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기간이라 주말 비 예보쯤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오기로 했으면 와야지, 올까 말까 밀당하면 기분 좋을리 없다.
밀당의 고수를 이기는 방법은 운동화 신고 현관문을 나서는 것뿐.
갈 곳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무조건 나간다, 쓔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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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1日4山' 오른 경력자(?) 답게 오늘은 여유 있게 '1日2山'만 오르기로 했다.
'1日2山'이라고 해서 거창해 보이지만 절대 그런 건 아니다.
아침 운동을 산에서 한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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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1日2山'은 인천대공원 어린이동물원에서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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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산을 처음 걸을 때, 어린이동물원 뒷길은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에겐 이미 유명한 길이라는 걸 알았다.
상아산(&관모산) 오르는 시작 지점에 있는 정자엔 벌써 맨발 걷기를 마친 사람들이 쉬고 있었고 일부는 맨발로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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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발을 신고 걸어가냐?"고 물어봤던 그때가 생각났다.
그때보다 더 잘 닦여진 산길이다.
요즘 맨발 걷기가 인기여서 인위적으로 몇m 만들어놓은 동네 新맨발걷기 장소에 비하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 하나개 해수욕장이나 상아산 흙길이 부담 없고 더 친근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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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를 때 특이한 자세로 오르는 사람과 마주쳤다.
맨발로 걷는 것도 모자라 '사족보행'을 하며 천천히 올라가는 사람.
그의 개인사를 알 수는 없지만 사족보행하는 동안 모든 근심걱정을 털어버리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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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즐거운 산행인데 체감상 그러하지 못했다.
맑은 새소리와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에 기대어 걷고 있지만, 장마철 산행은 마치 습식사우나와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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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산과 관모산 안내 표시가 있는 이정표를 찍으려고 휴대폰을 꺼냈는데, 마침 상아산에서 80대로 보이는 노부부가 내려오고 있었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걸음을 멈췄다.
"어르신 지나가시면 이정표 찍으려구요~"
하며 지나가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아~ 난 또 나 찍어주는 줄 알았네~"
하시며 얼굴 가득 잔주름을 담은채 여유 있는 웃음을 남기고는 관모산 방향으로 걸어가셨다.
사진을 안 찍어드려서 서운해하는(?) 할아버지 뒤통수에 대고 "조심히 가세요" 인사를 드리고 보니, 두 분 모두 맨발로 걸어가고 계셨다.
아, 등산화 신은 내 발이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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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상아산에 올랐을 때 '맨발 걷기에 대한 효과'에 대해 열강을 들었던 장소에 도착했다.
[100일 걷기 챌린지]61일차. 등린이 산에 가는 날 비가 내리네/ 관모산, 인천대공원, 어린이동물원,
오전에 출발하여 저녁밥 하기 전에 집에 도착했더니 멀리 여행 다녀온 느낌이다. 평소 오후에 두어 시간 짧게 다녀오던 때와는 사뭇 다른 날이다. 여러 곳을 기웃거린 탓에 횡설수설하며 이야기
630829.tistory.com
생각난 김에 첫 산행했던 지난 포스팅을 들춰봤다.
등산에 대해 일자무식이었던 2022년에 비하면 등린이 성장 속도가 거의 다큐멘터리 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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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상아산(151m) 정상석에서 마치 숫자 '0'이 한 개 더 붙은 산에 오른 것처럼 인증 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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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산 정상이 좁은데다 다른 등산객이 있어서 폼 잡고 계속 사진 찍기 부끄러워 딱 한 장만 찍고 관모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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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0번째 계단/수고하셨습니다
200Kcal ▼/수명 1시간 29분 ▲
상아산에서 관모산까지 멀지 않으나 관모산 정상에 오르려면 제법 많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
마지막 계단에 적힌 '1330 계단'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지 궁금했는데, 오늘 드디어 그 비밀(?)을 알게 되었다.
동물원 뒷길에서 산에 오를 때 안내판에 적혀있는 내용을 보면 '동물원 입구~관모산 정상까지 1330 계단'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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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지만 관모산(162m) 정상엔 제법 많은 등산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비 대신 땀이 비 오듯 쏟아져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땀 닦고 물 한 모금 마시기.
바람마저 숨어버려서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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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내려갈 수 있는 다른 방향.
이 계단을 내려가면 어디로 가는지 항상 궁금했지만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길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이 계단을 내려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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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계단, 계단...
무릎 나가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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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후들후들~~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단 한 명의 등산객도 만나지 못했다.
계단길의 위엄을 알았으니 이제 함부로 덤비지 않겠다... 다짐... 다짐...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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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라 그저 밥 준 것만도 감사한 어느 식당에 들어가 밥 먹고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긴 휴식타임.
땀 냄새 때문에 눈치 보이긴 했지만 빵빵한 에어컨 덕분에 옷이 다 마르는 기적~^^
문명의 혜택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시간이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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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탄수화물과 카페인에 취해서가 아니다.
하마터면 무의미하게 지날 뻔했던 휴일을 잘 보냈다는 뿌듯함에 기분 좋아져서 콧노래도 부르고 덩실덩실 춤추며 초록으로 물들 때까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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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집 도착 후 비 쏟아짐~
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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