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전후가 되면 집집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대개는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자녀가 있기 마련이다.
결혼 정보 회사에서 발표한 자료를
남의 일처럼 보다가 요즘 들어 관심 있게 보게 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발표한 2020년 '이상적인 배우자의 모습'
대부분 숫자로 표기했다.
두리뭉실하지 않아
이해가 빠르기로는
숫자만큼 정확하게 뇌리에 꽂히는 것도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나라 평균 몸무게에서 몇 등, 키는 몇 등.
학교 다닐 땐,
반에서 몇 등, 전교에서 몇 등...
숫자로 말하면 금방 이해되는 게 사실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지난 2020년 '이상적인 배우자의 모습'이라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혼남녀 1,000명(남녀 각각 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그 결과 가장 이상적인 남편은 '신장 178.5cm,
연소득 5749만원, 자산 2억 7795만 원,
1.8세 연상, 4년제 대졸, 공무원 또는
공사직'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상적인 아내는 '신장 163.4cm,
연소득 4328만원, 자산 1억 9761만 원,
2.6세 연하, 2.6세 연하, 4년제 대졸,
공무원 또는 공사직'으로 조사됐다.
한참을 들여다봤다.
요구하는 조건을 정확한 숫자로 알려주니
이해가 쉽다.
그러나 씁쓸한 통계다.
이해는 빠르나
조사 결과는 미혼남녀를
고귀한 한사람의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이상적인 배우자'를
숫자로만 표기하다 보니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대로라면
우리나라에 '이상적인 배우자'는
몇 명이나 될까?
내 자식들 역시
결혼정보회사에서 발표한
'이상적인 배우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설문 조사를 보며 남편에게
의견을 물어본 적 있었다.
번외 질문이다.
"만약에 아들이 외국인과 결혼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요?"
남편은,
"나랑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둘이 좋다면 결혼하는 게 맞지"
아버지다운 카리스마를 기대했건만,
남편은 평화주의자답게
'아들이 원한다면~'으로
발을 빼고 끝을 맺었다.
결이 다른 이야기 1
무더운 7월 첫 째 주말,
아들이 해피포인트를 딸에게 토스하고,
딸은 오빠에게서 받은 해피포인트로
아이스크림을 쏘겠다며
배스킨라빈스에 가자고 했다.
좋아하는 맛으로 한 스쿱씩 담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옆에 앉은 젊은 여자 손님 둘이서
진지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안 들으려고 해도 매장이 작고
손님이라고는 우리 네 명뿐이라서
들릴 수밖에 없었다.
A: (B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며)
남친 부모님 처음 만나러 갈 건데
어떤 옷이 더 나은지 좀 봐줘.
B: (사진을 이것저것 보다가)
첫 번째 옷은 좀 화려하고
두 번째 옷은 점잖은 옷인데?
음... 난 화려한 옷이 더 맘에 들어.
밝고 환하면 분위기도 좋잖아.
'아, 그러나 A는 이미 답정너였다.'
A: 그래도 얌전하게 입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B: 그래, 얌전하게 입고 가서 묻는 말에
'네~'하면서 웃고 있으면
남친 부모님이 이쁘다고 하지 않을까?
A: 그치?
벌써부터 떨리는데 아무 말 안 하고
그냥 '네~'만 할려구~
비슷한 나이의 아들, 딸이 있다 보니
그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귀에 박혔다.
'정말이지, 어떤 옷인지
내가 골라주고 싶다. 간절히~~'
스푼으로 묵묵히 아이스크림만 파다가
나도 모르게 눈길이 대화를 따라갔다.
순간 난
헉!
하고 말았다.
A,
그러니까 남친 부모님을
처음 만나러 간다는 그녀의 팔뚝엔
한 폭의 그림이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화려한 날갯짓을 하고 있는 나비 한 마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호 같은 기호,
그리고 영문 필기체.
......
......
문신을 예술로 보는 사람도 있다.
몸을 도화지 삼아 예술로 승화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문신 팔토시를 낀 사람만 봐도
움찔하는 나로서는
문신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결이 다른 이야기 2
아들이 수술하고 입원해 있다 보니
매일 병문안 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 안으로
못 들어가고 입구에서 접선)
그날그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엄마에게 주문하기 때문이다.
아니다, 다음날 무엇이 먹고 싶은지
하루 전날 예약하는 편이다.
먹을거리를 사들고
병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자면,
작은 화단이 있는 그곳엔
환자복 입고 링거 꽂은 환자 몇 명이
늘 담배를 피우고 있다.
어제도 역시나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화단 쪽엔 젊은 여자 환자가
화단 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고,
반대쪽엔
남자 환자가 쪼그리고 앉아서
부지런히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들 사이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좁은 길이다.
길거리에서
담배 연기 뿜어대는 사람 옆을 지나가려면
괜히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나는 한걸음 물러선 곳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아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들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싶어도
딱히 눈을 감고 있지 않는 한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몰라
자연스럽게 그들을 번갈아 가며 보게 되었다.
여자 환자는
담배를 바쁘게 피우고는
꽁초를 화단에 짓이겨 그대로 버렸다.
그리고는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가래를
칵!!!
뱉으며 병원 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
......
무엇이 마음에 걸렸는지 이상하게
담배 피우고 가래 뱉은
여자 환자의 모습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본 문신녀가
오버랩되며 기억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나는 이 결혼 반댈세
남편에게 또 물었었다.
"담배 피우거나 문신한 며느리면 어떨 것 같으요?"
"자기 부모도 못 말리는 일인데
내가 말린다고 될 일인가?
당연히 사랑해서 결혼하는 게 맞지만
결혼할 상대가,
앞으로 태어날 자기 자식의 엄마라는
생각까지 한다면
아들놈은 좀 깊이 생각하겠지요"
딱 부러지게 오/엑스로 답하지 않았으나
남편 대답은 확실했다.
"난 이 결혼 반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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