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적응 기간이다 보니 집 밖을 나가면 항상 여행하는 느낌이어서 좋다.
어제 같은 날은 그 느낌이 한도 초과여서 지금 생각해도 바다 위에서 칼바람 맞으며 걸었다는 게 아찔하기만 하다.
애초에 계획이란 거 없이 즉흥적으로 마구 덤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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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고한 어제의 나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
걷기 챌린지 아니었으면 당연히 차를 타고 갔겠지만 이래 봬도 양심은 있다.
당연히 걸어서 갔지.
어제 너무 혹독하게 겨울 신고식을 치르다 보니 어제보다 더 춥다는데도 체감상 그 정도는 아닌걸로~^^
아, 그러고 보니 어제는 수시로 사진 찍느라 장갑을 벗었기 때문에 추위에 노출되었고, 오늘은 동네 지름길로 빠르게 걷다 보니 사진 찍을 일이 없어서 한 번도 장갑을 벗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리고 어제는 바닷바람이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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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도서 대출하지 않고 순수하게(?) 도서관에서 놀기로 했다.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둔 <읽고 싶은 책> 목록도 살펴보지 않았다.
'무슨 책을 읽어야 잘 읽었다고 소문이 날까~'
중국에서 발행한 어린이 그림책이 있는지 살펴봤다.
그림책은 글밥이 적어서 볼만하다. 한 페이지에 한두 문장 정도?
그림책이니 당연히 그림책마다 다른 일러스트의 그림 감상도 땡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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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중국어 그림책이 없어서 대신 <중국어 번역을 위한 공부법>을 꺼냈다.
현재 번역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번역 일에 입문했는지, 어떻게 공부했는지 궁금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대출하지 않고 도서관에 있는 동안 읽기를 마치기 위해 허튼짓(이를테면 휴대폰 보기 같은?) 하지 않고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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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번역가(신노을, 임혜미, 김정자)가 함께 공부한 이야기와 각자 어떻게 공부했는지 그 노하우를 자세히 그리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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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100일 번역마늘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했다.
<100일>이라는 기간을 정한 이유가 나와 생각이 같아서 조금 놀랐다.
단군 신화 속 곰이 동굴 안에 꾹 참고 마늘만 먹고 인간으로 변하는 시간, 100일. 그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를 한다면 번역가로 살아가는 기초 체력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이 부분은 나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나도 [100일 걷기 챌린지]를 시작할 때,
'곰도 100일 동안 마늘만 먹고 인간이 되었다는데 100일 동안 해보자. 그럼 100일 후엔 지금보다는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었다.
그들은 온라인 번역 공부 카페에 100일 동안 번역 공부할 계획표를 공유하고 계획대로 100일 동안 매일 과제를 해서 게시판에 올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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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 번역가는 100일 동안 공부 내용으로,
1단계(1일~20일) 한국 단편소설 필사 - 번역투가 묻어나는 글이 아니라 다양한 한국어 표현을 익히기 위해 문장력이 뛰어난 작가의 단편소설을 필사.
2단계(21일~40일) 중국어 원서 필사 - 중국어 원서 하루 2장씩 필사.
3단계(41일~60일) 배경 지식 익히기 - 정치, 경제, 사회, 연예, 패션 등 중국 현지 신문과 잡지 읽고 요약정리하기.
4단계(60일~80일) 중국 역사 공부 - 중국 역사책을 읽으며 연도별로 주요 사건과 인물 정리하기.
5단계(81일~100일) 실전 번역 - 2단계에서 필사한 원서 번역하기.
굉장히 체계적이면서도 20일 단위로 공부 계획을 세우니 지치지 않고 무사히 100일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 이웃 중 주도적으로 중국어 필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선생님이 있다.
매일 아침 7시에 그날의 필사 문장을 게시판에 올리면, 필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정 전까지 필사해서 게시판에 올리는 것으로 숙제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처음 권유받았을 때 개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않았으나 그들의 활동엔 꾸준히 관심 갖고 있었다.
1일 1필사가 한 달이 지나고 3개월, 6개월이 지나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꼭 외울 필요 없이 하루 10분 정도 투자해서 필사한 문장들은 이제 곧 365개의 문장이 되고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있다.
그 역시 블로그 이웃인데 그는 매일 하루 10분씩 책을 읽는다.
좋은 구절이나 중요한 부분엔 밑줄을 그으면서 읽는데 바쁜 그녀로서는 하루 10분 짬 내서 책을 읽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책 한 권 읽기를 끝내고 다른 책을 읽는다는 포스팅을 볼 때면 하루 10분의 시간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10분의 위대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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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처한 상황에서 꼼지락 거리며 뭐라도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100일 동안 [1일 1포스팅]을 했고 100일이 지난 후엔 현재 진행하고 있는 [100일 걷기 챌린지]를 시작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겐 시시해 보이겠지만 숨쉬기 운동 말고는 운동이란 걸 하지 않던 나에게 '걷기'는 큰 숙제로 다가왔다.
하루 6,000보 세팅해놓고 대부분 만 보 전후로 걷고 있지만 어떤 날은 걷기 싫은 날도 있었고 또 어떤 날은 글을 쓰기 싫은 날도 있었다.
카카오가 먹통인 날 빼고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걷고 매일 글을 썼다. 말이 안 되는 글도 꽤 되고 자정이라는 마감 시간 안에 써야 해서 눈 감고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 움직이는대로 쓴 날도 부지기수다.
애들 표현으로 하자면, 멱살 잡고 하루하루 끌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시작할 땐 막막하더니 드디어 [100일 걷기 챌린지]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미 D-day 카운트 세기를 시작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12월 24일에 끝날 예정이다.
그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
늘 농담처럼 말하는 '소파와 붙어있기'를 할까?
그렇지는 않다.
건강이 최우선이므로 계절이 계절인만큼 활동이 단순해지고 활동 범위도 좁아질 것 같다.
허리 아픈 사람은 안다. 추위가 쥐약이란 거^^
[100일 걷기 챌린지] 중 ①100일 ②걷기 ③챌린지 이 세 가지를 따로 떼어서 확장시킬 생각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아직 계획이 없다.
①100일 - 100일 동안 또 다른 뭔가를 하겠지.
②걷기 - 지금과 같은 단순 걷기를 좀 더 확장시키고 싶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③챌린지 - 이것 역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계속 생각 중이다.
책 한 줄만 읽어도 도서관에서 논 보람이 있다.
백수 아줌마가 '계획'이란 걸 생각했다니 기특하지 아니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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