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칭다오(青岛)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다시 가고 싶은 도시다.
남편과 둘이서 처음 갔다가 너무 좋아서 다음 해에는 딸내미 여름방학에 맞춰 한번 더 다녀왔던 곳이다.
패키지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던 남편 때문에 칭다오 역시 처음 갔을 때부터 패키지여행은 하지 않았다. 동네 어슬렁 거리며 다니기 위해 시청 바로 옆에 호텔을 정한 후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다.
시내버스는 대부분 시청 앞을 지났기 때문에 웬만한 관광지는 동네 주민처럼 버스나 택시 아니면 걸어 다녔다.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사람 구경하기엔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검색창에 칭다오에서 '가 볼 만한 곳'을 검색하면 '칭다오 맥주 박물관'이 1위, '칭다오 5·4광장'이 2위, '잔교'가 3위 정도 된다. 3곳의 순위는 변동되기도 하지만 늘 변함없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1~3위를 자랑한다.
칭다오 랜드마크 5·4광장은 호텔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2018년 6월 8~10일 칭다오 국제회의가 열린 직후인 7월에 갔으니 도시 전체가 새롭게 정비되어 깨끗했다.
5·4 광장의 붉은 조형물의 첫인상은 굉장히 강렬했다. 누군가는 회오리 감자 아니냐고 하는데 역사적 의미를 알고 나면 회오리 감자 운운하며 킥킥거리지는 않을 것 같다.
칭다오 랜드마크인 5·4광장엔 거대한 붉은 회오리바람이 있다.
1919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중국은 독일에게 빼았겼었던 산둥성의 주권을 다시 찾아오길 원했지만, 전승국들은 파리 강화 회의를 열어 산둥성의 권익을 일본에게 양보하는 것으로 협의를 하였다. 이에 베이징 학생들을 중심으로 5월 4일 천안문 광장에서 반대 집회를 벌이게 되었는데, 이 운동은 광범위한 항일운동이자 반제국주의 민중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5.4 광장에는 칭다오의 랜드마크인 '5월의 바람'이라는 붉은 조형물이 놓여있는데, 민족의 자립을 염원하는 회오리바람이자 불타오르는 젊은이의 가슴을 상징한다.
5·4 광장의 붉은 회오리바람인 '5월의 바람'은 푸른 바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어느 시간에 가도 늘 새로웠다.
5·4 광장엔 이른 아침에도 주민들이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5·4 광장에서 본 주민들은 한없이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장예모 감독의 작품, 야간 조명쇼
붉은 조형물과 함께 5·4광장의 또 다른 백미는 다름 아닌 야간 조명쇼다.
베이징 <금면왕조>와 베이징 올림픽 개·폐회식 연출을 맡은 중국 대표 영화감독인 장예모가 연출했다. <금면왕조>를 비롯한 몇 개의 작품을 본 적 있는데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칭다오 역시 장예모 감독 명성답게 5·4광장 주변 빌딩을 활용하여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넋을 잃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넋 놓고 구경하다 뒤늦게 사진 찍었다. 핸드폰만 갖다 대고 찍었을 뿐 눈은 빌딩에서 움직이는 만화 영화 감상하느라 초점이 나갔는지도 모르고 봤었나 보다. 그나마 짧은 동영상 찍은 게 있어서 아래에 덧붙여본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의 천만분의 1도 안된다.
휴대폰으로 담기엔 역부족이라 안타까웠다. 잘 찍은 사진 한 장 없이 초점 나간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땐 사진 잘 찍는법 속성과외라도 받아야겠다.
코로나 종식하면 나는 칭다오로 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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