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에서 밝힌 일명 '콩나물 사건' 이후 집에서 가까운 쇼핑몰 지하에 위치한
마트를 이용하다가, 주말이면 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생필품과 식재료를 사서 냉장고에 쟁였다.
냉장고는 작은데 한국에서 장 보던 버릇을 못 고쳐
일주일치 식량을 사다 보니
냉장고는 언제나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 재래시장 위치를 알게 되었다.
도로 가에 주차하는 비용 5위안 따위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먼저,
시장 입구에서 파는 참깨 빵(정확한 이름은 모름)을 너무 좋아했다.
아무런 첨가물 없이 오로지 밀가루와 약간의 소금으로만 간을 한 빵이다.
빵의 겉면에는 참깨 범벅이다.
참깨가 풍년인데 처치 곤란해서 많이 뿌렸거나,
아니면
어느 날 참깨를 쏟았는데 너무 잘 팔려서
그 뒤로 참깨 범벅을 했을 수도 있겠다.
얇게 민 밀가루 반죽 위에 앞뒤로 참깨를 빈틈없이 뿌린 후 즉석 화덕에 구운 빵이다.
그 외에 다른 고명도 없다.
1개 5위안.
두 개도 필요 없다.
슴슴하면서도 고소해서
둘이서 조금씩 뜯어먹으며 장 보기엔 아주 딱이다.
본격적으로 장 보기
우리나라 시장처럼 길게 늘어선 모습과는 좀 다르다.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건물 안이 모두 뻥 뚫려 있다.
다만, 품목 별로 구분되어 있다.
상품 진열도 깔끔하다.
시장이 이렇게나 깨끗하고 질서 있다니...
매주 다니다 보니 채소, 과일, 돼지고기는 단골 가게도 생겼다.
인심이 좋아 덤을 잘 준다.
계산도 어렵지 않다.
필요한 만큼만 비닐봉지에 담아서 주인에게 건네주면 된다.
감자나 마늘도 한 두 개 정도 필요한 만큼만 산다.
딸기도 포장 용기에 담겨있지 않고
내가 원하는 굵기의 딸기를 비닐봉지에 담으면 무게를 달아준다.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달걀도 내가 원하는 만큼 비닐봉지에 담으면
무게를 달아서 계산한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바가지 씌우진 않는다.
물건을 고르면 저울에 달고 큐알코드로 계산하면 끝이다.
잔돈이 있는 경우엔 잔돈을 쓰기 위해 일부러 잔돈으로 계산하기도 했다.
시장에서 사는 물건은 매 주 비슷하다.
감자, 오이, 양파, 계절 과일, 오겹살, 닭날개, 달걀 정도.
KFC 가기
시장에서 필요한 채소와 과일을 사고 길 건너편 KFC로 간다.
한국에선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패스트푸드점이지만
중국에 살 땐 매주 한 번 이상은 갔다.
중국 KFC는 아침 8시 전후까지 죽을 판다.
한 번 죽 맛을 본 후론 주말마다 아침 일찍 시장에 들른 후,
KFC에서 죽 사 먹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준비한 죽을 다 판매하면 마감되므로 늦어도 아침 8시까지는
KFC에 도착해야 한다.
슴슴한 버섯죽 두 그릇,
설탕 안 묻힌 꽈배기 같은 요우티아오 두 개
그리고 커피 한 잔
이렇게 먹으면 29위안이다.
둘이서 먹는 아침치고는 아주 저렴하다.
가끔은 시장에서 산 참깨빵과 함께 먹기도 한다.
느긋하게 앉아서 유리창 너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 대화를 얼마나 알아들을 수 있는지
귀 쫑긋하며 듣기도 한다.
겉으로 봐 선 한국인인지 티가 나지 않는 우리 부부의 모습 때문에
일부러 들으라고 한국말을 하기도 했다.
(좋게 표현하자면, 수수하게 다녔다^^)
한국인 또는 한국말에 관심 있는 젊은 중국 친구들은
먼저 인사를 건네 오기도 한다.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ㅎㅎㅎ
왜냐하면 학교에서 어렵게 배운 중국어를
한 마디라도 써먹을 수 실전 테스트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엔 웨이신 친구 맺기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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