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중국 생존기

5화. 중국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

문쌤 2022. 7. 7. 23:23

 

아줌마 유학생 시절,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어난 일이다.

한국에 있는 몇몇 대학교는

중국 장수성 양저우 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거나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유학생의 교통사고

 

어느 날, 한국 유학생 한 명이

띠엔동처를 타고 시내에 나갔다가 자동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띠엔동처란(电动车 전동차)? 오토바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电动车 즉, 전기 배터리로 운행하며 평균 속도 시속 30~50km다. 띠엔동처는 면허가 필요 없어 중국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하필 그 유학생은 기초반이어서 위급상황

대처할 만한 회화 실력이 되지 않았다.

 

출처: m.post.naver.com

 

회화 실력이 좋다 해도 교통사고로

쓰러져 있는데 외국에서 어떻게

빨리 대처할 수 있겠는가.

 

나중에 들은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그 유학생은 띠엔동처가 자동차와

부딪치는 바람에  바닥에 쓰러졌고

띠엔동처 무게에 눌려 다리를 크게

다쳤다.

 

 

교통사고가 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바닥에 누워있는 채로 

"나는 한국인입니다(我是韩国人)" 

할 줄 아는 말이 그 한마디뿐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다 보니

섣불리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다행히 한국 학생 중 본과 재학생과

연락이 닿아 그 본과 학생이 통역을 해줘서

자동차 운전자와 원만하게(?)

마무리되었다고 했다.

 

 

중국어를 못하는 척하세요!

 

어느 날,

본과 재학생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몇 년째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이미 중국 현지에 스며든 게 느껴졌다.

 

국어책 읽듯이 말하는 기초반 발음이 아니라

리얼 중국인 발음이랄까?

너무 부러웠다.

 

"나는 언제쯤 중국어를 잘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그는 수능 1타 강사처럼 말했다.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중국어가

잘 들리고 잘하게 되는 때가 와요.

 

오히려 지금처럼 못 알아듣고

중국말을 잘 못할 때 중국 사람들이

더 친절할 거예요.

 

좀 더 회화 수준이 높아지면 친절을

기대할 수 없어요.

 

그때가 되면 중국어를 못하는 척 연기하게

될 수도 있어요.

 

 중국어 못하는 척하면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줘서 저도 가끔 못하는 척해요"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

꼽으라면 그 학생이었을 거다.

"세상에... 나에게 그런 날이 올까요?"

 

 

꽃게 속이 텅 비었어요

일취월장까지는 아니어도,

학교에서 배우고 집에 오면 잊어버리고 

또 배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날들이

계속되었지만, 

시나브로 쌓이는 실력은 

어느 날 단골 식당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하게 된 날이 있었다.

 

자주 가던 일식당 돈까스 덮밥과 샐러드

 

 

학교 근처 우동을 잘하는 일식당.

남편과 둘이서 그 일식당에 가면

우동과 돈까스 덮밥을 자주 시키곤 했다.

 

어느 날 꽃게가 들어간 좀 비싼 해물탕

비슷한 걸 시켰다.

 

분명 비싼 해물탕을 시켰건만,

종업원이 가져온 해물탕 안에 든 꽃게는

속이 텅 비어있었다.

 

 

 

 

남편은 "그냥 먹자"고 했지만 

딱 한 마리뿐인 손바닥 절반만 한 꽃게가 

속이 텅 비어 있는데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 전에도 자주 갔었고 앞으로도

자주 갈 식당인데, 날 호구로 알까 봐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종업원을 불렀다.

꽃게를 보여줬다.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你看~~

하면서 배운 단어 총동원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지 싶다.

 

[수능 중국어 문제] A: 你看,니 봐봐라잉~ 쟤는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든다잉~    B: 맞어, 쟤는 골 넣을 때마다 이러드라.

 

 

어쨌든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종업원은 영특하게도 알아들었고, 

주방에 가져가더니 속이 

꽉 찬 꽃게를 다시 가져다주었다.

 

 

리얼 중국인 외모?

가끔 친절하지 않거나 사람이 많을 때는

적당히 중국어 모르는 척

어눌하게 띄엄띄엄 발음하며

외국인인 걸 티 내는 경지(?)에

다다른 때가 있었다.

나를 중국인으로 오해하는 중국인

있었다면 믿으려나?

 

"진짜 한국인이야?"

"진짜라니까"

이런 식이다.

 

 

무료로 사진 촬영해주는 난징 중산릉 올라가는 계단에서 순서 기다리기. 열쇠고리 형은 무료, A4크기는 돈을 내야 한다.

 

외모가 허접해서 이미 중국인으로 알고

대화를 시작했으니

"진짜 한국인 맞냐"

의심을 하는 건 당연하다.

 

유창하게 중국말을 할 날이 올 거라고

말했던 본과 학생 말이 이해가 되었다.

물론 유창하게까지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물론 지금은 중국말 한마디도 안 한 지

n년째 되다 보니 전광석화처럼

잊혔으며 매일매일 잊혀가고 있다.

 

지금 다시 중국에 가게 된다면 띄엄띄엄

말하게 될 것 같다.

그럼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걸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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