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아줌마의 100일 걷기 챌린지

[100일 걷기 챌린지]76일차. 문화가 있는 날, 더블리스코리아의 '유쾌한 경성 음악' 세계로의 초대 (남동소래아트홀)/ 소래해넘이전망대 산책

문쌤 2022. 12. 1. 00:00


#공연 전
오늘 예매해 둔 공연이 있다는 걸 어제저녁에 알았다.
보통 공연 전날, 나 같은 건망증 환자를 위해 '내일 공연 있음'을 알려주는데 문자가 안 왔다.

연달아 일주일에 한 번꼴로 공연 예매를 했기 때문에 수요일이나 목요일 쯤 하는 공연을 예매했을 텐데... 하면서 다이어리를 펼쳤다.

아니나 다를까, 과거의 나는 '11월 30일 공연 시간과 내용'을 깨알 글씨로 적어두는 어설픈 꼼꼼함으로 기록을 해두고 있었다.

공연 시간은 오후 2시... 쯤..?

앗! 오후 2시가 아니라 오전 11시다.


부랴부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다시 확인했더니 진짜 오전 11시 공연이 맞았다.

네이버 지도 확인이 필요했다. 왜냐면 남동소래아트홀은 처음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무려... 2시간???

이게 말이 돼?

1시간 공연 보는데 왕복 4시간이 걸린다니...

하필 한파주의보도 아닌 한파 경보가 발령된 날이면서 지하철 파업 첫날인데...
... 그래도 가야겠지?

가보자!!! 아자!!!





11시 공연 시간에 맞춰 집에서 9시에 출발했다.
추위도 추위지만 지하철 파업으로 배차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여차하면 공연 시간보다 늦게 도착할 것 같았다.

아니나다를까 네이버 지도는 남동소래아트홀에 11시 10분 도착이라고 예측했다.
지각할 것 같으면 어느 지점에 가서 택시 타고 갈 생각으로 계속 휴대폰 지도를 들여다봤다.

반대편에서 본 남동소래아트홀 모습. 인천시 마스코트인 물범을 닮은듯?


다행히 11시 5분 전에 도착해서 무사히 티켓을 배부받을 수 있었다.
이때 이미 하루 에너지를 다 쓴 듯...


#<더블리스 코리아> 공연 풍경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탓도 있겠지만 앞자리만 겨우 관객들이 앉아있을 뿐 객석이 텅 비다시피 했다.

이런 상황이면 공연하는 입장에서 무대에 올랐을 때 당혹스러울 텐데...
마치 내가 홍보 능력 부족한 공연 스태프가 된 것처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드디어 막이 오르고 재즈 밴드 더블리스 코리아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피아노, 색소폰,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연주와 함께 세 명의 어여쁜 여성 보컬리스트로 구성된 더블리스코리아( The Bliss Korea).


더블리스코리아 소개 글을 살펴보니,

1950년 말부터 60년 중반까지 번성했던 한국 재즈(경성 음악)를 알리고자 여성 재즈 보컬 트리오를 모티브로 삼아 딕시랜드, 세컨라인, 스윙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담은 공연팀은 세 명의 보컬리스트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함께 흥겨운 스윙 재즈 음악으로 청중과 소통하며 한국적인 재즈 음악을 널리 알리는 공연팀이다.

Mnet TV '너의 목소리가 보여9'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보기 드문 음악 장르를 공연하는 팀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나 보고 들어 봤을 법한 1930년대의 재즈 음악.

개화한 멋쟁이 신사 같은 단정한 정장 차림의 베이시스트와 색소포니스트 그리고 빨간 구두를 신고 사뿐사뿐 춤을 추며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세 명의 보컬리스트의 무대는 관객들을 개화기 시대로 이끌었다.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계속되는 다양한 재즈 음악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더블리스코리아 공연 영상. 공연중 촬영 불가라 유튜브에서 데려옴.



#공연 후
로비에서 설문지를 나눠주었다.
다른 공연장도 공연이 끝나면 꼭 설문조사를 하는데, 남동소래아트홀은 다른 공연장과 달리 설문지가 여러 장이다.
가능하면 곰곰이 생각해서 솔직하게 아주 정성들여 쓰는 편이다.

장르 가리지 않고 공연 보기가 취미다 보니 본의 아니게 각 공연장으로써의 장단점과 각 공연팀의 장단점도 눈에 들어온다.

다른 공연장 혹은 다른 공연팀의 꿀팁을 살짝 가져오면 결과가 더 좋았을 상황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동네 산책
남동구에 왔는데 그냥 가는 것은 남동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나는 지금 걷기 챌린지 간판을 걸고 있는 업자가 아닌가.
동네 구경하며 발도장 꾹꾹 누르고 가야지.

호수 쪽에서 바라본 남동소래아트홀 모습. 외관이 굉장히 독특하다.

남동소래아트홀과 연결되어 있는 해오름 호수


남동소래아트홀 바로 옆에 있는 해오름 호수를 한 바퀴 걷기로 했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날아가게 생겼다!!!!!!(안 날아가요~^^)

멀리 떨어져서 보니 남동소래아트홀 외관이 물범이나 돌고래 모습이다.


멀리서 주민 서너 분이 완전무장을 한 채 열심히 걷고 있는 모습이 모였다.
그렇다면 나도 걸어볼까?

눈만 빼꼼하게 열고 온통 꽁꽁 감싸고 걸었다.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장갑을 벗으면 그야말로 손가락 뼈가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시리고 아팠다.


돌아갈 일도 막막한데 얼른 집에 가야지~
하며 도로 쪽으로 걷다보니 햇빛이 물에 비쳐 윤슬이 반짝이고 있었다.

동네 정보 하나 없이 오로지 남동소래아트홀만 찾아간 곳이니 어디인지 알 수 있나...


도로를 건너서 보니,
넓은 갯벌이 펼쳐졌고 갯벌 너머엔 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고층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이곳에 갯벌이라니 뭔가 부조화스러운 이 낯섦은 뭐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칼바람을 뚫고 걸어갔다.
소래해넘이 전망대가 있다.
이곳이 유명한 노을 맛집인가 보다.


다리를 건너보기로 했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갯골 그리고 물 위를 걷는 물오리 떼.
붉은 댑싸리 군락.


어디서 본 조합이다.
지명으로 짐작해보건대 아마도 걷기 챌린지 초창기에 갔던 '소래습지생태공원'이 가까이에 있는 듯싶다.

갯벌이 드러난 썰물이어서 그렇지 나는 칼바람 부는 바다를 건너는 중이다.
그 말은, 집으로 가는 길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칼바람을 뚫고 바다 위를 걸으며 얻은 결과물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