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도 햄버거를 좋아할까?
새로운 음식을 한 번 경험하면 뇌가 기억한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 시도가 어려울 뿐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면 그 후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
요즘 같으면 우주선에서 먹을법한 영양이 압축된 알약 한 알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까지 그런 간편한 세상은 오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아는 사람만 아는 꿀팁인데 내가 아직까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시간이 없어서, 값이 저렴해서, 먹기 간편해서 혹은 맛있어서 찾는다는 햄버거.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할 정도로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는다.
'먹을거리가 많은데 굳이 퍽퍽한 햄버거를 먹어야만 할까? 몸에도 안 좋은데...'
햄버거가 왜 몸에 안 좋은지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할 수 없는데도
햄버거는 전 세계 간편식인 동시에 몸에 안 좋은 음식으로 인식되었다.
엄마는 빵셔틀
집 가까운 곳에 버거킹이 있다.
건너편에는 롯데리아가 있다.
빌딩 전체가 병원과 식당뿐이어서
'여기 햄버거 가게가 있구나...' 정도였을 뿐,
'햄버거 가게가 있으니 좋다'는 아니었다.
지난달 병원에 입원한 아들은 점심시간이면 구체적인 메뉴를 알려주고 심부름을 시켰다.
집에서 만들어서 가져다 줄 때도 있고 병원 근처에서 사서 줄 때도 있다.
어느 날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햄버거를 제 값 다 주고 사 먹는 사람 없다"며
내 핸드폰에 버거킹 앱을 깔아줬다.
간단한 개인 정보를 입력하니 각종 무료 쿠폰과 할인 바코드가 와르르 쏟아졌다.
" 이건 이렇게 하고 어쩌고저쩌고 하면 돼"
사용 설명이랄 것도 없이 휘리릭 지나간 친절하지 않은 사용 방법을 듣고도
이해하지 못한 채 핸드폰을 돌려받았다.
일단 앱은 깔았으니 이제 주문만 하면 된다.
버거킹 가게에 들어갔다.
어랏? 두 대의 키오스크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긴장모드~
매장 내부는 에어컨 덕분에 시원한데도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등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도대체 폰에 있는 바코드를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방향 잃은 손가락이 야속하기만 했다.
폰을 이리저리 만지는데 이번엔 갑자기 앱이 먹통이 되었다.
'이런 된장~'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나도 모르게 회원 바코드가 찍혔다.
'오~ 쉬운데?'
'그다음... 그다음 어떻게 하더라?'
화면에서 멤버십 할인쿠폰 바코드를 터치하면 해결될 간단한 것인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한글로 된 글씨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뒤로 줄이 길게 늘어섰기 때문이다.
요즘엔 학생들이 제일 무섭다.
주문을 마치고 음식을 기다리는 젊은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기계와 한판 씨름을 하고 있는 아줌마가 안쓰러웠는지
그 젊은이는 화면을 빠르게 터치하며 주문을 도와주었다.
휴~~! 주문은 끝났다.
주문한 햄버거 세트를 들고 빵셔틀 아니, 햄버거 셔틀 임무를 완수했다.
아들은 햄버거를 받아 들며
아직까지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은 엄마가
'제법인데?'
라는 반응이었다.
들어는 봤나? 키오스크 연습
다음날, 나는 다시 또 햄버거 가게에 갔다.
햄버거가 먹고 싶어서도 아니고 아들의 햄버거 셔틀도 아니다.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도 키오스크로 멤버십 바코드 찍고 할인 쿠폰도 찍어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싶었다.
사실 그건 핑계고, 마침 집에 밥도 없는데 무료 햄버거 쿠폰 사용 마지막 날이라 끼니도 해결할 겸
햄버거 가게로 간 것이다.
키오스크는 언제나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멤버십 바코드를 찍고 무료 쿠폰 바코드도 찍었다.
더 필요한 것이 없냐며 다른 메뉴를 촤르르 펼쳐 보이는 화면을 외면한 후 바로 계산하기를 눌렀다.
알고 나니 세상 간단하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할인 쿠폰과 천 원 할인권이 많이 남아 있다.
한 달 후 또다시 새로운 멤버십 할인 쿠폰으로 세팅된다.
햄버거에 맛 들이면 몸이 해롭다는 건 다 아는 사실.
달콤한 할인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할 텐데
그러기엔 너무 가까이 있다.
영화 '슈퍼 사이즈 미'
2004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 사이즈 미'는 감독(모건 스펄록)이 하루 세 끼 한 달 동안 맥도널드 햄버거만 먹는다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라는 다소 황당한 호기심에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충격을 받았고, 1년에 한 번도 먹을까 말까 하던 햄버거를 더 멀리하게 되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만 충격이었을 뿐. 몇 년 지나서 한 번 더 보게 되면 충격이 덜했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많다는데
이깟 햄버거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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