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Y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2018년 봄학기였다.
Y선생님은 江苏省 扬州大学 外语学校에서 阅读를 가르쳤다.
영어로 중국어 수업을 잘해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중국어 발음도 아주 좋았다.
딕션이 좋다보니 전달력 또한 좋아서
중국어가 자연스럽게 귀에 꽂혔다.
한마디로
학생이 공부할 맛 나게 하는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또한, 경기도 안성에 있는 남자고등학교에서
외국어 선생님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간단한 한국말도 할 줄 알았다.
아쉽게도
한 학기를 마치고 인근 초등학교 발령을 받아
더이상 Y선생님의 수업은 들을 수 없었다.
"너무 아쉬워요"
하지만 우리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항상 웨이신(微信)으로 안부를 물었다.
Y선생님과의 데이트
어느 날,
Y선생님은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로 초대했다.
겨울방학이라 학생들은 없지만,
선생님들은 출근해서 행정 업무를 처리한다고 했다.
내가 어떤 상상을 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상상한 중국 초등학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너무 깨끗하고 아기자기했다.
(도대체 뭘 상상한 거니?)
초등학교답게 연두색, 노란색 등으로 칠한 학교 외벽.
아이들의 솜씨로 꾸며진 복도며 교실은 귀여움이 가득했다.
그날 오후,
서점을 겸한 카페에 같이 가게 되었다.
도착하고 보니 내가 가끔 가는 카페였다.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도서관 기능도 있다고 알려주었다.
'카페와 서점 건너편 비밀 공간이 항상 궁금했는데
도서관이었다니...'
내 아이들 또래인 중국인 선생님과
선생님의 엄마보다 더 나이가 많은 한국 학생이
카페에서 무슨 얘기를 했을까?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샐러드와 커피를 마시고,
고양이도 쓰담쓰담해주고,
한국에서 여행한 이야기도 나누고.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남편도 Y선생님을 좋아했다.
즐거운 자리엔 꼭 함께 식사를 했고
명절이면 바리바리 챙겨서 Y선생님 집 앞까지
배달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가 한국에 들어온 이후,
공교롭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서로 오갈 수 없게 되었지만
세상이 조용해지면 꼭 다시 만나고 싶다.
내가 중국에서 외롭지 않도록 도와주고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준 Y선생님.
"고마웠어요"
'은둔형 아줌마의 중국 생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화. 키워드 '비(雨)'와 관련한 중국 에피소드 (11) | 2022.08.09 |
---|---|
5화. 중국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 (6) | 2022.07.07 |
3화: 중국에서의 주말 아침 루틴 (0) | 2022.06.20 |
2화: 학교에서 살아남기 (0) | 2022.06.19 |
1화 - 그깟 콩나물이 뭐라고... (2) | 2022.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