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악, 전시 채널 구독을 늘렸더니 발걸음도 자연스럽게 넓혀지고 있다.
그중 제물포구락부에서 날아온 소식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든 클래식 앙상블'의 <하늘빛 향기>를 신청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폭우를 뚫고 갈 것인가? 하는 것 뿐.
하지만 참가 신청을 했으면 웬만하면 가는 게 예의다.
무조건 쓔슝~^^
=송학동 하우스 콘서트=
<하늘빛 향기>
제물포구락부 2층 메켄지홀
2024년 7월 18일 오전 11시
이든 클래식 앙상블
단장:정영미
바이올린 손희정
바이올린 최은선
비올라 서보람
첼로 이희원
소프라노 김성희
피아노 김예지
요즘 일기예보를 믿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어제 아침만 해도 그렇다.
비 올 확률이 90%라고 해서 집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건만, 잔뜩 흐릴 뿐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늘도 어제처럼 비가 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인천역 근처에서 하는 공연은 공교롭게도 딱 1년 전 보러 간 적 있다.
그날도 비가 많이 내렸다. 관객이 나 포함 5명이었던 공연을 보고, 무대에 나가 퍼포먼스도 해야 했던 아찔한(?) 기억이 저절로 떠오르는 동네이기도 하다.
2층 창문에 비친 흐릿한 샹들리에가 옛 모습 그대로인 듯?
제물포구락부는 1901년 인천 제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사교클럽으로 지어졌으나 훗날 여러 용도로 사용하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도 유명해서 드라마 같은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산도 뚫을 정도로 쏟아지는 폭우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스무 명 남짓한 작은 규모의 음악회, 좌석이 꽉 찼다.
소프라노 김성희의 <노래의 날개 위에>로 오늘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1900년대 외국인들의 사교클럽이었던 제물포구락부에선 피아노 선율과 함께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졌다.
아침에 노래 부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 낭랑한 목소리는 참 듣기 좋았다.
이어서 현악 4중주로 듣는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1악장.
마치 나를 위해 준비한 실내악이었다고나 할까?
빗소리와 함께 힘차게 긋는 활이 시원하게 들렸던 음악이었다.
공연이 끝나고도 비는 멈출 생각이 없나 보다.
같이 공연을 관람했던 사람들도 선뜻 비를 뚫고 나설 용기가 없는지 계속 메켄지홀을 서성거렸다.
"조금 기다리면 비가 잠잠해지지 않을까요?"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희망 고문.
선뜻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지만 비슷한 연배의 관객과 함께 빗속을 걸었다.
남편이나 친구들 모두 공연 보는 걸 안 좋아해서, 같이 가자고 구걸(?) 하기 싫어 혼자 다닌 지 2년 남짓 되었단다.
"저도 그렇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