비용 빼고 준 돈이 글쎄 낸 돈의 1/3 뿐이더라고"

참고로 같이 일하는 선생님의 남편은 대학교 교수님이시고 정년퇴직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저도 연금 보험 든 거 있는데 거의 만기 되어가요"

"친구 얘기 들어보니까 만기 되어도 10 몇만 원 밖에 안 나온대요"

풍족한 삶을 살고 계신 선생님은, 나중에 푼돈 받느니 손해보고 해약했다고 말씀하셨다.

 

연금보험 가입 당시엔 보험 상품에 대해 완벽하게 공부가 안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 연금 개시 때 어떻게 될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 십수 년 혹은 이십몇 년씩 지난 후 드디어 정확히 알게 된 것이다.  

그 선생님은 친구들 얘기를 듣고 홧김에 해약한 후 노트북과 옷 한 벌씩 건진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 선생님과는 그렇게 대화 후, ' 해약하고 내가 낸 돈을 손해보고받을 것인가 아니면 만기까지 납입할 것인가'로 한참 고민을 했다.

해약한다고 해서 뭔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목돈이 아니었기에 만기까지 가자고 결론 내렸다.이때는 왜 나의 전매특허 팔랑귀가 오작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 만기가 되고도 몇 년 더 지났다. 만기가 되었다고 해서 바로 받을 수 있는 연금이 아니었던 것이다.

웬만큼 정신 차리지 않으면 기억이 흐릿해서 나 같은 사람은 잊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 시간이다. 이사를 하거나 휴대폰 번호가 바뀌었을 경우엔 보험회사 측에서 연락을 했어도 못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금보험, 드디어 받게 되는 나이가 됐다!

오늘 오후에 카톡이 왔다.

보험회사에서 보내온 카톡이었다.

그러고 보니 올봄 주소 이전 고지를 위해 보험회사와 통화한 김에 문의한 적이 있었는데 연금 개시 두 달 전에 문자로 알려준다는 말이 생각났다. 

 

연금 개시는 알겠고... 내 젊은 날 노동의 대가는 얼마?

 

10년, 15년 20년 보증기간 중 어떤 걸 택할 거냐고 물었다.

10년 보증기간을 선택했을 경우, 만약 7년 후 사망했을 때 남은 3년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상속자에게 지급해준다는 것이다.

15년 보증기간을 선택할 경우, 10년 보증기간을 선택했을 때보다 당연히 연금액은 줄어든다.

 

자, 그래서 연금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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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원이 알려준 나의 연금은... 10 몇만 원.

 

아, 나의 빛나는 청춘을 돌려다오!

 

 

십수 년 전 그 선생님의 말씀이 맞았다.

 

 

 

참, 보험회사에 복수하는 방법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100살 넘게 살면 된다. 보증 기간이 지나도 쌩쌩하게 살아있다면 어쨌든 죽을 때까지는 매 달 몇 푼이라도 받을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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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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