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일상 이야기]

새벽 3시에 집 나간 아들, 블루길 씨를 만나다!

문쌤 2022. 9. 9. 22:19

 

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자는 것도 아닌 상태로 눈 감고 누워있다가 카톡 소리에 깨서 휴대폰을 켰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

친구와 낚시하러 간 아들이 물고기 낚은 사진을 보낸 것이다.

 

 

 

 

야간 낚시를 즐기는 친구가 있는데 이번에 같이 가기로 했다는 말을 며칠 전에 했었다.

새벽 3시쯤 집에서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가 새벽 3시에 나가자고 했으면 온갖 핑계 대며 안 갔을 텐데 정확하게 3시에 나갔다.

 

잠결에 나가는 소리를 듣고는 잠을 자는 듯 마는 듯하고 있었는데 6시에 물고기 잡았다며 사진을 올린 것이다.

그 뒤로도 한 번 더 낚은 물고기 사진을 보내왔다.

 

 

성인이 되어서는 처음 간 낚시여서 며칠 전부터 설레는 모습이었다.

 

"물고기 많이 잡으면 어떡하지? 가져올까?"

 

떡 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더니, 물고기는 잡혀줄 생각도 없는데 너무 설레발이다.

 

"절대 가져오지 마, 손 맛만 보고 그냥 놔줘라"

 

 

낚시 경력이 오래된 친구는 물고기를 낚아도 별 감흥이 없어서 잡은 즉시 놔준다고 했다.

그 친구는 벌써 물고기보다는 세월 낚는 맛을 알고 있나 보다.

 

 

낚시에 대한 추억

우리 집에서 낚시는 그다지 환영받는 취미활동이 아니다.

우리 가족이 기억하는 '낚시에 대한 추억'은 아주 오래전 옛날이야기다.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낚시를 좋아하는 회사 동료들의 강력한 푸시 덕분에 낚시용품을 마련해서 동료들과 인근 바닷가 낚시를 몇 번 다니던 남편은, 어느 날 집 가까운 곳에 가족들을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방파제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어느 정신 나간 물고기가 낚시 초보에게 잡히겠는가.

 

낚시하는 멋진 모습을 아이들 앞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아빠 체면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물고기 낚아서 매운탕 끓여먹자고 호언장담했던 터라 매운탕 재료만 가져갔다가 쫄쫄 굶게 되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근처 피자 가게에서 피자를 사서 먹었다.

물론 한 마리도 낚지 못하고 낚시 여행은 막을 내렸다.

 

그 뒤로 낚싯대는 창고에 처박혀 한 번도 바깥세상을 못 보다가 이사하면서 버려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때 이후로 낚시가 처음인 아들이 물고기를 잡다니 아빠보다 낫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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